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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꽃향유...해 바뀌기 전에 봐야 하는 ‘가을 향기 풍기는 꽃’

글 | 박정원 월간산 부장대우   사진 | 문순화 작가

식물체 전체서 향기 내뿜어… 곤충 많이 찾아 밀원식물로 활용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식물학자 고 이영노 박사, 난 사진작가 이경서씨, 야생화 사진작가 문순화씨, 이렇게 세 사람이 제주도에서 식물조사를 하며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공통 관심사는 오로지 식물과 꽃뿐. 1999년 11월 그날도 대화 없이 차창 밖으로 스치는 식물과 꽃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들이 성판악 방향으로 가는 도중 백야의 오름 위로 보랏빛 꽃들이 광채를 발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법한데 이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투시력을 가진 듯했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저게 뭐냐?”며 급히 방향을 돌렸다. 보랏빛 광채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보랏빛 꽃을 활짝 피운 꽃향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모양이 조금 달랐다. 난쟁이 같았다. 보통 꽃향유는 키가 50cm가량 자라지만 백야의 오름에서 본 꽃향유는 10cm 남짓했다.

이 박사가 감탄하면서 환호했다. 평소 과묵한 이 박사가 환호할 정도면 ‘예사 식물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문 작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후 이 박사는 ‘한라꽃향유’라는 새 종을 발표했다. 또한 흰색 꽃을 피우는 ‘흰한라꽃향유’라는 종도 발표하는 개가를 올렸다. 꽃향유에 대한 학명은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이름으로 등재됐지만 한라꽃향유는 이영노 박사 이름으로 올렸다.

깊어가는 가을 들판에 보랏빛 꽃으로 눈길을 끄는 꽃이라 해서 꽃말이 추향(秋香)이다. ‘가을 향기를 풍기는 꽃’이라는 말이다. 다른 꽃말은 ‘회한’ 또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 등이다. 꽃향유의 꽃이 한쪽 방향으로만 피기 때문에 유래한 꽃말이다.

꽃에서 향기가 나기도 하지만 식물체 전체에서 향기를 내뿜는다. 일종의 허브 같은 향기다. 독특한 향기에 이끌려 나비·벌 등 온갖 곤충이 모여든다. 꽃향유의 영어 이름이 ‘shiny mint’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꽃향유는 꿀이 많고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양봉농가에 밀원식물로 이용된다. 꽃이 거의 없는 초겨울까지 피어 있어 늦게까지 활동하는 곤충들에게 필요한 양식창고가 되는 식물이다.

등산을 하다가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 꽃향유 잎을 따서 씹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꽃에서 나오는 향기도 향기지만 대부분의 꽃들이 시들고 낙엽을 떨어뜨리는 시기까지 꽃을 피워 꽃이 없는 시기에 아쉬움을 달래주는 꽃이다.

해가 바뀌기 전에 실컷 봐야 하는 꽃이다. 올 한 해를 회한 없이 과거를 묻지 않을 정도로 살았는지 돌아보려면 지금 어느 들녘이나 산자락으로 나가보라. 지천으로 널린 꽃향유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라꽃향유는 물론 한라산에서 서식하는 한라산고유종이다. 국내 꽃향유 종류만 12종이나 된다. 꽃색이 좀더 연한 자주색을 띠는 향유, 잎이 가는 가는잎향유, 흰꽃이 피는 흰꽃향유, 키가 4cm 이하로 자라는 봄향유 등이 있다.

한라꽃향유 군락지를 이 박사와 함께 일찌감치 발견한 문 작가는 2년 뒤 잘 자라고 있는지 다시 그곳을 찾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마치 쑥대밭이 된 듯 띄엄띄엄 몇 개체밖에 남아 있질 않았다. 이게 한국 야생화 애호가들의 현 수준일까, 아니면 남벌꾼들의 소행일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문 작가는 그 뒤에 다시 찾지 않았다.

도감에 소개된 한라꽃향유는 다음과 같다.

‘한라산 특산이며, 꿀풀과의 한해살이풀. 길이는 7~15cm 정도 자란다. 제주에서 오름뿐만 아니라 야트막한 언덕의 풀밭이나 길가라도 햇볕이 드는 곳이면 만날 수 있다. 꿀풀과의 식물들이 대부분 향기가 강한 것처럼 식물체 전체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그 향기로 각종 식품과 향료의 재료로 사용한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달걀 모양이며, 표면에 털이 있다. 꽃은 자주색이고, 줄기와 가지 끝에 납작한 이삭꽃차례를 이룬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향유香薷라 하여 해열, 이뇨, 복통, 종기 치료에 이용한다. 증식은 씨앗으로 하면 발아가 잘 된다.’
 
학명 Elsholtzia hallasanensis Y.N.Lee
 
생물학적 분류
피자식물문Angiospermae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꿀풀과
향유속Elsholtzia

문순화 생태사진가 문순화(83세) 원로 생태사진가는 2012년 13만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정부에 기증했다. 평생에 걸친 과업이라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누고픈 마음이 나를 흔들림 없이 이끌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본지는 환경부와 문순화 선생의 도움으로 ‘한국의 야생화’를 연재한다.
출처 | 월간산 577호
등록일 : 2017-12-07 10:05   |  수정일 : 2017-12-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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