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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킬로토아( Quilotoa)... 꿈길 같았던 몽환의 3박4일

글·사진 | 김영미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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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토아 루프Quilotoa Loop 200㎞ 타원형 트레일…
에콰도르는 갈라파고스보다 화산으로 더 유명
 
에콰도르는 갈라파고스섬으로 유명하지만 60여 개의 휴화산과 18개의 활화산이 있는 화산의 나라이기도 하다. 킬로토아Quilotoa는 800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지름 약 3km의 화산 칼데라 호수. 그 멋진 킬로토아호수를 천천히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킬로토아 루프를 걷기로 했다. 남미에 오기 전부터 이미 에콰도르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다.

킬로토아 루프는 약 200km. 킬로토아호수 주변의 안데스마을과 라타쿤가Latacunga를 타원형으로 연결한 고리Loop 모양의 트레일이다. 어느 도시에서 출발하고 끝낼지? 며칠간 걸을 것인지? 시계방향으로 돌 것인지 반대방향으로 돌 것인지? 등을 트레커가 선택해야 한다. 각 도시를 연결하는 경로도 아주 다양하다. 어떤 길로 걷든 그것은 트레커의 자유지만 이렇게 다양한 옵션이 선택장애를 불러오기도 한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그 속에서 소박하게 자신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에콰도르 북부도시인 오타발로Otavalo와 함께 안데스에서 케추아 원주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 중 하나다.

킬로토아 트레킹을 가려면 라타쿤가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란 정보는 찾았지만 숙소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우연히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후기를 읽던 중 호스텔 센데로 데 볼카네스Hostel Sendero de Volcanes에 가면 트레일 정보를 제공한다는 댓글을 발견하고 그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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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칠란에서 킬로토아호수 가는 길, 싱그런 초록의 향을 느끼면서 산중턱을 따라 걷는다.

첫째날, 식초스에서 이신리비로

호스텔의 호스트는 식초스Sigchos에서 시작해서 이신리비Isinliví, 축칠란Chugchilán, 킬로토아호수Laguna Quilotoa에 도착하는 코스를 추천했다. 마지막날 킬로토아호수에 도착한 후 1박을 하게 되면, 혹시 날씨가 좋지 않아서 킬로토아호수 뷰를 못 보게 되더라도 하루 정도 더 머물면서 뷰를 보고 올 수 있다.  필요 없는 짐은 호스텔의 개인라커에 보관이 가능해서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호스텔에서 킬로토아 루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 있던 아키라가 갑자기 관심을 보이더니 나를 따라 가겠다고 나섰다.  아키라는 일본인인데 스페인어도 참 잘했다. 든든한 동행이 생기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이렇게 또 한 번  길 위의 인연을 만났다!

라타쿤가에서 탄 버스는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간다. 안개에 싸인 시골 풍경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볼리비아 소라타가 그리워진다. 고도가 높아지니 공기도 많이 싸늘해진다. 3,500m 가까이 올랐다가 이젠 내리막길을 한없이 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세상과 단절된 듯 산에 갇힌 마을 식초스. 겹겹이 쌓인 산구릉은 경작지와 도로, 숲과 바위가 구분되어 마치 갖가지 조각천으로 이어붙인 조각이불을 덮고 있는 듯 풍경이 다채롭다. 마을어귀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이신리비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걸어서 이신리비까지 간다고 했더니 엄지척을 해준다.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빗방울이 살짝 비친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다가 지도에 있는 길을 지나쳤다. 한참 오르막을 오르는데 마주오던 주민이 이곳은 막다른길이란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가리키면서 아주 조그만 길이 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세상에~~ 이게 길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좁은 길이었다. 아키라와 함께 경치에 취해 있는 동안 이 길을 지나쳤던 게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강을 건너니 이젠 한없는 오르막길. 경사도도 심하지만 계속된 비로 질퍽거려서 걷기가 참 어렵다. 배낭에 있던 스틱을 꺼냈다. 언제 어떤 길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남미 트레일엔 스틱이 필수다.

오후 3시. 비가 계속 내린다. 길은 산 언저리를 따라 한없이 구불구불. 이신리비마을이 저 멀리 보이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이신리비엔 호스텔이 단 두 곳밖에 없다. 유유야마Llullu Llama와 크리스토발Cristobal. 출발 전부터 숙소로 예정했던 유유야마는 도미토리 예약이 이미 다 찼다고 한다. 프라이빗 룸은 너무 비싸다. 크리스토발은 왁스 냄새가 너무 심해서 잠자기가 어렵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노숙은 할 수 없고… 유유야마 호스텔 예약손님이 취소하기를 기대하면서 오후 6시 30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 교회 근처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었다.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은 이들과 악단들이 춤을 추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이들에게 춤과 음악은 일상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오늘 잠잘 곳이 없는데도 걱정은커녕 아키라와 나는 이 축제행렬에 끼어서 한바탕 놀았다. 남미의 원주민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다니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생경험이 추가되었다.

유유야마 호스텔은 자리가 나지 않았다. 왁스 냄새 나는 호스텔에서는 도저히 잘 수 없을 것 같아 출발지인 식초스로 돌아가서 자고 다시 이신리비에 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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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을 태우러 내려가는 킬로토아호수의 마부들.

둘째날, 이신리비에서 축칠란으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살얼음판 같은 길을 달려 식초스에 되돌아왔다. 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서 행색이 말이 아닌데 따뜻한 숙소에 들어오니 안도감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다음날 다시 이신리니로 가기 위해 30분 이상 차를 기다렸지만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 차를 기다리는 이 시간조차 행복하다고 하는 건 사치인지 모르지만 나는 한 박자 늦어지는 이런 시간들조차 즐겁다. 양을 끌고 나온 아이, 자전거 한 대에 친구랑 함께 타고 온 세뇨리타들, 길을 걸어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슬로 비디오처럼 보인다. 배낭여행객, 특히 트레커들에게 택시는 사치다. 이신리비까지 10달러!!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려고 몇 번이나 차를 세웠지만 한결같이 10달러를 요구한다. 그러다 운 좋게도 이신리비까지 가는 공무용 차량에 동승을 했다. ‘I’m always lucky.’ 내 생활의 신조이기도 하다.

이신리비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축제 뒷정리를 하고 있는 한 가족을 보았다. 아빠와 두 딸, 그리고 아주 어린 아들까지. 온 가족이 평온한 모습으로 일상인 듯 도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세상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을까?

어제 비가 와서 올라가지 않았던 전망대에 올랐다. 앞쪽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신리비를 감싸고 있는 산들과 깊은 계곡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진흙길로 접어든다. 진흙이 발목을 잡고 늘어져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다. 며칠간 계속된 비 때문에 길은 완전 수렁 길로 변해 있다. 스틱을 짚고 수렁에서 빠져 나와 걷다 보니 조금 편한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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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아치toachi 강의 물소리는 응원가처럼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듣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조용히 우리의 행군을 응원한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은 정말 편하다. 작은 들꽃과도 인사 나누며 이곳의 평화를 깨지 않으려고 샤방샤방 조심스럽게 걷는다. 하루에 몇 사람이나 이곳을 걸을까? 사람의 흔적 없이 오로지 자연의 냄새만 가득한 이런 곳에 오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폐가 열린다. 한동안 이곳의 냄새를 잊지 못할 것이다. 강에 놓인 통나무 다리도 멋스럽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티에네스 캔디, 쿠키”하며 다가왔다. 아키라는 사과를 꺼내어 주었다. 나는 먹다 남은 과자를 주기는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들에게 뭔가 보여 주고 싶어서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물구나무를 선다. 위험해 보여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마냥 신이 나 있다. 해맑은 눈을 가지고 과자 하나에도 마냥 신이 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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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려한 전통복장을 입고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고 있는 이신리비 원주민들. (아래)킬로토아호수의 어린 마부들.

원두막 시골카페, 생애 최고의 커피 한잔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친다. 우산을 꺼내 쓰고 걷다가 조그만 나무간판에 ‘caffe’라고 쓰인 아주 작은 원두막 같은 카페에 들어갔다. 비도 피하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하고 싶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아주 작은 가게. 가격도 참 착하다. 몽키바나나 1개에 5센트, 커피는 50센트. 두 사람과 40분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들의 밝은 모습에 끌린다. 아늑한 카페에서 비 내리는 들판을 바라보니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 몽환적이다. 생애 최고의 커피 한잔과 함께 이 순간이 그냥 멈추었으면 좋겠다.

이제 두 시간 정도만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축칠란. 강을 따라 걷는 길이 끝나고 오르막길이 나온다. 오르막은 언제나 힘들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전망대. 오늘 걸어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계곡 저편으론 토아치강이 흐르고 조금 전에 쉬고 왔던 카페도 저 멀리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조금 전에 지나온 길인데도 이젠 갈 수 없는 곳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비가 멈췄다. 시골 들길이 끝나고 이젠 제법 깔끔한 도로이다. 축칠란 이정표도 보인다.
셋째날, 축칠란에서 킬로토아호수로

축칠란 숙소에 묵은 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은 모두 킬로토아 루프를 걷는 트레커들. 저녁식사 후에 개인별로 맵을 나누어 주고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맵스미를 참고 삼아 걸으려고 했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 조금 위험하다고 한다. 루트를 변경해서 걷기로 했다.

축칠란을 출발해서 걷는 길은 유난히 마을이 많다. 양이 가득한 우리 앞에 앉아서 양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이른 아침부터 밭에 나와서 일 하고 있는 여인들과 인사도 나눈다. 작은 마을 사이를 걷다 보니 트레일을 살짝 벗어나는 경우가 잦다. 그럴 때면 현지인들이 나와서 길을 알려 준다. 그들에겐 특별히 도움 될 것이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그들이 참 정겹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은 외국인들만 보면 “티에네스 쿠키, 캔디”를 외치는 것. 우리도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지.

구아야마Guayama마을을 지나니 계곡을 따라 걷는 능선길이 시작된다. 엄청나게 깊은 계곡이다. 아래로는 토아치강이 이어져 흐르고 있다. 유난히도 내가 좋아하는 능선. 능선에 선 사람들을 사진에 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바람이 난다. 이곳의 산들은 정상이 뾰족하지 않다. 아프리카의 ‘테이블 마운틴’ 같다. 정상엔 사람들이 살고, 마을이 있고 농사를 짓는다. 마치 장난감마을 같다.

킬로토아호수를 향해서 오르는 길이 점점 안개가 심해진다. 안개가 심해지면 호수를 만나긴 어려울텐데…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나에겐 내일이라는 시간이 또 있다는 위로를 가져본다. 첫 번째 전망대. 킬로토아호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모든 것을 삼켰다. 한동안 기다려보았지만 안개는 더욱 짙어질 뿐이다. 아쉽지만 발길을 옮긴다.

두 번째 전망대. 저멀리 희미하게 호수의 윤곽이 보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호수 옆의 길을 따라 걷는다. 바람이 삼켜버릴 것처럼 매섭다. 왼쪽은 호수, 오른쪽은 암벽. 길이 무척 험하다. 안개 속이라 더욱 위험하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

마치 설악산 암벽구간처럼 바위를 잡고 조심조심 오르고 내려서 조금 편안하다고 생각한 길에 들어 선 순간 갑자기 안개가 걷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지만 눈물이 날 만큼 감사했다. 구름 저 아래 숨 막힐 듯 빛나는 에메랄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우산을 펼쳐들고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호수를 한 번에 담으려면 광각렌즈를 가져와야 했는데… 배낭여행에 그것은 사치였다. 아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킬로토아호수를 두 눈에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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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에메랄드빛 킬로토아호수의 분화구로 내려가고 있는 마부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 같다.

칼바람을 맞아도 행복했던 킬로토아 능선

호수를 따라 걷는 두 개의 길. 위쪽은 바위구간이 많아서 조금 편하게 걸으려고 아래쪽 길을 선택했다. 비바람이 쉼 없이 거세게 불었다. 길은 더욱 험해졌다. 크고 작은 바위가 뒹구는 너덜 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빗물이 옷이며 신발이며 모두 삼킨 지도 한참이었다. 하늘은 잠깐 밝아졌다 다시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잠깐씩 선명하게 열리는 킬로토아호수를 바라만 봐도 즐거웠다.

즐거움도 잠시. 하늘이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경 3km인 엄청난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을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인가? 맵에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이 킬로토아마을인데. 도대체 마을은 어디쯤에나 있는 것일까?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을 거란 생각이 맞았다. 온몸이 비에 젖은 채 킬로토아 숙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숙소엔 벽난로가 피워져 있었고 방에 들어가는 대신 난로 앞에 앉아서 젖어 있는 모든 것을 말렸다. 따스한 난롯가에 앉으니 추위와 비바람 속에 종일 걸었던 수고조차 모두 눈 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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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신리비마을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축제의 한 행사로 전통복장을 입고 춤을 추면서 마을을 돌고 있다. (아래)생애 최고의 커피를 즐겼던 작은 원두막 카페에서 만난 원주민들.

넷째날, 킬로토아호수 트레킹

분화구 바닥까지 내려가 호수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어제 킬로토아 도착 이후로 계속 비가 내린다. 이른 새벽부터 킬로토아호수에 다녀왔지만  어제처럼 호수엔 안개만 가득이다. 체크아웃 준비를 해놓고 다시 킬로토아호수로 향한다. 안개가 걷히기를 바라면서.

킬로토아호수 전망대의 해발고도는 3,910m. 분화구 바닥까지 250m를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꽤 급하다. 30~40분 천천히 걸어서 분화구에 도착할 즈음 기다렸다는 듯 안개가 걷히고 킬로토아호수에 화산의 모습이 드리워졌다. 호수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본다.

아~ 킬로토아호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늘과 구름이 호수에 비치고 뾰족뾰족한 첨탑의 산들이 호수에 몸을 담고 흔들린다.  많은 이들이 카누를 즐기며 호수의 풍경을 더욱 평화롭게 만든다. 안개와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전망대에 올라 킬로토아호수를 사진에 담아야 하는데… 내려가는 길은 그런 대로 걸을 수 있지만 오르는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도가 높으니 숨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당나귀나 말을 타고 오르내린다. 편하게 오르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그래도 나는 땅을 밟으며 걷는 게 좋다. 내려오면서 킬로토아호수를 즐감하긴 했지만 오르막이 힘들 때마다 뒤돌아서서 보는 킬로토아는 더욱 멋지다. 내가 흘린 땀의 가치가 더해져서일까?

페루의 비니쿤카도 이와 비슷했다. 오르는 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올랐지만 나는 내 두 발로 올랐고, 정상까지 두 발로 걸으면서 즐겼다. 킬로토아전망대에 올라 호수 전체를 한 장의 사진에 담고서야 긴장이 풀렸다. 이 한 장의 사진 뒤에는 3박4일동안 걸었던 킬로토아 트레일의 모습들이 숨어 있다.

그 길을 걷고 싶어서 에콰도르에 왔고 라타쿤가에 왔고 그리고 드디어 그 길을 걸었다. 트레일 정보가 너무 없어서 답답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3박4일간 걸었던 그길은 아주 평범한 시골길.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순박한 인디헤나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 사이를 걷는 길이었다. 그 길은 마치 하늘 아래 첫 동네를 만난 느낌이었다. 마치 볼리비아의 소라타를 찾았을 때처럼. 나는 북적북적한 도시보다는 조용하고 사람 냄새나고 그곳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시골이 참으로 좋다. 매일 오후엔 빗속을 걸었음에도 너무나 행복했다. 싱그런 초록의 향내를 원 없이 느끼고 향유했던 4일간의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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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정보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는 그리 많지 않은 글이었음에도 모두들 길찾기가 쉽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길은 맵스미를 보고 따라갔는데 90% 정도는 정확했다. 간혹 기존 길이 없어지거나 새롭게 길이 생긴 곳도 있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조금 큰 길sendero에서 아주 좁은 오솔길로 들어설 때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서 몇 번을 지나쳤다가 다시 찾았지만 그리 많이 헤매지는 않았다. 그 외에는 길 찾기가 수월했다. 여기에 쓴 트레일 시간은 엄청나게 사진을 찍으면서 쉬엄쉬엄 걸어간 것이라서 누가 걷더라도 이 시간보다 더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1일차 라타쿤가->식초스 버스 이동 약 2시간 30분 소요
         이동경로 식초스-이신리비
         고도 2,850m-2,500m-2,950m
         이동시간 12:30-17:00(4시간 30분)
         이동거리 약 12.7km

2일차 이동경로 이신리비-토아치 캐니언 전망대-축칠란
         고도 2,950m-2,650m-3,175m
         이동시간 09:40-17:20(7시간 40분)
         이동거리 약 14km

3일차 이동경로 축칠란-구아야마-킬로토아
         고도 3,175m-2,975m-3,900m
         이동시간 07:40-14:30(6시간 50분)
         이동거리 약 14km

4일차 킬로토아호수 트레킹


■주의점

1. 충분한 간식과 물 준비

대부분 트레일 중간에 식사를 할 식당이나 가게는 찾기 어렵다. 드문 드문 인가만 있다.

2. 비를 대비한 우비 준비

고산지대라 수시로 비가 오고 날씨가 변한다.
비닐로 된 우비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좁은 길엔 잡목이 많아서 비닐은 쉽게 찢어진다.

3. 숙소 예약

숙소가 많지 않다, 특히 이신리비엔 호스텔이 딱 2개이고 다른 숙소도 없다. 트레일을 출발할 때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식초스까지 되돌아갔다가 다음날 이신리비로 와서 트레일을 계속했다.

4. 트레일시작시간

가능한 오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산지역은 오후엔 비가 자주 온다. 대부분이 3,000m 전후의 고산인데다 킬로토아 호수 가까이 갈수록 고도는 점점 높아져서 4,000m에 가깝다.

■킬로토아 루프의 대표적 도시들

이신리비Isinliví, 식초스Sigchos, 축칠란Chugchilán, 라구나 킬로토아Laguna Quilotoa, 줌바우아Zumbahua, 티구아Tigua,  푸히리Pujili 등
출처 | 월간산 581호
등록일 : 2018-03-12 14:48   |  수정일 : 2018-03-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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