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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역사의 미국 원조 장거리 애팔래치안 트레일

글·사진 | 이하늘 두두부부(두 바퀴 두 다리로 세계 여행하는 부부)

미국 동부를 사선으로 잇는 3,502km,
울창한 숲과 체력을 시험하는 산봉우리의 연속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하 AT)은 미국 동부를 종단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애팔래치아산맥을 따라 이어진 총 3,502km의 산길이다. AT는 조지아주부터 시작해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메릴랜드, 웨스트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햄프셔를 지나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14개 주를 관통한다. 
 
AT는 PCTPacific Crest Trail, CDTContinental Divide Trail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장거리 트레일로 손꼽힌다.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AT는 가장 먼저 조성된 트레일이다.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지난 2017년, 트레일 탄생 80주년을 맞았다. 미국 3대 트레일을 모두 완주하는 것을 ‘장거리 하이킹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of Hiking’이라 하며, 세 트레일을 완주한 하이커를 ‘트리플 크라우너’라 부른다. 한국인 트리플 크라우너는 양희종씨를 비롯해 한 명의 남성이 더 있다.
 
장거리 트레일은 진행 방향에 따라 노스바운더North-bounder와 사우스바운더South-bounder로 구분할 수 있다. AT 최남단인 조지아주 스프링어 마운틴Springer Mountain에서 시작해 북쪽을 향해 걷는 노스바운더들은 대개 3월부터 4월 중순에 출발한다. 반면 메인주의 마운트 카타딘Mount Kathahdin에서 시작해 남쪽을 향해 걷는 사우스바운더들은 6월 말과 7월 중순에 AT 여정을 시작한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 길을 모두 걷는 데 대개 5~6개월이 걸리는데, 우리 ‘두두부부(양희종·이하늘)’는 2017년 4월 27일 스프링어 마운틴에서 여정을 시작해 146일 뒤인 9월 19일 종료지점인 마운트 카타딘에 도착했다.
 
AT의 시작, 스프링어산
 
남쪽 출발지인 스프링어산은 조지아주의 중심 도시인 애틀랜타에서도 130km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AT를 걷는 하이커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애틀랜타에서 스프링어 마운틴까지의 셔틀서비스가 많아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어떤 셔틀서비스의 경우 애틀란타 공항까지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스 스프링역North Spring Station에서 출발한다. 노스 스프링역은 기차와 전철, 버스가 집중되는 애틀랜타의 교통 중심지다. 셔틀 서비스 금액은 기본 60~70달러에서 150달러 정도까지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저렴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을 수소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로 이동한 후, 스프링어산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미카롤라 폴스 스테이트 파크Amicalola Falls State Park에 위치한 방문자센터Visitor Center 옆길을 따라 스프링어산에 오르는 방법이다. 약 14km인데, 사실상 AT에 속하지 않은 구간이라 걷지 않아도 되는 거리를 걷는 셈이다. 둘째는 스프링어산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올라가는 방법이다. 주차장에서 약 1.6km 정도 올라가면 스프링어산에 도착한다.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아미카롤라 폴스 스테이크 파크에서 스프링어산 주차장에 이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경사의 비포장길이라, 간혹 셔틀차량이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스프링어산 정상에 오르면 AT의 시작점을 알리는 동판과 AT 조성에 힘쓴 밴톤 맥카예Benton MacKaye의 모습이 조각된 동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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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딘산(Mount Katahdin) 정상. 신비로운 운해 덕분에 완주의 기쁨이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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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답게 AT의 트레일 정비는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때로는 자연그대로의 강을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다.

퍼밋Permit
 
AT를 걷기 위해 별도의 허가증Permit을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국립공원National park의 경우 1박 이상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증을 미리 신청해야 한다. AT 경로에는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국립공원Great Smokey Mountains National Park, North Carolina & Tennessee와 셰난도아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 Virginia이 있다.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국립공원은 인터넷을 통해 허가증을 사전 신청한 뒤, 프린트해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일반 하이커들에 비해 AT 하이커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허가증을 구입할 수 있다. 8일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밋은  20달러다. 셰난도아국립공원은 트레일 입구에서 신청해야 하며, 허가증을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편안한 밤을 위하여
 
트레일에서 잠을 자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숙영지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경량을 추구하는 장거리 트레일이기에 대개 1~2인용 텐트나 타프 등을 이용한다. AT는 PCT와 CDT와 달리 울창한 숲을 계속 만나게 된다. 때문에 나무를 이용해 해먹을 활용하는 하이커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둘째, 쉘터Shelter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쉘터’란 통나무로 만든 개방형 쉼터다. 트레일을 따라 짧게는 2~3km에서부터 길게는 20km정도 간격을 두고 수많은 쉘터가 설치되어 있다. 쉘터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쉼터는 물론이며 잘 다져진 텐트 사이트, 곰 케이블과 물, 수세식 화장실 등이 있어 좀더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더불어 다른 하이커들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다.
 
AT 하이커들의 축제, 트레일 데이즈
 
원조격의 장거리 트레일인 만큼, 장거리 트레일 문화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출발지점에서 3,500km 대장정을 시작하는 하이커를 위한 행사는 물론이고 트레일과 인접한 마을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는데, 가장 대표적인 문화 행사가 버지니아의 다마스커스Damascus에서 열리는 트레일 데이즈Trail Days이다.
 
트레일이 마을을 관통해 지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버니지아의 다마스커스 역시 그런 마을이다. 트레일 데이즈는 매년 5월 중순 혹은 하순에 2~3일 동안 열린다.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참여해 부스를 운영하고 음악제, 공연, 퍼레이드 등이 개최된다. 평소에는 아주 한적한 마을이지만, AT를 걷는 수많은 하이커들과 그 가족들, 이 길을 걸었던 하이커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엄청난 규모의 축제다.
 
무엇보다 한 해의 AT 하이커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로, 각양각색의 하이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다. 이 행사 날짜는 매년 초 결정되며, 이에 맞춰 AT 스케줄을 계획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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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남부 구간에서 가장 큰 참나무. 수령 300년 이상이며 나무줄기 하나하나가 압도적인 크기이다(왼쪽). AT는 최단 코스로 치고 오르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경사의 산길을 올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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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하이커들이 가장 멋진 장소로 손꼽는 곳 중 하나인 맥아피놉(McAfee Knob, Virginia). 엄청난 규모의 바위가 절벽 끝에 튀어나와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조심 또 조심, 틱(진드기) 조심!
 
AT를 시작하기 전, 우리가 제일 많이 들었던 조언은 ‘틱tick, 진드기을 조심해라’는 것이다. 야생 진드기를 지칭하는 틱은 습한 기후와 울창하게 우거진 미국 동부의 자연환경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모든 진드기가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진드기 중 4분의 1가량이 특정 균을 가지고 있는데 물리면 라임병Lyme disease에 걸리게 되며 추가 감염을 유발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주로 이런 진드기는 사슴이나 작은 설치류의 몸에서 사람에게 균을 옮기는데,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해 사람 몸에서도 겨드랑이나 배꼽, 사타구니 쪽을 물어 발견하기 어렵다. 진드기는 무척 작고 사람을 물 때 큰 통증이 없기에 트레일을 걷는 동안 수시로 물린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라임병을 동반한 진드기에 물리게 되면 물린 자국이 점차 크기가 커지고 검붉게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검붉은 자국은 가운데부터 하얗게 변해 마치 과녁 모양이 된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얼른 마을로 내려와 깨끗하게 샤워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방치하면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하이커들의 나침반, 화이트 블레이즈
 
PCT와 CDT의 경우 고유의 트레일 마크를 이용해 길 안내를 해주는 반면, AT의 경우 ‘화이트 블레이즈White Blazes’라고 불리는 마크가 길을 안내한다. 가로 5cm, 세로 15cm가량의 흰색 페인트로 나무, 바위 등 트레일 곳곳에 표시된 화이트 블레이즈를 따라 걸으면 GPS나 지도를 참고하지 않아도 길을 헤맬 염려가 없다. AT를 걷다 보면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질 만큼 많은 화이트 블레이즈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16만 5,000개에 달한다.
 
간혹 한 나무에 화이트 블레이즈 두 개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갈림길에서의 방향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두 개의 화이트 블레이즈 중 위쪽에 위치한 화이트 블레이즈가 왼쪽으로 되어 있으면 왼쪽 길로, 오른쪽으로 벗어나 있으면 오른쪽 길로 향하면 된다.
 
화이트 블레이즈 외에 하늘색으로 칠해진 블루 블레이즈Blue Blaze도 하이커들에게 길을 안내해 준다. 공식적인 AT에서 벗어난 갓길, 쉘터, 물이 나오는 샘터, 뷰포인트, 우회로 등을 안내해주는 표시다.

AT의 자연과 날씨
 
PCT와 CDT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만날 수 있는 반면, AT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연 풍경과 기후를 마주하게 된다. 미국 동부 특유의 울창한 숲과 깊은 산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하루에도 몇 개의 산을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수목한계선을 넘는 높은 고도까지 오르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백두대간 종주처럼 가파른 산길이 잦지만, 트인 곳이 드물어 정상에서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흠이다.
 
AT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해발 2,024m의 클링만스 돔Clingmans Dome으로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국립공원에 있다. 반면 가장 낮은 지점은 해발 37m의 베어 마운틴 스테이트 파크Bear Mountain State Par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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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과 울창한 숲은 AT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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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에서 자주 마주치는 와일드포니(Wild Pony).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기후와 비슷하여 비가 잦은 편이며 습하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유난히 비가 잦았는데, 우리가 걸었던 날들을 되짚어보면 초반에는 5일가량 비가 오고 하루 정도 맑았다가 다시 비오는 날씨가 반복되었다. 맑은 날에도 울창한 숲 속을 걸을 때가 대부분이라 햇볕에 피부가 그을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뉴 햄프셔에 위치한 워싱턴산Mount Washington의 경우 날씨가 급변하기로 유명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1934년 4월에는 마운트 워싱턴 정상에서 시속 372km/h의 바람이 기록되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날씨라 기록되어 있다. 어떤 날은 엄청난 바람으로 성인이 앞으로 도저히 나아가지 못하며, 5~6월에도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3,500km의 마지막, 카타딘산
 
우리는 AT의 남쪽에서 시작해 북진했기에 종착지는 카타딘산Mount Kathadin의 벡스터봉Baxter Peak이었다. 마지막 보급지인 아볼 브리지Abol Bridge에서 24km가량 떨어져있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AT 여정을 끝내고 마을로 가기 위해 마운트 카타딘에서 다시 8km를 내려와야 하므로, 하루에 걷는 거리가 30km가 넘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 8km 구간이 상당히 가파르고 험한 곳이라 평소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한다. 우리 경우 8km를 남겨두고 마지막 쉘터에서 잔 뒤, 마운트 카타딘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방법으로 AT를 마무리했다.
 
AT의 가장 마지막 쉘터는 버치쉘터The birches lean-tos & campsite인데 AT 하이커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쉘터 부근의 사무실에 1인 10달러를 지불하고 이용하면 된다. 버치쉘터부터 3km가량은 길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 완만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직벽 같은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양 팔을 끊임없이 이용해 바위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암릉구간이다.
 
난코스인 암릉 구간의 끝에서 AT의 마지막 표식을 만나게 된다.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표지목에는 ‘카타딘’, ‘벡스터피크’라고 적혀 있으며,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북쪽 끝지점’이라 되어 있다.

AT 완주증 신청
 
3,502km의 AT를 완주하면 ‘확인증서’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AT의 전반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ATCAppalanchian Trail Conservancy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개인정보와 출발 날짜와 지점, 도착 날짜와 지점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일련의 확인 절차를 거쳐 AT 장거리 트레일을 완주했다는 인증서와 AT 마크의 패치, 2,000마일러miler 패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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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산 580호
등록일 : 2018-02-13 09:29   |  수정일 : 2018-02-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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