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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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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나는 영덕 블루로드 '푸른 대게의 길'

글 | 신준범 월간산 기자

15.7km 길이의 옥빛바다 길이자 영덕 블루로드의 백미

상주영덕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영덕나들목을 나오면 살아 있는 영덕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교통이 불편했던 탓에 사람의 때를 덜 탄, 깨끗한 바다와 해안선이 갓 잡은 물고기처럼 살아 펄떡인다.

영덕의 해안선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모두 보여 준다. 때문에 해안선을 따라 걷노라면 자연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교향곡의 변주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영덕을 찾을 때 선입견은 금물이다. 강원도의 동해와는 다르다. 영덕만의 밀당이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의 애인 같은 바다가 영덕에 있다. 뭍의 아름다움이 끝나는 곳에서 영덕의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경계를 즐기는 방법은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 것이다.

영덕 블루로드는 해파랑길과 거의 일치한다. 블루로드는 영덕군에서 만든 길로 영덕 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6km의 길이고,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든 길로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 해안선 771km를 이은 길이다.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해파랑길 19~22코스와 블루로드 A~D구간은 거의 일치한다.

당일로 걷기에는 해파랑길 21코스와 영덕 블루로드 B코스가 적당하다. 걷기는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21코스(블루로드 B코스)는 명실상부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해맞이공원에는 창포말등대가 서 있다. 대게의 고장 영덕답게 대게의 집게다리가 등대를 떡하니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블루로드 B코스의 경우, ‘푸른 대게의 길’이란 이름을 따로 두었다.
 
 
산불 덕에 조성된 풍력발전소와 해맞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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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 죽도산에서 블루로드 현수교로 이어진 걷기길.

해맞이공원 뒤편 언덕에는 하얀 풍력발전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24기의 풍력발전기가 도는 이곳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축구장을 비롯해 공군에서 운용한 ‘퇴역 전투기’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전시관도 있다.

풍력발전소와 해맞이공원은 아이러니하게 1997년에 있었던 큰 산불의 역할이 컸다.

당시 3일 동안 계속된 산불이 산을 다 태워버린 덕분에 나무를 벨 필요 없이 광활한 터가 생겼고, 풍력발전소와 해맞이공원이 세워졌다.

창포말등대 바로 앞에 나무계단을 따라가는 길이 있지만 이곳은 코스가 아니다. 대신 해맞이공원 입구 큰길가로 난 걷기 전용 나무데크 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해맞이공원 정자가 있는 곳에서 해안절벽 방향으로 내려가면 된다.

대게로 형상화된 창포말등대는 대게의 고장 영덕과 무척 잘 어울린다. 창포말은 붓꽃과의 창포꽃이 많이 피었다고 해서 유래한 마을 이름이다. 창포꽃과 더불어 여러 야생화로 가꾼 산책로, 전망대, 쉼터와 갈대숲 등이 조성되어 있다.

해안절벽으로 들어서면 절경이 펼쳐진다. 속이 다 비치는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진 절벽 위로 보드라운 흙길이 나 있다. 실로 햇살에 반짝이는 빛나는 바다와 변화무쌍한 해안선이 은밀하게 몸을 섞는 아름다운 풍광이 질리도록 펼쳐진다.

해안 길은 잠시 아스팔트도로로 이끌기도 한다. 대탄해변과 오보해변을 지나 노물리까지 포장도로를 걷기도 하고 작은 어촌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바다만이 볼거리가 아니라는 듯 여기저기 빨래처럼 널어놓은 생선들이 짠 내를 풍기며 풍취를 더한다.

오보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곳은 오보(烏保)마을이다. 이곳은 마을 입구에 있는 바위가 까마귀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 오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오보마을은 곧바로 노물리마을로 연결된다. 노물리마을은 강강술래와 유사한 ‘월월이청청’이라는 민속 무형문화재가 전승되는 마을이다. 전형적인 여성들의 놀이다.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놀이가 강강술래라면, 경상도 지역에 널리 분포한 놀이가 월월이청청이다.

블루로드 B코스 거리는 15km 정도지만 걷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 바다, 절벽, 어촌마을도 구경해야 하고, 먹을 게 널려 있어 식도락도 해야 하기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도시에서 온 이들에게는 생선 말리는 것, 그물 손질하는 것 등 사소한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미난 구경거리다.

석리방파제에는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가 있어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기 제격이다. 철계단을 올라 모퉁이를 돌면 입이 딱 벌어지는 해안절벽을 걷게 된다. 바다 쪽으로 안전펜스를 만들어 놓았지만 파도가 치면 그 여파에 옷이 젖을 정도로 바다가 가깝다. 제법 스릴 있게 해안절벽의 바위를 걷는 맛이 있다. 이어 해안초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해안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해안초소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풍경의 정점, 죽도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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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3리 오매향나무 인근을 지난다. ‘푸른 대게의 길’은 자연미 가득한 동해바다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걸으면 경정3리~경정1리~경정2리가 뒤섞인 순으로 이어진다. 그중 경정2리(차유마을)는 ‘대게원조마을’로 불린다. 고려 태조 왕건이 안동 부근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때 예주(지금의 영해면)의 호족들이 참전해 준 것을 감사히 여겨, 경주로 내려갈 때 이곳을 순시했다고 한다. 그때 수라상에 이 마을에서 나는 대게를 올렸는데, 영덕군에서 이런 스토리를 발굴해서 이 마을을 ‘대게원조마을’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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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산과 죽도산을 이어주는 현수교. 바다 위를 걷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영덕대게의 발상지답게 매년 이 마을에선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보기에는 여느 어촌마을과 다름없지만 2008년에는 아름다운 어촌체험마을, 2011년에는 최우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된 어촌마을계의 ‘스타’이다.

경정2리에서 축산항까지의 4km 구간은 해안경계를 서는 군인들이 오가는 길이라고 해서 일명 ‘초병의 길’로 불린다. 그러고 보면 해파랑길 21코스 대부분은 민간인들이 다니지 못한, 군인들만 알던 꽁꽁 숨겨 두었던 길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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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영덕구간을 대표하는 전망대인 죽도산전망대.

죽도산 입구 해변까지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 솔잎이 깔려 발디딤이 푹신한 흙길을 만나게 된다. 숲에서 빠져나와 현수교인 블루로드 다리를 건너면 죽도산이다. 블루로드 다리는 원래 섬이었던 죽도가 퇴적층이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됐지만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다리다. 죽도산은 대나무가 많아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도 온 산을 대나무가 뒤덮고 있다. 대나무 사이로 길을 조성해서 운치 있다. 높이 78m밖에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사방이 확 트여 등대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꼭 들러 봐야 할 곳은 죽도산전망대. 360도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한 전망대에 오르면 축산항과 드넓은 동해 바다의 풍광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 21코스의 종점은 영양 남씨 발상지지만 축산항 시내를 걷는 길이라 생략해도 좋다.

창포말등대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죽도산전망대에 이르는 영덕 블루로드 B코스는 총 15.7km 거리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영덕의 해안절벽을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옥빛바다 길이며, 영덕 블루로드의 백미로 꼽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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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영덕터미널까지 1일 7회(07:00, 08:00, 09:30, 13:10, 14:30, 16:40, 18:30) 고속버스가 다닌다. 안동을 경유하며 4시간 20분 걸린다. 요금 2만5,700원. 영덕터미널에서 해맞이공원까지는 1일 8회(08:00, 09:30, 11:00, 13:10, 14:30, 16:30, 17:20, 18:20) 농어촌버스가 다닌다. 문의 영덕터미널 054-732-7374.

숙식(지역번호 054)

해맞이공원 맞은편 영덕풍력발전소에는 해맞이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캡슐하우스 펜션은 드럼통을 뉘어 놓은 모양이라 특이하다. 이용료 비수기 기준 10만~15만 원. 예약 필수. 문의 730-6337, camping.yd.go.kr. 해안도로를 따라 다양한 펜션과 모텔이 있다. 축산항, 대탄항 경정리 등 어촌마을의 민박을 이용해도 좋다.

영덕대게는 12~5월이 제철이다. 영덕에서 가장 대게식당이 많은 곳은 강구항이다.

바다를 매립해 대게공원과 대형주차장을 조성했으며, 대게직판장을 비롯한 대게시장이 줄지어 있다. 영덕대게는 어업량과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기본치수 박달홍게(붉은대게) 3kg급이 5만 원 정도이며, 박달대게는 1kg에 8만~10만 원 정도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찾는 사람이 많아 게 값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
출처 | 월간산 568호
등록일 : 2017-03-10 09:59   |  수정일 : 2017-03-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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