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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김밥 - 영양 보따리 김밥은 하늘이 준 선물

글 | 정수정 음식칼럼니스트

▲ 이 집의 별미, 다시마김밥
소풍날이면 아이들보다 더 설렜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얀 밥 위에 노란 달걀지단, 초록 시금치나물, 주황 당근볶음을 가지런히 올리고 쫀득한 우엉조림이랑 고슬하게 볶은 소고기를 올려 꼭꼭 야물게 마는 손끝에 정성을 모았다. 엄마표 도시락을 건네받은 아이들의 즐거운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행복했었다. 식구들이 모두 나간 텅 빈 점심엔 수제비 한 냄비로 동네 엄마들을 모았다. 별것 아니지만 주부 9단의 솜씨는 푸짐하고 맛난 수다로 이어지곤 했었다.
   
   서울 방배동 카페골목 안쪽 끝자락 ‘서호김밥’ 대표 이혜주(61)씨의 오래전 이야기다. 30대 중반까지 평범한 주부였던 이씨는 제일 자신 있었던 소고기 김밥 메뉴로 1992년 김밥전문점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김밥집이 드물던 시절이었다.
   
   “부업 삼아 잠깐 한다는 것이 어느덧 이 자리에서 25년을 훌쩍 넘겼어요.”
   
   아이들 소풍 도시락 싸는 마음으로 말아낸 이씨의 김밥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집은 많은 연예인들이 아끼는 집이기도 하다. MC 신동엽, 가수 민해경·유열, 배우 한혜진 등이 자주 찾는다.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차승원씨는 20대 모델 시절부터 단골이다.
   
   줄 서서 김밥을 기다리는 손님들 덕분에 그동안 여행 한 번 맘 놓고 가기 어려웠지만 김밥집에 바친 인생에 후회는 없다. 이씨는 오로지 정성과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체인점 프러포즈를 숱하게 거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웬만한 각오로는 김밥 맛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테이블 몇 개 안 되는 아담한 가게는 김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늘 복닥복닥한 분위기다. 한창 시간엔 포장 손님들까지 길게 줄을 늘어선다. 좁은 주방에서 김밥을 마는 직원도, 어깨를 맞대고 추억을 이야기하며 먹는 손님도 모두가 한가족 같은 정겨운 분위기다.
   
   자리에 앉아 보리와 결명자, 옥수수를 섞어 끓인 구수한 물맛에 반할 즈음 납작한 옹기그릇에 김밥을 담아 내준다. 이 집 김밥은 알록달록 알찬 속과 더불어 김밥 굵기에 절로 흐뭇해진다. 김밥 한 조각만 넣어도 입안이 꽉 찰 정도 크기로, 한 줄에 한 공기 분량의 밥을 넣고 만다고 한다.
   
   메뉴는 서호소고기김밥을 비롯해 참치, 치즈, 다시마, 유부, 옛날김밥 등 다양하다. 이씨가 지난 25년간 직접 연구해서 손님들 반응을 일일이 거쳐 나온 메뉴들이다. 수제비와 라면볶이, 떡볶이 등 분식류도 추가해 김밥과 곁들여 풍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 대표 지철호·이혜주씨 부부

   화학조미료 일절 사용하지 않아
   
   이 집의 대표메뉴는 서호소고기김밥. 창업 때부터 히트 친 메뉴로 인기가 꾸준하다. 생양파와 깻잎으로 산뜻한 향을 살린 참치김밥도 인기가 대단하다. 특이한 점은 다른 집처럼 참치에 마요네즈를 섞는 게 아니라 따로 뿌려 먹게 한다는 것. “밥에 마요네즈가 녹아서 흐르는 점을 보완한 거죠.” 참치김밥용으로 테이블에 마요네즈소스를 두었더니, 손님들이 소고기나 다시마 등 다른 김밥에도 뿌려 먹으면서 꿀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밥 맛이 워낙 담백하기에 마요네즈소스와 환상 궁합을 이루는 것.
   
   이씨는 몇 년 전부터 가게 일을 돕고 있는 남편 지철호(65)씨의 권유로 다시마김밥을 개발했다. “다시마 특유의 향과 미끈거림을 보완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각고의 연구 끝에 시판하게 된 다시마김밥은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한 달걀지단부터 달착지근한 다시마채조림, 상큼한 오이까지 맛있는 웰빙 건강식으로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
   
   김밥은 종류별로 다양한 맛을 자랑하지만 어느 것을 맛보아도 김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신선한 채소의 식감과 갓 짜낸 참기름의 고소한 뒷맛이 기가 막히다. 짜지 않고 담백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건강한 이 맛에 매일같이 서호김밥으로 한끼를 채우는 손님들이 많은 것일까! 혼자 사는 어르신부터 식사 준비가 어려운 아기엄마 등 혼밥을 먹어야 하는 이들 중에 이 집 매니아가 많다고.
   
   김밥만큼 가성비 좋은 음식도 드물다. 정성스러운 속 재료에 밥이 들어 있으니 먹고 나서 속 부담이 적고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사실 가정에서 김밥을 말아 보면 정말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도 김밥은 값싼 간편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임대료와 인건비가 올라도 가격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그런 고충 속에서도 이혜주씨의 원칙은 창업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요즘엔 공장에서 나온 김밥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점들이 많지만, 아무리 수고로워도 가락시장 단골가게에서 25년간 가장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아 서호김밥만의 레시피대로 직접 조리한다. 냉동·냉장차로 대량 공급되는 공장표 식자재로는 서호김밥 고유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할 때는 어떠한 메뉴에도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간장과 설탕, 소금, 참기름 등 가정에서 쓰는 일반 양념들로만 조리한다. 대신 음식 하나하나에 이 대표의 숨은 비법이 담겨 있다. 단무지 하나도 그냥 쓰지 않는다. 월계수잎에 절여 향긋함이 배게 하는 식이다.
   
   김은 더 비싸도 꼭 무염산 처리한 장흥산 재래식 김밥용 김을 고집한다. 식용염산 처리한 김도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밥의 핵심은 좋은 쌀이다. 밥맛이 좋아야 김밥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에 이천 쌀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하고 혹여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반품할 정도로 정밀하게 검품한다. 쌀도 참기름도 매일 필요한 만큼씩 들여와 가장 신선한 것을 소비자가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서호김밥 주방에는 창업 때부터 함께해온 오래된 직원들이 많다. “40대에 오셔서 얼마 전에 칠순잔치한 직원이 있어요. 오랫동안 함께하니 가족 같은 관계가 되었죠.” 하루 종일 김밥을 마는 일은 생각보다 고생스럽다. 가족과 같은 마인드의 직원들이 잘 도와주었기에 오늘의 서호김밥이 있다고 이씨는 강조한다.
   
   “백화점에 매장을 운영하면서 청결이나 식자재 관리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동네 작은 김밥집으로 시작한 서호김밥은 이제 여러 백화점에서 러브콜을 받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지점 역시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관리가 제대로 되어야 하기 때문. 현재 맨 처음 인연을 맺은 H백화점의 압구정, 미아, 목동점에 직영점을 두고 아들 지영윤(39)씨와 교대로 출근하며 운영하고 있다.
   
   “김밥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선물이에요. 많은 분들이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제 김밥 드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등록일 : 2017-10-06 오전 11:21:00   |  수정일 : 2017-09-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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