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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기행ㅣ부산·남해 봄멸치&제주 소라]
‘봄 맛통령’ 멸치와 소라의 남해 복귀를 환영합니다

글 | 손수원 월간산 기자   글 | C영상미디어

거친 제주 바다 속에서 사는 활소라, 살 단단해 씹는 맛 일품

“멸치 주제에 생선 노릇하고 있네!”

“네가 대통령이면 멸치도 생선이다!”

멸치는 억울하다. ‘보잘 것 없는 주제에 있는 척한다’는 말에 하필이면 멸치가 끼었다. 멸치는 엄연한 생선이다. 멸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몸집이 작다고 ‘생선라인’에서 업신여겨지니 멸치로서는 참 억울할 만도 하다.

우리 식탁에서도 멸치는 ‘조연’이다. 국물을 우려내는 데 사용하고 버리거나 조림, 젓갈을 담가 반찬으로 먹는 정도로 쓰인다. 구이나 회, 무침으로 만들어져 밥상과 술상에 당당하게 주연급으로 오르는 다른 생선들에 비하면 그 역할이 적다. 하지만 봄철 남해로 가면 멸치도 당당한 주연으로 인정받는다. 바야흐로 ‘봄멸’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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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해에서 봄에 잡히는 멸치는 몸 크기가 10~15cm에 달하는 대멸이다.

기름기 좔좔 살집 오르는 봄멸치

난류성 어종인 멸치는 남해에서 연중 잡히지만 4~6월에 잡히는 멸치를 으뜸으로 친다. 겨울에 비교적 따뜻한 외해에 머물다가 봄이 되면 연안으로 몰려오는데 이 시기에 기름기가 많고 영양가도 높다. 겨울에 잡히는 멸치는 살은 적지만 지방질이 적어 좀더 담백한 맛이 난다.

따뜻한 물을 따라 동해에서 남해, 서해까지 떠돌아다니다 보니 멸치를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경상도에서는 메르치 또는 멜따구 등으로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맬, 며루치라고 부른다. 제주도에서는 맬 또는 행어(行魚)라고 부르며 강원도에서는 이리꾸라고 부르는데 이는 ‘마른 멸치’를 뜻하는 일본어 이리코(いりこ)에서 나온 말이다.
 
어쨌든 봄철 멸치의 본거지는 남해안이다. 이 무렵 부산 기장 연안을 비롯한 남해안 바다에서는 멸치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멸치는 수온이 높은 수면 바로 아래에 떼를 지어 다닌다. 비늘이 햇살에 반사되어 멸치떼가 움직이는 것은 마치 커다란 돌고래가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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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에서 유자망으로 잡은 멸치를 터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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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회를 초무침하면 술안주로 그만이고 밥에 비벼 먹어도 별미다.

봄이 시작되면서 잡히는 봄멸치는 크기가 10~15cm에 달하는 ‘대멸’이다. 제법 생선 노릇을 해 멸치회는 물론 구이, 찌개로도 먹는다. 멸치가 식탁을 지배하는 순간이다.

멸치를 잡는 방법은 몇 가지 있다. 고깃배들이 멸치떼를 따라 다니면서 잡는 ‘유자망(流刺網)’과 ‘기선권현망(쌍끌이)’ 방식이 있고, 멸치떼가 이동하는 바다 길목에 미리 그물을 쳐놓는 ‘정치망(定置網)’ 방식이 있다. 기선권현망 어업은 4~6월이 금어기이지만 유자망과 정치망은 연중 조업이 가능하다. 

부산 기장에서는 유자망 어업을 하는데 전국 유자망 멸치 어획량의 70%를 차지한다. 유자망은 멸치떼가 몰려다니는 곳에 그물을 내려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는 것이다. 멸치는 직진만 하기 때문에 그대로 그물에 머리를 박고 스스로 걸리게 된다. 치어는 빠져나갈 수 있게 그물의 간격을 두는 덕분에 금어기에서 제외된다.

배를 띄워 그물을 널어 멸치가 잡히면 그물을 거두어 항구로 돌아온다. 이제 할 일은 멸치를 분리하는 멸치털이(탈망작업)이다. 우리가 빨래만 털어도 힘이 드는데 1km에 달하는 그물을 30여 개나 털어야 하는 멸치털이 작업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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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상하지 않은 멸치는 횟감이나 구이용으로 팔리고 대가리가 떨어지거나 몸이 상한 멸치는 말리거나 젓갈을 담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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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회초무침으로 먹지만 갓 잡은 대멸은 그대로 포를 떠 회로 먹어도 맛있다.

어민들은 힘든 멸치털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귀한 구경거리다. 10여 명의 어부들이 비옷을 입고 일렬로 늘어서 후리소리에 맞춰 그물을 털면 은빛 멸치가 공중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봄철 멸치털이가 시작된다는 소문이 나면 귀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총출동한다.

멸치털이를 더욱 신명나게 하는 것은 “어야디야~ 하나 둘~” 등으로 부르는 후리소리다. 어선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후리소리에 맞춰 그물을 털며 멸치가 춤을 추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민속놀이다.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대변항에서는 기장멸치축제가 열린다. 맛좋은 봄멸치 요리는 물론, 멸치털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부산 기장이 유자망 방식으로 멸치를 잡는다면 남해군에서는 ‘죽방렴(竹防廉)’ 방식으로 멸치를 잡는다. 죽방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원시어업 방식이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곳에 V자로 말뚝을 박아 길을 만들고 그 끝에 둥근 모양의 대나무 그물(임통)을 만든다. 임통은 밀물 때는 문이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힌다. 당연히 한 번 임통 안으로 들어온 멸치는 다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민들은 편하다. 하루 두세 번 임통에 들어가 뜰채로 멸치를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 그물로 잡은 멸치는 금세 죽고 터는 과정에서 몸이 상하기 일쑤지만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자연 그대로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다. 게다가 죽방멸치는 거센 물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해 멸치 중 최고급으로 꼽는다.

남해군 창선면 창선교 아래에는 20여 군데의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죽방렴은 금어기가 없지만 어민들 스스로 12월부터 3월까지 멸치를 잡지 않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죽방렴 어업을 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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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이 잡아온 소라를 선별하고 있다. 제주도 전 지역에서 허가 받지 않고 소라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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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와 각종 해물을 넣어 만든 소라물회.

 
생멸치로 회무침, 구이 등 요리

부산 기장이나 남해나 봄멸치를 내는 방식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것이 멸치쌈밥과 멸치회, 멸치구이다. 멸치쌈밥은 멸치육수에 묵은지와 고추장을 넣어 끓인 멸치찌개를 곁들여 쌈을 싸먹는다. 통통한 봄멸에 채소쌈까지 입안에 봄이 가득 찬 느낌이다.

큼지막한 멸치를 포 뜬 후 상추, 미나리 등을 넣고 고추장과 막걸리식초로 팍팍 버무리면 술안주로 그만인 멸치회(초무침)가 완성된다. 평소 조림으로 먹던 마른멸치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어른 손가락만 한 크기의 봄멸치의 육질은 여느 바다생선 저리가라 할 만큼 찰지고 쫀득하다. 소주와 막걸리를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은 냉동기술이 발달해 멸치쌈밥은 사철 맛볼 수 있다지만 멸치회는 싱싱함이 관건이기에 이 시기가 아니면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없다.

멸치요리의 정점은 구이다. 멸치를 구워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이때는 가능하다. 통통한 멸치를 석쇠에 올리고 굵은 소금을 뿌려 노릇하게 굽는 멸치구이는 가을 전어구이 만큼이나 고소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여러 멸치 요리 중에서도 이 멸치구이를 봄철 술안주 중 으뜸으로 꼽는다.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 북항 일원에서는 5월 중 ‘보물섬 미조항멸치&바다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부산 기장 대변항이나 남해 창선대교 근처로 가면 멸치요리를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부산 대변항에서는 장군멸치회촌(051-721-2148), 할매횟집(051-721-2483) 등이 있으며, 남해에는 배가네멸치쌈밥(055-867-7337), 바래길멸치쌈밥(055-867-9800), 우리식당(055-867-0074)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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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소라는 속살을 꺼내 그대로 썰어 먹으면 바다 향이 고스란히 입안에 전해진다.

제주 바다의 봄내 가득 담은 활소라

남해안에 멸치가 제철이라면 제주도엔 소라가 제철이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소라는 ‘활소라’이다. 다른 바다의 소라들과는 달리 거센 조류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을 견뎌내기 위해 돌기(뿔)가 돌출되어 있어 ‘뿔소라’라고도 부른다. 제주도 지역에서는 ‘구쟁기’라 부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주에서 잡은 활소라도 잔잔한 물에 넣어 키우면 이내 뿔이 사라지고 반반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돌 많고 파도 많은 제주 앞바다에서 살아남기가 그렇게 어려운 모양이다.

제주도에서도 우도에서 나는 활소라를 최고로 친다. 크기도 크고 속살도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도에서는 어린 소라의 종패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서 잡히는 소라는 모두 자연산이다. 활소라는 양식을 할 수 없기에 시중에 유통되는 활소라는 모두 해녀들이 직접 바다 속에 들어가 캐온 자연산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 바다에는 소라가 지천이었다. 바다 속에 들어가 손만 뻗으면 잡히는 것이 소라였다. 하지만 여느 해산물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를 지나며 수확량이 절반(3,000t→1,400t)으로 확 줄었다. 그나마 채취한 소라의 70% 정도는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제주소라는 2001년부터 해양수산부의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협별로 한 해 동안 허용된 양만큼만 소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2016년에는 1,642t의 소라만 채취할 수 있었다. 산란기인 6〜8월에는 소라 채취를 금한다.

이처럼 소라 채취에 대해 엄격하다 보니 제주해녀라도 집안잔치에 소라를 함부로 낼 수 없다. 바다에서 잡는 소라는 전량 상품으로 반출되기 때문에 해녀 개인이 소라를 반출할 수 없는 것이다. 제주도 전 지역의 바다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소라를 채취하는 것은 수산업법에 저촉되는 일이기에 해녀라 할지라도 소라를 시장에서 사 먹는 것은 매한 가지다.

소라는 회나 무침, 죽, 무침, 젓갈, 구이 등으로 먹을 수 있다. 제주에서는 활소라를 회로 즐겨 먹는데 이를 ‘구쟁기 강회’라 한다. 표준어로 하면 소라회 정도 되겠다. 껍데기에서 속살을 꺼낸 후 납작납작하게 썰어 초장이나 막된장에 찍어먹는다. 소라를 삶아 썰어내면 소라 숙회가 된다.

이때 소라의 내장은 떼고 먹어야 한다. 내장 안에 복통이나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성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쓸모없거나 불필요한 것을 ‘구쟁기똥’이라고 한다. 이는 소라의 내장을 일컫는 것으로 현지에서도 소라 내장은 먹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귀한 ‘밥도둑’ 소라젓갈

소라구이도 별미다. 소라 입구가 위로 향하도록 해서 석쇠 위에 올리고 약한 불로 굽는다. 바닷물의 짠내와 소라 내장에서 나오는 수분이 짭짤한 맛을 내 소라의 바다향을 더한다. 소라 속살에 된장, 고추장, 식초를 넣어 시원하게 말아 먹는 물회도 입맛 돋우는 요리다.

제주도에서는 활소라로 젓갈(구쟁기젓)을 담가 먹는다. 활소라의 속살이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 이때 전복 내장인 ‘개웃’을 으깨 넣는 것이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염장한 젓갈은 몇 달간 숙성발효시켜 먹지만 소라젓갈은 만들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냉장고에 보관해 먹을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두면 상한다.


집에서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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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멸치회무침

재료(4인분 기준)  봄 생멸치 250g, 고춧가루 1큰술 반, 미나리 100g, 청양고추 2~3개, 오이 반 개, 깻잎 10장, 초고추장(고추장 3큰 술, 매실청·감식초 1큰술씩, 물엿 2큰술, 통깨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만드는 법 

1 생멸치의 껍질을 벗겨 손질한 후 씻어서 채에 담아 물기를 뺀다.

2 미나리는 4cm 길이로 자르고, 오이는 반으로 잘라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고추는 어슷 썰고 깻잎은 반으로 잘라 채 썰면 먹기 좋다.

3 물기를 뺀 멸치를 그릇에 담고 고춧가루로 먼저 버무린 다음 손질한 채소를 넣는다. 

4 미리 만들어둔 초고추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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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식 소라젓갈 만들기

재료  활소라 1kg, 개웃(전복내장) 약간, 청양고추 2개, 쪽파, 부추, 고춧가루 2큰술, 소금 1큰술,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소라 내장은 버리고 살을 분리해 소라 양의 15% 정도의 소금을 넣고 절여 소라의 진액을 제거한다.

2 절인 소라를 먹기 좋은 크기로 편 썬다.

3 썬 소라살에 청양고추, 깨, 쪽파, 부추 등을 넣고 고춧가루와 소금으로 간하여 버무린다.

4 전복내장(개웃)을 다져 넣어 다시 한 번 골고루 버무린 후 통깨를 뿌리면 완성.
출처 | 월간산 570호
등록일 : 2017-04-18 09:42   |  수정일 : 2017-04-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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