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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애란 작가의 위로 <바깥은 여름>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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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_문학동네 제공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예쁘지도 밉지도 않다. 그리고 남자보다 조금 부족한 존재라는 이 지루하고도 잘못된 믿음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내가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기도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나무와 과학, 사랑에 관한 책 <랩 걸(Lab Girl)>의 저자인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말이다 김애란 작가는 인터뷰에서 최근 재미있게 읽은 글로 <랩 걸>을 꼽았다. 김애란의 최근작 <바깥은 여름>을 읽으면 두 세계가 연결된 느낌이 든다.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작가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쁘지도 밉지도 않게 그려 낸다. 이들은 허약한 세계의 가장자리에 사는 사람들이다. 작품은 주인공은 때로 유기견이다. 하나의 씨앗이 검은 땅에 떨어져서, 결국 생명으로 잉태되기까지의 그 반짝이는 순간을 김애란은 명료한 문체로 담아낸다. 호프 자런이 식물에 대해 쓴 글처럼, 늘 곁에 있지만 누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눈여겨 보지 않던 풍경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예쁘지도 밉지도 않은
 
안타깝게도 그 반짝이는 순간은 짧다. 삶은 이들의 여린 잎줄기를 단 칼에 베어낸다. 첫 작품인 <입동>부터, 독자는 어쩐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 평범한 이들이 보통의 일상을 부디 지켜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러지 못하리라는 예감이 책장마다 충돌한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과 독자는 날벼락처럼 찾아온 생의 비극 앞에 마주서게 된다. 우리가 뉴스의 한 장면으로, 신문의 한 문장으로 흘려보냈을 그 사건과 사고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신음과 눈물이 담겨 있었는지를 참담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그 일이 비단 남의 일이 아님을, 남의 일일 수 없음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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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애란 작가(사진 왼쪽 세번째)_뉴스캡처

1980년생인 김애란 작가는 2000년대 초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등의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20대에 이미 일상을 꿰뚫어 볼 줄 알았던 작가는 30대가 되자 세상을 연민하고 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이번 책 <바깥은 여름>, 2017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작가들이 뽑은 좋은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인문학상 심사단은 어둡고 힘겹고 서글픈 인생의 사건들을 언어 안에서 거르고 간종여(흐트러진 것들을 가지런히 함) 담백한 음미와 진득한 성찰의 장소로 재탄생 시킨다고 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애란의 주인공들은 강하지 않다. 이들은 노력하지만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맛보지 못하고, 승리하기보다는 자주 패배한다. 여린 이들의 삶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의 고마움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이들이 당한 일을 나는 당하지 않았다는 비겁한 안도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믿음이다. <바깥은 여름>의 첫 작품은 첫 장면이 도배로 시작한다. 피투성이 된 삶에 반창고를 바르는 작업이다. 그 도배지를 들고 선 남자의 팔은 파르르 떨리고, 그 도배지 아래로 여자는 어깨를 떨며 울고 있다. 그럼에도 결국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도배지를 바를 것이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두 사람은 곁에 있을 것이고 말이다.
등록일 : 2018-01-09 09:55   |  수정일 : 2018-01-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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