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FUN | 책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대한민국을 뒤흔든 청탁금지법의 모든 것,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글 | 시정민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제정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 위원장.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 이름이다. 그러나 김영란법 이전에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기도 하다. 그런 전직 대법관이 입법을 주도하고 성공시킨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그는 왜 청탁금지법을 만든 것일까.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신간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풀빛)에서 김영란은 김영란법의 취지와 시행 이후 소견을 전한다. 책은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와 김영란의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됐다. 
 
책에서 김영란은 판사가 되고부터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자주 사건 이야기를 했다. 옆방의 판사도, 옆방 판사에게 이야기를 전해 달라는 변호사 선배도, 친구도 가족도 자신들에게 관련된 사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말하자면 김영란을 통해 누군가에게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런 부탁은 들어주지 않아도 듣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에게 마음의 짐이었다.
 
이는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겪는 일이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 같은 공무원을 청탁의 환경에서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국민권익 위원장으로 재직하자 그것을 법으로 규제할 방도를 구체적으로 고민했고 이것이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의 전신이다.
 
원 법안의 제1조는 ‘이 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부정한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며,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공직자의 청렴성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면서 이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
 
원안과 달리 통과된 법안은 법의 목적을 수행하는 세 가지 방식 중 마지막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라고 설명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다. 이해충돌 방지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직무의 수행을 회피하도록 하고, 직무와 관련된 외부 활동에 제한을 두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공무원 행동 강령에 명시된 내용이다.
 
사실 법을 만들 때 김영란이 생각한 청탁금지법의 명칭은 ‘공직자의 사익추구 방지법’이었다. 원안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부정청탁 금지, 금품 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가 하나의 세트가 되어야만 사익추구 금지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의도였다.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하는 것, 즉 공직자가 자신과 관련한 특정한 직무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방지하는 것보다 이 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입법 과정에서 조항의 광범위성과 세월호 사고 이후 빠른 통과의 절박함으로 인해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빠진 채 통과되었다.
 
김영란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짐으로써 이 법 효과가 크게 낮아진 점을 여러 구체적 상황을 통해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히 추가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법률가와 행정가 사이에서 고뇌하다
 
전직 대법관이 입법을 주도하고 성공시킨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법관은 법률 전문가이지만 주어진 법을 수동적으로 해석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판사들로서는 당장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들을 위헌으로 의심해 위헌제청을 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영란은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법률을 궁리하고, 여론의 지지를 모아 입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회 법안 통과가 끝이 아니었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청탁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법률 전문가들인 대한 변호사협회가 청구인이다.
 
김영란은 자신이 만약 변호사나 판사였더라도 이런 새로운 방식의 입법에 대해 법률 전문가로서 기본권 보호의 정신과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지 위헌 여부를 따졌을 거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권익 위원장이라는 부패 문제 해결을 맡아 보는 행정가가 되어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패의 정도가 형법으로 처벌하는 부패 수위보다 훨씬 포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패를 처벌하는 것보다 부패를 막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청탁을 근본적으로 막는 법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법률가로서 스스로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이런 과감한 법을 만들게 되었지만, 법률가이기에 모든 법률 논쟁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 김영란은 청구인이 문제 삼은 네 종류 주장-첫째,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공무원과 함께 취급해 문제다. 둘째, 처벌 대상인 부정청탁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셋째, 3, 5, 10 기준을 국회가 만든 법률이 아니라 그보다 하위인 정부의 시행령에서 정해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넷째, 배우자에게 신고의무와 처벌 조항을 두어 위헌이다.라는 요점과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를 법정의견과 반대 의견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설명한다.
 
또 이에 대한 자신의 동의 여부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도 말한다. 그러나 김영란은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떠나 이 법의 취지와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청탁금지법 입법과 통과가 가능했던 것은 세월호 참사 등 구체적 현안이 있기도 해서지만, 부패를 없애고 사회를 올바른 방식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 제도가 문화를 바꾸는 게 아니라 변화의 열망과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모아져 이 법을 만들어 냈다는 게 이 법의 통과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청탁금지법을 이해하는 방법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인 2016년 가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김영란은 청탁금지법을 만든 사람으로 자괴감이 들었다. 거악을 잡지도 못하는 이 법이 과연 쓸모가 있느냐는 사람들의 한탄이 안타까웠던 탓이다. 게이트로 한창 시끄러웠던 때에 법조인들의 비리도 잇따라 터졌다.
 
전, 현직 판, 검사들이 검찰권과 사법권이라는 공권력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범죄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 이런 유혹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의 비리, 고위공직자들의 잇단 비리 사건에 대해 김영란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엘리트 카르텔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게이트와 법조계 비리를 관통하는 엘리트들 간의 유착관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거절의 문화가 사회에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공직자로 하여금 거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줘서 청탁을 하지도 받지도 말게 하여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는 데 있다면, 공적 영역과 민간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도 거절할 자유, 즉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거절의 매뉴얼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탁금지법의 대상을 공직자에서 차츰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넓히고, 공직자에게 청탁하는 행위뿐 아니라 공직자가 민간 기업에 청탁하는 행위 또한 규제 대상으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청탁금지법의 조항을 늘리는 일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스스로 내적 규제 장치를 강화하고 지켜 나가게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여러 방안들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다양한 방식의 규제와 독려가 사회 각 영역에서 이루어져야만 공적 영역과 민간영역 사이의 청탁, 민간영역과 민간영역 사이의 불공정한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탁 금지법은 거악을 잡는 법이 아니라 바로 이 거절과 자유의 문화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그동안의 우리 사회 변화와 청탁금지법을 연관 지어 살펴보고, 청탁금지법이 어떤 점에서 유지돼야 하고 어떤 점에서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청탁금지법 해설서가 아닌, 29년간 법관으로서 살아온 법조인 김영란이 현재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글=시정민 기자]
등록일 : 2017-08-08 10:32   |  수정일 : 2017-08-08 10:55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