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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핀 광양 매화… 그 속에 묻히고 싶다

글 | 박정원 월간산 부장대우
필자의 다른 기사 2017-03-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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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가는 첫 축제는 봄이 육지에 처음 도착하는 길목의 강, 섬진강을 곁에 둔 광양 매화마을에서 서막을 연다. 첫 매화가 이곳에서 피고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도 여기서 개최한다.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월 하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조류독감으로 취소됐다. 하지만 매화축제만 취소됐을 뿐 찾는 사람은 왕복 2차선을 일방통행으로 할 정도로 몰리고 있다.
 
주행사장인 광양 매화마을은 한국 최고의 매화군락을 자랑한다. 매화는 자고로 고결한 선비나 정절의 여인을 상징한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이른 봄, 홀로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함으로써 강인한 생명력과 인내, 불의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맑은 향기와 우아한 운치가 있는 꽃은 순결과 절개의 상징으로 널리 애호되기도 했다. 매․난․국․죽 사군자의 제일 선두에 표현될 만큼 늦겨울 홀로 핀 늙은 매화의 고고한 자태를 표현한 그림은 군자의 지조와 절개로 비유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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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백운산 동쪽 자락끝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광양 매화마을은 원래 매화 군락지가 아니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합작품이다. 시아버지 김오천 옹의 재배기술을 전수받은 며느리 홍쌍리(70)씨의 노고가 그대로 스며든 곳이다. 홍쌍리씨의 강인한 생명력과 인내, 순결과 절개로 지켜낸 매화 군락지이기도 하다.
 
매화마을 이야기는 그녀의 시아버지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오천 옹은 17세 때인 1918년 일본에 건너가 13년간의 광부생활로 돈을 모아 섬진강변 백운산 기슭에 밤나무와 매화나무를 집단재배 했다. 광양 매화마을의 시초다. 김 옹은 1960년대 후반 며느리 홍쌍리씨를 맞아 매실 재배기술과 매실식품 상용화 기술을 그대로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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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홍쌍리씨는 23세 때 시집와서 24세부터 백운산 자락 쫓비산 돌산을 손이 호미가 되도록 일군 끝에 지금의 매화동산으로 변신시켰다. 시아버지가 일군 재배지는 원래 145만㎡(43만여 평) 규모였으나 남편이자 김 옹의 아들이 잘못 투자해 80% 이상을 빚쟁이들에게 날려 현재의 16만5000㎡(5만여 평) 면적으로 줄었다.
 
돌산이지만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매화 군락지는 꽃과 산, 강이 멋진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순전히 홍쌍리씨의 손과 땀이 일군 결과물이다. 연약한 한 여인의 불굴의 정신이 매화 군락지 이면에 깃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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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마을에 들어서자 ‘홍쌍리 매실家’라는 커다란 비석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갔다. 수없이 늘어선 장독들이 이채롭다. 이들이 각종 매실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생산되는 매실제품은 30여 종에 이른다.
 
‘홍쌍리 매실家’(청매실농원으로 등록)의 매실 생산은 전국 최고수준이다. 생산량이 2011년 기준 3,544M/T(가공량은 320M/T)이며, 연매출액은 42억 원 정도 된다. 이는 2010년 전국 생산량 37,237M/T의 거의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단일 농가단위로는 다른 농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남 전체 생산량 19,836M/T의 절반가량을 광양에서 생산(8,194M/T)했으며, 광양 전체 생산량의 40%가량을 청매실농원에서 생산한 것이다.
 
매실생산량에서 가늠할 수 있듯 청매실농가의 매화동산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홍쌍리씨의 손길이 깃든 매화단지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3000여개나 되는 전통옹기들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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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매실농원은 양수식물인 매화가 자라기 좋을 뿐 아니라 햇빛을 받은 장독 속의 매실들이 발효하기 딱 좋은 이상적인 장소 같았다. 섬진강 서남쪽, 백운산 동쪽 끝자락으로 사람들의 접근성도 좋았다.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다.
 
매화단지로 첫 발을 딛는 순간 커다란 정자가 나온다. 이곳에선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매화군락과 섬진강, 그리고 마주보는 백운산과 지리산 등 산․수․화가 한 눈에 들어왔다.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눈앞에 펼쳐진 매화동산은 여태 본 숲과 정원과는 규모와 정취면에서 비교가 안됐다. 매화군락 중간중간에 있는 초가집과 기와집, 시비, 법정스님과 매천 황현선생 동상, 정자 등은 운치를 더했다.
 
한 발짝 더 옮기자 ‘영화세트장 매화마을’이란 커다란 이정표가 나온다. ‘꽃잎이 눈이 되어 내리는 매화마을의 광경은 인공적인 느낌의 딱딱한 세트장보다 시간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오솔길과 산언덕 멀리 바라다 보이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영화세트장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많은 영화인들이 찾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찍은 영화와 드라마도 여러 편이다. ‘첫사랑’(1993년), ‘취화선’(2002년), ‘바람의 파이터’(2004년), ‘천연학’(2006년) 등 영화와 드라마 ‘다모’(2003년), ‘돌아온 일지매’(2009년)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누구라도 탐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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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성리학자 조식(曺植․1501~1572) 선생이 매화를 노래한 ‘雪梅(설매)’란 시비(詩碑)도 있다. ‘엄동에 너를 보니/ 차마 뜰 수 없어// 눈 내린 남은 밤을/ 하얗게 새웠구나!// 선비집 가난이야/ 오래된 일이지만// 네 다시 와주어서/ 다시 맑음 얻었네라//’
 
하얀 눈이 내린 듯한 매화군락 사이로 한발 한발 옮기며 감상하고 음미하는 걸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다. 5만여 평을 한 바퀴 돌아보려면 꼬박 한나절 걸릴 것 같다.
 
매화만 볼거리가 아니다. 매화 밑의 야생화와 녹차는 매화단지를 매 계절 꽃천국으로 만든다. 봄에는 복수초와 제비꽃, 이른 여름엔 맥문동, 가을엔 구절초 등 겨울을 제외하곤 꽃향기와 푸르름으로 넘쳐난다.
 
광양시청 관광진흥과 박인수씨는 “매화꽃 피는 한 달 만에 100만 명이 방문하는 곳이 광양 매화마을 입니다”며 “봄이 오는 길목의 매화마을일 뿐만 아니라 광양의 대표적인 관광지, 전국의 대표적인 매화동산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 됐습니다”고 뿌듯해 했다.
등록일 : 2017-03-23 17:47   |  수정일 : 2017-03-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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