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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의 보랏빛으로 물든 황야에서 광적인 사랑이 피어났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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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중부의 작은 도시 하워스는 ‘무어(moor)’의 전형적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말로만 듣든가 문학작품을 통해서만 읽었던 황야(荒野)가 어떤 광경인지를 여기 오면 알 수 있다. 하워스 근처에 ‘톱 위덴스’라는 고지(高地)가 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여기다.

하워스 사제관에 있는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앤 브론테의 동상이다.
  톱 위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혹은 굵은 땀을 뚝뚝 흘리며 올라야 할 만큼의 높이는 아니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는데 어느 때 가도 바람이 거세다. 제멋대로 설쳐대는 바람에 무어의 키 낮은 초목들은 그냥 흔들릴 뿐이다. 바람의 물결을 막아설 것은 지평선 앞에 아무것도 없다.
 
영국의 황무지는 ‘무어’라고 부른다. 황량한 무어를 배경으로 수많은 명작이 탄생했다.
  무어는 고독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하워스에 살았던 에밀리 브론테·샬럿 브론테·앤 브론테의 작품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에는 광기(狂氣) 어린 사랑의 숨결이 배어 있다. 마치 무어의 외로운 나무들이 서로를 껴안고 서 있듯 절대 고독이 절대적 사랑을 낳았다.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된 곳이다.
돌덩어리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을 작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사랑을 나누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했다.
  브론테 자매는 아버지를 제외하고 다 요절했으며 무덤이 하워스 사제관에 남아 있다. 자매들이 불우한 운명을 떨쳐내려는 듯 톱 위덴스에 오를 때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시선 아래 히스(Heath) 꽃이 피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돌담길에서 보면 무어는 온통 히스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그래서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광적인 사랑을 나누기 위해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었다”고 썼을 것이다.⊙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등록일 : 2017-03-20 09:27   |  수정일 : 2017-03-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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