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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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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 쿨썸머 3色 특집ㅣ<1> 하이킹]
못난 것 없이 다 갖춘 팔방미산(八方美山) 정선 두위봉 르포

글 | 서현우 월간산 기자   사진 | 김영선 객원기자

시원한 계곡과 아름다운 야생화와 정상 전망까지 풍성
 
전국에서 손꼽히는 철쭉명산인 정선 두위봉斗圍峰(1,470.8m)은 이미 철쭉이 다 졌기 때문인지 인기척 없이 고요하다. 철쭉 대신 봄 야생화 중 철 모르는 게으른 녀석들과 성미 급한 여름 야생화들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반겨준다. 전날 내린 비로 등산로에는 흙과 숲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참나무와 자작나무가 머리 위를 빽빽이 덮어 주는 부드러운 숲길을 계곡 따라 밟아 나가면 금세 조망이 트이는 능선에 오른다. 두위봉은 산이 주는 다양한 즐거움을 조금씩 전부 맛볼 수 있는 뷔페와 같은 산이다.

철쭉 없는 두위봉은 무색무취하다고들 한다. 실제로 두위봉은 야생화의 산 함백산, 한국 오악이자 십승지의 산인 태백산,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목받지 못했던 산이다. 원래 이름조차 두루뭉술하다는 뜻의 ‘두리봉’일 정도로 산세가 험준하지 않다. 능선 등산로는 빽빽한 주목군락과 식생에 갇혀 있어 완벽한 파노라마 조망을 기대하기 힘들다. 워낙 오지에 있다 보니 이곳에 전해 내려오는 흔한 설화나 전설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정상 부근 수 만 평 부지의 철쭉 군락지가 관심을 모으고, 지역사회에서 철쭉제를 개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으로 발돋움했다. 심지어 두위봉은 철쭉이 없어도 다재다능하다. 계곡길 사이사이에 야생화들이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꽃을 피우고, 숲은 울창하며 골짜기 곳곳에서 맑은 샘이 솟아나고 있다. 두위봉이 준準명산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이번 산행은 건국대 산악부 김윤정씨와 현지 산악회 소속 전태일씨와 함께 단곡으로 올라 도사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김씨는 졸업을 앞뒀지만 산에 대한 열정이 넘쳐 올해 새로이 산악부에 가입한 여행 마니아다. 아직 산행 경험이 적은 편이라 스틱도 갖고 다니지 않아 산행 내내 일행으로부터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전씨는 태백 출신이며 정선·태백 일원의 산을 골고루 오른 베테랑 산꾼으로 일선에서 일행을 이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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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골 도처에 피어 있는 눈개승마.

참나무 우거진 계곡길 따라 상쾌하게 올라

들머리인 단곡2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샘터 옆 임도를 따라 차단막을 넘으면 산행이 시작된다. 오른편에는 석항천의 지류가 흐르고 골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15분쯤 오르면 간이 화장실이 나온다. 화장실 안내판 옆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나있는데 이를 따르면 죽렴지맥 능선의 아라리고개로 바로 오를 수 있다.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하면 2014년에 조성된 사방댐이 나온다.

일행 모두 사방댐에 정신이 팔린 채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 임도도 등산로도 끊겨 있다. 계곡 왼쪽, 오른쪽을 탐색하다가 뒤돌아보니 뒤로 꺾인 임도 옆에 파란색 등산로 안내판이 바로 보인다. 김영선 기자는 “산행 알바 중에 제일 어이없는 알바였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등산로는 단곡골의 오른쪽 사면을 따라 임도와 다시 만나기도 하며 마치 스위치백을 하듯 지그재그로 나있다. 호젓한 참나무군락을 즐기며 오를 수 있어 상쾌하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일자로 관통하는 길도 보이지만 생태복원지역이라는 푯말로 막혀 있다. 성질 급한 이들이 기슭을 따라 돌아가는 등산로가 답답해 관통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을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두위봉 정상을 1.5km 남겨놓은 지점에 마지막 샘터인 감로수샘터가 있다. 이곳의 샘물을 마시면 수명壽命이 길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아직 수水나 명命에 대한 갈증이 깊지 않았기에 계곡 안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부터 능선으로 붙는 가파른 된비알이 시작된다. 고도를 높이는 만큼 주변 식생의 높이는 점점 작아진다.

700m쯤 오르면 죽렴지맥과 만나는 분기점으로 이제부터 능선길이다. 두위봉 방면 안내판을 따라 오르면 조금씩 철쭉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능선 위에 철쭉은 졌지만 대신 털쥐손이 군락이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그 주변에 노루오줌도 엿보인다.

아직 여름 야생화들이 만발하기에는 조금 일러 수는 적지만 주변에 다른 꽃이 없어 오히려 더욱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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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위봉 능선은 원래 이름인 두리봉처럼 부드럽고 두루뭉술하게 굽이친다.

철쭉과 털쥐손이 군락지를 지나 능선을 마저 오르면 함백청년회의소가 세운 철쭉제기념비와 돌탑으로 세운 두위봉 정상석이 보인다. 뒤쪽으로 질운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두위지맥 능선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영월 중동면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로 봉화군의 선달산(1,239m), 삼동산(1,179.8m), 구룡산(1,345.7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아스라하다. 북쪽으로는 민둥산과 건너편의 가리왕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동쪽으로는 함백산, 태백산으로 달리는 태백 준령이 촘촘한 나뭇가지 사이로 설핏 엿보인다. 장쾌한 전망이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5분 정도 더 가면 ‘정상 10m’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인다. 따라가면 ‘(정선) 두위봉 1,470m’라고 쓰인 코팅지 하나만 나무에 묶여 있다. 철쭉제기념비가 세워진 정상과 나란히 위치해 비슷한 조망을 공유한다. 정상 10m라는 안내판 때문에 이곳을 실제 정상으로 여기는 등산인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여기서 헬기장 하나를 지나 바로 앞의 봉우리에 올라야 삼각점이 놓인 고도상의 진짜 정상(1,470.8m)이 나타난다.

10년 만에 두위봉을 찾았다는 전씨는 “실제 정상은 식생에 막혀 조망이 좋지 못하니 옆쪽으로 정상을 옮긴 것 같다”며 “예전에는 확실한 정상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현지인들은 철쭉비가 있는 곳을 신동 정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어느 곳이 실제 정상인지 헷갈려 하는 만큼 세 개 봉우리의 서열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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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의 임도는 넓고 쾌적한 숲길이다.

도사골, 어여쁜 야생화와 근엄한 주목

정상을 지나 도사곡으로 내려가는 분기점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은 울창한 수림에 묻혀 있긴 하지만 뚜렷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부드럽게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등산로 주변에는 주목군락지가 군데군데 형성돼 있어 이목을 끈다. 박새군락도 이제 여름을 맞아 꼿꼿이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40분 정도 진행하면 화절령 분기점이 나온다. 직진해 화절령 방면으로 가면 두위지맥을 따라 백운산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영월 산막동으로 빠지는 길이다. 여기서 왼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이 도사곡 방면이다. 다만 이곳의 양철 표지판에는 두위봉 정상까지의 거리가 3.2km라 표시된 반면, 나무 표지판의 거리 표시는 2km로 돼 있어 상이하다. GPS와 지도를 교차 확인해 보니 2km가 맞는 걸로 판단된다. 지자체에서 수정해 줄 필요가 있다.

도사골로 하산길을 잡아 내려가니 이곳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함박꽃이 마중 나온 양 한껏 꽃잎을 벌리고 맞아주고 눈개승마도 무릎 언저리에서 산들바람에 흔들린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고산식물인 꽃개회나무는 연분홍빛 꽃망울을 앙다문 채 여름이 마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사곡이라는 이름은 도사가 많이 들어와 살았던 계곡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는데 과연 등산로 곳곳에는 도사들이 목을 축일 만한 맑고 차가운 샘이 솟고 있다. 한 시간쯤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며 작은 샘터 하나를 지나자 별안간 거대한 나무 세 그루와 마주친다. 2002년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된 두위봉 주목이다.

주목은 고산성 수종으로서 한랭한 기후를 좋아해 우리나라에는 설악·태백·한라 등 높은 산에만 분포하고 있다. 주목은 오래전부터 최고의 바둑판 재료로 각광 받았고, 1990년대에는 껍질에서 항암물질이 발견돼 큰 나무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벌목됐다. 그러다 산림청에서 도사곡 주목 3주를 발견, 임업연구원의 전문가들이 경사지 아래서부터 각각 나이를 1,100년, 1,400년, 1,200년으로 추정해 남한 최고 수령의 나무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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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지도 제공

이 중 가장 수령이 오래된 중간에 있는 나무는 키가 17m, 밑동 둘레 5.85m, 가슴높이 둘레 4.36m로 국내 주목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수형이 올곧고 아름다워 둘레에 크게 철조망을 쳐서 관리할 정도며, 최근에는 주변에 작은 나무 울타리를 쳐 등산객들이 주목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북읍과 저 멀리 노목지맥을 배경으로 당당히 우뚝 솟아 있는 주목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근엄하기까지 하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 고도를 내리면 고즈넉한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게 된다. 통나무 계단으로 된 숲길을 자근자근 내려가면 제2샘터에 닿는다. 두위봉 정상과 날머리인 도사곡휴양지의 가운데 지점이다. 제1샘터까지 30분쯤 더 내려가면 길 왼편으로 도사곡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계곡 물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도사곡휴양림 주차장에 닿는다. 짧지만 계곡과 야생화, 전망 좋은 능선까지 한껏 차려져 있는 푸짐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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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두위봉에는 총 4개의 등산로가 나 있다. 철쭉제가 열리는 신동읍 단곡계곡 코스, 사북읍 사북리의 도사곡 코스, 신동읍 남면 문곡리 자미원 코스, 남면 무릉리 증산마을의 자뭇골 코스다.

위 순서대로 1, 2, 3, 4코스라 부르며 이외에도 죽렴지맥, 두위지맥길이 통하고 있다. 이 중에서 두위봉 정상 산행은 1~2코스를 이은 등산로가 가장 애용된다. 단곡계곡은 철쭉제가 열리는 곳으로 단곡1교, 단곡2교 지점에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 시설이 잘 조성돼 있고, 도사곡 길은 천연기념물인 주목과 제1, 2샘터를 안고 있는 등
뛰어난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양쪽을 잇는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 도상거리로 27km나 떨어져 있고, 택시요금은  3만 원 내외 소요된다. 콜택시는 미리 하산 시간을 예상해 예약하는 게 좋다. 자차로 이동한 경우 원점회귀 산행하거나 단곡~두위봉~자미원, 자뭇골~두위봉~자미원 으로 들·날머리의 거리를 좁히는 게 좋다. 취재팀의 경우 전씨가 흔쾌히 응해줘 날머리에 취재팀의 차를 갖다 놓고 전씨의 차로 들머리로 이동해 어려움을 덜 수 있었다.

지도상 주목군락지는 두위봉 정상 바로 오른편에 표기돼 있지만 이곳에는 일반 주목이  있을 뿐이며 천연기념물 도사곡 주목은 화절령 분기점 아래 200m 지점에 있다. 등산로는 전체적으로 뚜렷하고 이정표도 많아 길 찾기 쉽다.

교통

서울 청량리역에서 예미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6회(07:05~23:20) 운행한다. 요금은 1만2,500원. 이 열차는 민둥산역까지도 운행해 자뭇골이나 도사곡을 들머리로 잡을 경우 민둥산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예미역에서 함백 종점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영월에서 오는 20번, 20-1번 버스와 정선에서 오는 26, 27, 28번 버스가 하루 17회(06:50~20:43) 있다.

문의 정선군 관광안내 1544-9053, www.ariaritour.com
출처 | 월간산 585호
등록일 : 2018-07-09 09:24   |  수정일 : 2018-07-0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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