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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의 책갈피]
저자의 단심(丹心)에 끌리다

김세진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글 | 최인아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생각해본다.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어떻게 정했더라…. 셋 중 하나인 것 같다. 주제나 내용이 흥미롭거나,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했거나, 아니면 관심 가는 저자의 책이거나.

이 달의 책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저자에 끌려서 선택했고 읽었다. 그런데 저자 김세진은 유명인도 아닐뿐더러 책을 펴기까지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무엇에 끌린 것일까?

김세진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대위로 전역했다. 지금은 금융 스타트업에서 인사, 조직 문화 업무를 맡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전 ‘건명원’에서 1년간 공부했는데 그때 아주 중요한 인물을 만났다. 요시다 쇼인이라는 일본인.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인물인데 우리 대부분은 그를 모르고,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요시다 쇼인은 1830년 조슈 번(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나 에도 막부 시대를 살다 간 인물이다. 그는 일본에서 교육자, 사상가로 숭상되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그를 알아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아베 신조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일본 우익 통치 세력의 사상적 아버지가 바로 요시댜 쇼인이다. 게다가 이 사람은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했다. 일본이 부강해지려면 조선을 쳐야 한다는 주장 말이다. 그 후 조선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요시다 쇼인 알리기 위해 일본어 공부 시작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 저자 김세진은 요시다 쇼인을 처음 접하고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그런데 세상에, 국내엔 그와 관련된 책이 없었다. 한국인 저자의 책은 물론 번역서도 없었다. 이때 김세진은 생각했다.

‘일본 얘기만 나오면 치를 떠는 우리인데 어째서 이 사람에 대한 기록은 단 한 줄이 없을까. 우리는 일본에 대해 감정을 앞세울 뿐 제대로 된 반성도, 공부도 한 게 없구나. 그렇다면 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육사 생도 시절에 존경했던 한 선배의 말이 등 떠밀었다고 한다. “나다 싶으면 해라”라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던 그는 가타가나 히라가나부터 배워가며 자료를 찾고, 요시다 쇼인의 고향을 찾아 자료를 있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을 썼다. 한국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시다 쇼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았으며, 그의 생각이 일본 역사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말하는 책.

일본 사람들의 헷갈리는 이름만 아니면 책은 꽤 잘 읽힌다. 두껍지 않지만, 앞부분엔 일본 역사에 대한 해석도 곁들여놓아서 우리와 다른 역사 경로를 겪은 일본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요시다 쇼인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 위치하며, 일본에서 어떤 상징으로 쓰이는지 제대로 알게 하기 위한 구성이다. 참고문헌도 꼼꼼하게 정리해놓았다.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도 제대로 한다. 그러니까 저자는 붉은 마음(丹心)으로 시작해 성실하게 애쓰며 썼다. 닿을 수 있는 대로 자료를 찾고 직접 그 땅을 찾아 구석구석 살피면서.

너무나 중요한 인물임에도 단 한 권의 관련 서적이 없던 터에 전문 연구자도 아닌 사람이 뛰어들어 책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줄 만하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잔뜩 움츠려 있는 것 같다. 특히 청년들이 그렇게 보인다. 인생을 많이 산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젊은 사람들 어깨에 힘이 빠져 있는 건 좀 슬프다. 물론 모르지 않는다. 별로 신나는 일 없고 앞날이 마치 미세먼지 잔뜩 낀 하늘 같으니 하늘이 보고 싶겠는가.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향하고 관심사는 온통 소확행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혹시 붉은 마음(丹心)을 아시는지? 이 마음은 꼭 유불리나 가능성을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 리스크가 아무리 커도 마음이 움직인다. 깨질지 실패할지 혹은 뭔가를 터뜨릴지 알 수 없는 채로 그저 걸음을 뗀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 하나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알아볼 수 있다는 거다. 내게는 이 책의 저자, 김세진이 그랬다.

그는 지금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금융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육사를 졸업한 친구가 IT 쪽에도 경험이 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그 회사 대표와 인터뷰를 한 후 채용됐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그 대표도 이 친구의 붉은 마음을 알아본 거였다. 시키지 않고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중심이 돼서 일하는 젊은이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배워 해낼 것 같은 젊은이를. 나다 싶으면 달려들어 길을 찾을 것 같은 젊은이를.

우리는 지금 경제, 사회, 문화,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옛것은 스러지는데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시대. 그러니 스스로 길을 찾는 수밖에. 젊은 당신들의 붉은 마음을 기대한다.
출처 | 톱클래스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3-12 10:01   |  수정일 : 2019-03-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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