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여행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매력적인 스페인 라 리오하 와이너리 투어

와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와이너리 투어는 매력적이다. 드넓은 포도밭 풍경과 생산지에서 맛보는 와인, 와인에 곁들여지는 음식, 게다가 고즈넉한 와이너리 호텔에서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면 ‘풍요로움’이 따로 없다. 와인 성지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보르도의 생테밀리옹과 스페인 최고 와인 산지인 라 리오하의 로그로뇨를 다녀왔다. 이번 호는 먼저 라 리오하를 소개한다.

글 | 김보선 여성조선 기자

리오하의 구겐하임으로 불리는 마르께스 드 리스칼.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 불리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뒤편 언덕 위의 마을이 라 리오하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라과르디아이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을 자동차로 여행 중이었다.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의 굽이굽이 길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여정이 바빠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었다. 어느 시골 마을 길가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종업원이 영어를 한마디로 못 알아듣는 데다 당연히 영어 메뉴판도 없어 그날의 스페셜 요리를 주문했다. 빵은 기본에 파바다(Fabada Asturiana 정식 명칭은 파바다 아스투리아나. 돼지고기, 콩과 스페인식 순대 등을 넣고 끓인 스페인식 스튜)가 나왔다. 이걸로도 충분한데 메인 요리는 삶은 돼지 뒷다리다. 와인을 빼놓을 수 없어서 하우스 와인을 한 잔 달라고 했더니 큰 와인병을 가득 채운 레드 와인을 가져다준다. ‘한 병 값을 지불해야 하나’ 걱정도 생기고 운전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 병은 필요 없고 한 잔만 달라”고 다시 청했다. 종업원 왈, “네가 마실 만큼 마시는 게 한 잔”이란다(물론 종업원과는 한마디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모두 보디랭귀지와 번역기로 통했을 뿐이다). 역시 스페인답게 와인 인심이 후했다. 더욱 놀라운 건 식사 후 커피까지 포함해 모든 점심 세트 메뉴가 겨우 10유로였다.

‘스페인은 와인이지’라는 생각에 가이드북을 다시 펼쳤다. 다음 날 일정을 급히 변경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서 얼마 지나지 않는 스페인 최대 와인 산지 라 리오하로 향했다. 빌바오(Bilbao)에선 2~3시간 거리다. 라 리오하에서 스페인 북서쪽 국경인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 프랑스 보르도다. 4시간 정도 거리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스페인을 대표하는 리오하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보르도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와인은 호불호가 갈린다.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와인에 빠져 깊이 공부해가며 마신다. 가격대에 맞춰 편하게 마셔도 나쁘지 않지만 와인의 생산 지역과 품종, 맛이 워낙 다양해 공부해가며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반면 한두 번 마셔본 뒤로는 오히려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서양인들은 거의 매 끼니 물처럼 와인을 찾지만 아시아인들에게 와인의 인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럼에도 ‘무시무시한’ 중국인들이 우리 제주도 땅을 사버리듯 프랑스의 오래된 와인 농장들을 통째로 사버려 문제라는 뉴스를 보면 확실히 아시아인들에게도 와인 열풍이 불고 있는 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와인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와이너리 투어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의 풍요로운 풍경에다 기분 좋게 만드는 와인, 맛있는 먹거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와인을 우리의 소주 이상으로 즐겨 마시는 유럽 각국은 적당히 기후가 허락한다면 어디든 와인 농장이 펼쳐져 있다. 그중 스페인 리오하는 프랑스 보르도,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와인 산지로 꼽힌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주도 빌바오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에브르 강(Rio ebro)을 따라 황토색 대지 위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 라 리오하 와인 지역이 나타난다. 구릉지역 중간중간에는 중세풍 작은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의 포도 품종은 주로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다. 라 리오하가 와인 산지로 유명해진 것은 19세기 무렵 ‘필록세라’라는 진딧물로 프랑스 와이너리가 큰 피해를 입자 보르도 지역 생산자들이 보르도와 토양 특성이 비슷한 리오하로 대거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보르도 양조 기술을 바탕으로 리오하 와인은 단숨에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라 리오하 와이너리 투어는 포도 농장, 와인 저장고인 현대적인 건축물, 중세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중세 성곽마을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와이너리들은 저마다 와인 저장고나 박물을 형식의 건축물을 가지고 있다. 오랜 역사의 저장고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건축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건축물로 와이너리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추세다. 라 리오하 지역 와이너리 건축물 중에서는 오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과 보데가스 이시오스가 대표적이다.
 
 
본문이미지
1) 와인에게 바치는 성전’이라 불리는 보데가스 이시오스.
2,3) 산 세바스티안에 이어 스페인 최고의 미식 여행지로 떠오르는 로그로뇨 핀초스 바. 핀초스 바 순례는 새벽까지 계속된다.
4,5) 라과르디아. 요새로 사용되던 지하 통로는 이제는 와인셀러와 와인테이스팅 장소로 사용된다.

리오하의 구겐하임,
마르케스 드 리스칼
Marques de Riscal
 
스페인 북부의 관문인 빌바오를 상징하는 것은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쇠락한 공업도시였던 빌바오를 일순간에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바꿔버린 게 도심 강변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리오하의 최고 관광 상품은 엘시에고(Elciego)의 ‘마르케스 드 리스칼(Marques de Riscal)’이다. 둘 다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ry)가 설계했다. 마르케스 드 리스칼은 4만 병이 넘게 저장된 오래된 지하 와인 저장고 위에 세워진 호텔이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곳 와이너리 대표가 구겐하임 미술관에 감명을 받아 약 8500유로를 투자해 만들었다. 얼핏 보면 그냥 철판을 이어 붙인 모양으로 도저히 건축물로 생각되지 않는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다양한 색상의 티타늄 판을 엮어 스페인의 민속춤인 플라멩코 무희의 물결치는 드레스 자락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와인을 잔에 따를 때의 와인 물결 모양처럼 보인다. 놀랄 만큼 혁신적인 이 건축물을 앞쪽 포도밭 언덕에서 바라보면, 현대적인 마르케스 드 리스칼과 그 뒤 중세풍의 마을, 저 멀리 바위산들이 함께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 티타늄 지붕에 반사되는 노을이 빚어내는 다양한 빛깔이 포도밭과 어우러져 절경이다.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다 보니 유명 스타들도 즐겨 찾고 사계절 관광객으로 붐빈다. 하루 객실 비용은 330유로 이상이다. 숙박하지 않고 마르케스 드 리스칼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려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중세 성곽마을 라과르디아 Laguardia
‘와인의 성전’ 보데가스 이시오스 Bodegas Ysios
 
마르케스 드 리스칼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리면 라 리오하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마을로 꼽히는 라과르디아(Laguardia)에 이른다. 13세기 무렵, 언덕 위에 있는 세워진 작은 성곽마을로 골목골목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특히 지금은 와인 셀러(와인 저장소)로 사용하는 마을의 지하터널은 중세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래된 석조 건물들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다. 곳곳에 줄을 연결해 빨래를 널어놓은 소박한 풍경과 고급 와인숍, 레스토랑, 작은 와인바들이 섞여 있는 모습은 여행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라과르디아 북쪽에는 ‘와인에게 바치는 성전’이라 불리는 보데가스 이시오스(Bodegas Ysios)가 있다.

이곳 역시 와이너리 건축물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전면이 삼나무와 유리로 이루어져 있고 물결 모양 지붕이 길게 이어진 이 건물은 와인 저장고 겸 와인 박물관으로 사용한다. 건물 자체의 외관도 매력적이지만 포도밭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석회암 바위산과 조화를 이뤄 더욱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곳 역시 미리 투어 신청을 하지 않으면 굳게 닫힌 커다란 문이 열리지 않는다. 라 리오하 지역은 곳곳의 와이너리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와인 시음과 와인의 제조 공정, 와이너리의 철학 등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와이너리 투어를 이미 경험했다면 굳이 마르케스 드 리스칼나 보데가스 이시오스의 투어(투어 비용은 10유로)를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투어를 스페인어로 진행하는 데다 건물 외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이미지
1) 마르께스 드 리스칼 입구의 기념품 숍.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와인과 기념품을 판매한다.
2) 로그로뇨 핀초스 바 골목.
3,4) 중세 성곽 요새 마을 라과르디아.

스페인 최고의 미식 여행지,
로그로뇨
Logrono
 
와이너리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식여행이다. 그중에서도 라 리오하 지역의 주도인 로그로뇨(Logrono) 골목길의 핀초스(타파스) 순례는 와이너리 미식여행의 절정이다. 라 리오하 중심 도시인 로그로뇨는 딱히 볼 것 없는 작은 도시지만 저녁 무렵부터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도심의 라우렐 거리(Calle de Laurel)와 산 후안 거리(Calle de San Juan)를 중심으로 좁다란 골목길과 모퉁이 구석구석에 훌륭한 핀초스(pinchos, 바스크어로는 Pintxos.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어와 바스크어를 병행해 표기한다) 바들이 몰려 있다. 한밤이면 와인 한 잔과 간식거리를 찾아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든다. 각자 먹고 싶은 핀초스를 찾아 이곳저곳 바를 순례하듯 돌아다녀 좁은 골목 안이 활기로 가득하다. 핀초스는 스페인의 유명 음식인 타파스(tapas)의 일종이다. 타파스는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이르는 말로, 바스크 지방에선 타파스를 핀초스라 부른다. ‘꼬챙이’라는 뜻의 핀초스는 바게트 빵 조각에 다양한 식재료를 토핑하여 꽂아놓은 모양이다. 대부분 2~4유로로 가격이 싼 데다 몇 개를 먹다 보면 간식을 넘어 저녁거리로 훌륭하다. 바에서 접시를 받아 원하는 핀초스를 직접  골라 담아 건네면 계산하고 먹기 좋게 가볍게 데워준다. 핀초스 순례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인구 대비 핀초스 바가 가장 많다는 로그로뇨에는 200개 넘는 타파스 바가 각양각색으로 늘어서 있다.

이 중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핀초스 바가 골목 중간 정도에 위치한 ‘바 소리아노(Bar Soriano)’다. ‘버섯집’이라 불리는 이곳의 핀초스는 소스를 바른 양송이버섯을 구워 토핑한 것에 불과한데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로그로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미식여행이라면 스페인 곳곳이 다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미슐랭 가이드 별 3개 레스토랑이 세 곳이나 있는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 바스크어로 도노스티아(Donostia))을 최고로 꼽는다. 바스크의 해안도시인 산 세바스티안은 천혜의 해변을 간직하고 있는, 스페인 북부의 빼놓을 수 없는 유명 관광지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그로뇨가 산 세바스티안를 추월하는 미식 여행지로 더 명성을 얻고 있다.
 
로그로뇨는 산티아고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주요 길목으로도 유명하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이 9세기에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발견된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겼는데,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이 찾을 만큼 붐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순례길에 나선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종교적인 이유를 초월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많이 찾는다. 프랑스 각지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 와인 루트 구릉지를 지나 로그로뇨에서 여독을 푼다.
 
리오하산 와인은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를 사용하여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이 지역에서는 와인을 숙성 기간에 따라 등급체계를 나눈다. 만든 지 1~2년 지난 와인을 영(Young), 오크통 숙성을 포함해 2년 정도 숙성을 거친 크리안자(Crianza), 최소 1년간 오크통 숙성을 포함, 총 3년간 숙성을 거치는 레세르바(Reserva), 최소 18개월의 오크통 숙성을 포함, 총 5년간 숙성을 거치는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로 나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숙성년도 못지않게 포도 생산년도의 품질이 특별히 좋았던 해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라 리오하 와인은 고급 와인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빌바오의 와인 전문숍에서 수많은 리오하 와인 종류 중 하나를 추천해달라는 했더니 리오하 아로(Haro)의 와이너리 ‘보데가스 무가(Bodegas Muga)’의 와인을 골라줬다.
등록일 : 2018-07-03 11:27   |  수정일 : 2018-07-03 11:28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자유지성광장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