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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철쭉의 뒷이야기

글 | 김기환 월간산 차장   사진 | C영상미디어

이름 유래와 옛 기록, 설화 등 많이 전해

철쭉이란 이름은 한자어이자 중국에서 사용하는 이름인 척촉躑躅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로 전래 당시에는 ‘텩툑’으로 읽었는데, 이후 텩튝, 텰듁, 철촉 등으로 불리다가 ‘철쭉’으로 정착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서도 똑같은 한자를 사용하며 ‘츠츠지’라고 발음한다.
 
‘머뭇거릴’ 척躑, ‘머뭇거릴’ 촉躅을 나란히 붙여 쓴 이 독특한 이름은 철쭉이 지닌 독성 때문에 얻게 된 것이다. 양이 철쭉꽃을 먹으면 죽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제자리걸음을 하며 머뭇거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철쭉의 독성은 상당해, 진달래꽃과 혼동해 먹게 되면 심한 배탈이 나고 구토를 하게 된다. 목장지대였던 지리산 바래봉 철쭉 군락지가 면양의 먹성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옛 기록 속에서 만나는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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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집의 <유소백산록>.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철쭉이 지닌 독성은 애벌레로부터 꽃을 방어하기 위해 분비하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물질로 인한 것이다. 만병초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진달래과 식물들이 이 자연독소를 배출한다. 초식동물들이 철쭉을 잘 먹지 않는 것도 이 물질 때문이다. 독성을 지닌 덕분에 철쭉은 높은 산의 능선이나 계곡 등 전국 어디서나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자생하게 되었다. 철쭉의 꽃말로 ‘사랑의 즐거움’과 함께 ‘줄기찬 번영’을 사용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가 철쭉의 중심지였음은 예부터 전해오는 기록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 ‘일연’의 <삼국유사> 기이편에는 ‘수로부인’ 조가 있다. 신라 성덕왕 때 당대 최고의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에 대한 몇 가지 일화를 다룬 부분이다. 여기에 철쭉으로 추정되는 꽃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릉태수로 부임 해가는 남편 순정공을 따라 가던 수로부인이 바다가 보이는 산자락에서 잠시 쉬면서 절벽에 핀 연분홍 꽃을 보게 된다. 이 꽃을 갖고 싶었던 부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했지만 너무 험한 벼랑이라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암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꽃을 꺾어주겠다며 나섰다.
 
‘자줏빛 바위 가에 /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노인은 소고삐를 바위에 묶어두고 헌화가獻花歌를 부르며 절벽을 기어올라 꽃을 따왔다. 사실 이 노래에는 정확히 무슨 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동해안 벼랑에 피는 연분홍 봄꽃이니 철쭉으로 추정하는 것일 뿐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기 때문이다. 
 
소백산은 500년 전에도 철쭉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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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이 강해 목장지대 에서도 살아남은 바래봉 철쭉 군락.

4월 말부터 전국의 철쭉 명산에서 철쭉꽃을 주제로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또한 개화시기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철쭉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산으로 몰려든다. 본격적인 꽃놀이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즘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 전에도 철쭉은 좋은 볼거리였던 모양이다. 꽃놀이를 즐기며 유유자적했던 선비들의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록이 소백산 철쭉에 관한 것이다.
 
‘세 봉우리(석름봉·자개봉·국망봉)가 8, 9리쯤 떨어져 있다. 그 사이 철쭉이 숲을 이루어, 바야흐로 활짝 피어 있다. 꽃이 한창 무르익어 화사하게 흐드러져 마치 비단 장막 사이를 거니는 듯하다. 축융祝融의 잔치에서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매우 즐거웠다. 국망봉 정상에서 술 석 잔에 시 일곱 수를 쓰는데 해가 이미 기울었다. (후략)’ ― 퇴계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서.
 
조선 중기의 문신 퇴계 이황(1501~15 70)은 1549년(명종 4) 소백산을 처음 오른 감흥을 자신의 문집 퇴계집退溪集의 <유소백산록>에 기록했다. 4박 5일 동안 소백산을 오르내린 과정을 자세히 적은 이 글 속에 소백산 철쭉꽃의 존재가 언급되어 있다. 500여 년 전에도 소백산 주능선에 연분홍 철쭉 꽃밭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옛 기록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철쭉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월간산 583호
등록일 : 2018-05-11 09:20   |  수정일 : 2018-05-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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