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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최고봉 빈슨봉 등정기...등반은 내가 나를 이겨나가는 과정

글 | 한인석 유타대 아시아분교 명예총장 2016-02-20 오전 9:53:00

남극 최고봉 빈슨봉 등정기

7대륙 중 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남극은 중국의 1.5배에 이를 만큼 넓은 면적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온도는 영하 20℃에서 영하 60℃ 사이이며, 대륙의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남극은 평균 1.6km 두께의 얼음으로 되어 있어 햇빛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해 상대적으로 바다로 이뤄진 북극보다 더 춥지만 습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 남극 대륙의 최고봉 빈슨(Vinson·4,892m)은 엘스워스산맥(Ellsworth Mountains)의 샌티넬 레인지(Santinel Range)에 위치해 있다. 남극점에서 북쪽으로 약 1,200km 떨어져 있는 빈슨봉은 1958년 미해군 비행기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1961년 미국 조지아 주의 칼 빈슨(Carl Vinson) 의원이 남극탐사를 지지한 데에 대한 공로로 명명이 되었다. 1966년 초등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400명 정도 등정했으며 매년 100~200명이 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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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츠 피라미드.

빈슨봉을 가기 위해서는 11~3월 에이엘이(ALE·Antarctic Logistics & Expedition)가 운영하는 러시아비행기(Ilyushin Il-76)를 이용해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에서 유니온 글레이셔 캠프(Union Glacier Camp)까지 4시간 30분 정도 비행해야 한다. 이어 청빙으로 이루어진 활주로에서 캐나다회사에서 운영하는 트윈오터(Twin Ottor) 경비행기를 타고 빈슨베이스캠프(Vinson Base Camp)까지 가야 한다.

유니온 글레이셔 캠프는 에이엘아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캠프로 남극점, 빈슨봉 베이스캠프, 허킬레스 인레트 등지에 갈 수 있도록 비행기와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식당, 취침텐트, 의료센터, 커뮤니케이션센터, 화장실, 배구장, 사륜차량, 스키 및 자전거트랙 등의 시설과 운송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관광과 다양한 강의 및 영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일기가 안 좋아 대기하는 동안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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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슨 베이스캠프에서 빈슨(Vinson) 산을 배경으로.

빈슨 등반 초기(1966~1993년)에는 샤츠피라미드(Schatz Pyramid) 쪽을 통해 등반했으나 2007년 빈슨 노멀루트 만들어진 이후 브랜스콤(Branscomb) 빈슨 베이스캠프(VBP)까지 경비행기로 접근해 로우캠프(Low Camp)와 하이캠프(High Cam)를 거쳐 정상을 등정하는 등반로가 보편화되었다.

12월 14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텍사스 댈러스와 칠레 산티아고를 경유해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하니 현지시각 12월 15일 오후 6시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에이엔아이 직원 스콧(Scott)이 호텔로 안내해 준다.

16일 오전 10시, 스콧이 장비를 점검하던 중 한국서 가져온 보온병이 찌그러져 다시 사야 하고, 이중화는 남극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니 삼중화를 임대해 신으라고 한다. 배낭 무게는 25kg으로 맞추었다.
 
점심은 농심신라면집에서 라면을 먹으니 ‘한국 사람이 세계 구석구석 없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무렵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종기지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이다. 이분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남극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전 MBC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을 통해 본 대원들도 있었다.
 
17일. 푼타아레나스 도시를 둘러보고 비행기와 남극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뒤 사무실에서 함께 등반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대부분 7대륙 최고봉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비로 참가한 프랑스인은 등반 가이드로서 이번 등반을 성공해야 세븐서밋을 마무리한다고 한다. 젊고 활기찬 두 명의 여성등반가들은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인으로 7대륙 최고봉에 도전한 그 나라의 최초의 여성등반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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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캠프에서 바라본 정상 등반로.

동행한 미국 대원, 걸음 느리다고 투덜투덜
 
19일. 남극 유니온 글레이셔 캠프로 4시간 30분 동안 비행했다. 비행인원은 총 35명. 등반대는 대원 7명과 가이드 3명으로 구성되었다. 나는 7대륙 최고봉 중 이번이 5번째 봉이라는 미국인 의사 에드와 같은 팀으로 텐트도 2인용에 배정되었다.
 
날씨가 안 좋아 비행기가 빈슨베이스캠프로 갈 수 없어 활주로 주변에 만들어진 10km 트랙에서 스키, 자전거 또는 걷기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적당히 운동했다. 노르딕스키는 자전거보다 쉬웠다. 자전거로 페달을 밟는 것이 힘이 드나 기어를 잘 조절하면서 타면 된다. 남극에서 스키와 자전거를 타다니 참 신기했다.
 
23일. 국제대원들과 함께 트윈오터를 타고 오후 7시 출발해 7시 50분 해발 2,100m 높이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영하 약 20℃. 이곳은 백야이지만 산그림자나 그늘이나 구름에 의해 해가 가리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간다. 남극에서는 등반이나 어떠한 활동을 하든지 소변과 대변은 수집을 해서 가지고 와야 한다.
 
24일. 정오경 날씨가 좋아지자 다른 팀들과 우리 팀 가이드 데이비드 해밀톤이 도착했다. 데이비드는 에베레스트를 8번 다녀왔으며 티베트와 네팔 쪽으로 등정한 등반가다. 8,000m급 고봉만 15번 등반했고, 빈슨봉은 20번 등정한 베테랑으로 전 세계의 오지를 스키로 다녀온 30년 경력의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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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한양대학교 산악회기를 펼쳐든 필자.

등반은 보통 대원 2명당 1명의 가이드가 한 팀이 되어서 운행한다. 나와 같은 팀 멤버는 유니온 글레이셔 캠프에서 같은 텐트를 썼던 미국의 이비인후과 의사 에드. 베이스캠프에서 로우캠프까지 9km 거리지만 고도차가 650m밖에 되지 않아 완만하고, 짐을 실은 썰매를 끌면서 이동해도 4~6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그늘이 오전 3시부터 오전 5시까지이므로 일반적으로 오전이나 오후에 베이스캠프에서 로우캠프로 출발한다.
 
우리 팀은 오후 4시 출발해 로우캠프에 9시40분경 도착했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이 약간 불고 있지만 정상부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텐트 설치 후 식사를 하고 밤 12시10분 취침했다.
 
25일. 해발 2,750m인 로우캠프는 아침 11시 30분쯤 해가 들어온다. 그 전까지 산그림자가 드리워져 제일 추운 캠프장이다. 오전 3시부터 11시 30분까지는 영하 30~35℃나 된다. 하이캠프를 향한 운행은 해가 있는 오후 1시나 2시쯤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춥지가 않게 잠을 잔 것 같은데 에드는 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해가 텐트 안으로 들어오니 금방 따뜻해졌다. 팬케이크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고소적응차 해발 3,000m 고지를 다녀왔다. 샤츠 피라미드를 경유하는 초등 루트가 보이고, 우리가 올라오고 올라가야 할 등반로도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이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너무 아름다웠다.
 
캠프로 돌아와 내일 등반 준비물과 음식물을 받아 정리하고 꼭 필요한 장비와 물건들만 가져가려 했으나 날씨가 나빠져 며칠 더 있을 경우를 대비해 여벌 장갑과 옷, 충분한 핸드워머, 여분의 간식과 알파미 등을 챙겼다. 급경사 설사면을 등강기로 올라가야 해 내심 무게에 대한 부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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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1시 30분 하이캠프를 향해 출발했다. 로우캠프에서 하이캠프(3,773m)까지는 3km로 멀지는 않으나 1,020m 고도차가 있고, 45도 설사면을 1,200m의 고정로프를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 데다 능선에 올라간 뒤 1시간 정도 더 운행해야 한다. 보통 6~8시간 소요된다.
 
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는데 짐이 무겁게 느껴진다. 가이드인 데이비드는 10m 앞에서 잘 가고 있다. 가이드 속도를 따라 가기 어려워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올라가자 뒤따르던 미국인 에드가 너무 느리다며 불평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내 속도에 맞춰 올라갔다. 내 체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리얼만 먹고 운행해서 그런지 배가 너무 고파 운행 도중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하이캠프에 올라오니 오후 9시. 7시간 30분 걸렸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니 피로가 몰려온다. 저녁식사 때 에드는 가이드에게 “걸음이 느린 사람과 어떻게 함께 정상에 오를 수 있겠냐”고 불평했다. 가이드는 “우리는 그렇게 늦지 않았고 정상적인 시간에 들어 왔다”고 말하고, 나도 보통 6~8시간 걸린다는 안내서를 보여 주니 에드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저녁은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다. 라면을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건조식품에 뜨거운 물을 넣어서 먹는 것이 전부다. 허기진 배를 어느 정도 채우니 잠이 금방 온다. 편안하게 잠을 잘 잤다. 이곳 온도는 영하 26℃, 정상은 영하 35℃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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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를 향해 하산 도중 찍은 사진.
나 자신을 이겨낸 등반이 자랑스러워
 
27일. 날씨가 흐리고 안 좋다. 잠을 잘 잔 덕분에 컨디션이 좋다. 에드는 속이 안 좋아 아침을 안 먹고 하루 종일 텐트에서 잤다. 내일을 위해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어진 음식을 억지로 다 먹었다. 저녁식사 후 잠들기 전에 에드가 “내일 정상에 제 시간에 올라갈 수 있겠냐”고 물어 온다. 나는 “우리 모두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내 스피드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너만 신경 써라”고 대답하고 잠을 자려니 그의 말이 신경 쓰여 잠이 잘 오지 않았다.
 
28일. 새벽 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나니 오전 7시다. 날씨가 흐리다. 잠을 설쳐서 컨디션이 어제만 못하다. 날씨가 안 좋아 오전 10시30분쯤 출발해 상황을 보고 날씨가 안 좋으면 돌아오는 계획으로 3팀 7명과 가이드 3명이 출발했다. 등정사진 등을 찍어 주고 필요한 지원을 위해 추가로 가이드 두 명이 같이 올라왔다.
 
데이비드는 키가 190cm가 넘고 에드도 185cm나 된다. 데이비드가 천천히 걷는다 해도 나는 따라가기 바쁘다. 내가 너무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니 데이비드는 에드를 앞팀에 동행시키고 나와 함께 운행했다. 에드에게 “정상에서 보자”고 하니 에드가 “글쎄?”하는 것 같다. 데이비드는 정해진 시간 안에 못 올라가면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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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후 등정 축하 삼페인을 마셨다.

선두에 서서 내 페이스에 맞춰 걸어갔다. 고소증세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내 페이스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적이다. 앞에 두 팀이 멀어져 간다.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약간의 미풍은 있으나 운행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구도자의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걸었다. 내가 나를 이겨나가는 과정이었다.
 
배도 고프고 머리가 약간 멍해지는 초기 고소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소증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호흡을 깊게 하고 운행속도를 조절하며 쉬지 않고 꾸준히 걸었다. 이미 앞 팀들이 보이지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서 가이드에게 얼마나 남았느냐 물어보니 2시간 이상 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간 두 팀이 100m도 안 되는 정상 부근 능선을 오르는 모습이 보이자 힘이 났다. 약 40분 뒤 정상에 올라가니 앞 팀들이 이제 하산길에 들어섰다. 급히 등정 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이캠프로 내려오니 오후 10시, 총 9시간 30분 소요되었다.
 
이번 등정은 그동안 아콩카구아, 킬리만자로, 매킨리, 엘브루즈, 코지오스코  5대륙 최고봉을 오른 경험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앞 팀과 30분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과거의 내 체력이 아니었다. 이번 등반은 다른 어떤 때보다 힘이 많이 들었지만 나 자신을 이긴 등반이니 자랑스러웠다. 등반 중 에드는 손가락 두 군데에 동상이 걸렸다. 무사히 건강하게 정상을 등정하고 하이캠프까지 내려온 것에 감사하며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월간산 2월호
등록일 : 2016-02-20 오전 9:53:00   |  수정일 : 2016-02-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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