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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의 팔월은 그냥 흘러간다

대한민국의 대표 신–스틸러(Scene–stealer, 주연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 박준면이 뮤지컬 <맘마미아>에 합류하며 새로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격정적인 댄스와 박력 있는 가창력을 바탕으로 최고조의 극장성을 만들어내는 이 출중한 배우와의 유쾌한 만남!

글 | 이일섭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사진 | 이경호 C영상미디어 2019-07-19 09:28

뚱뚱한 여배우의 한계를 넘어서

사람들은 저렇게 뚱뚱한 여자가 어떻게 무대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 있을까 우려하지만 배우 박준면은 그 누구보다 날렵하고 유연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더구나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드는 활기 가득한 개성을 내뿜으면서 말이다. 추종불허의 ‘먹방 고수’임을 자처하며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비법은 소주에 있다고 얘기하는 이 소탈한 여자는 실제론 아주 예민하고 내성적인 이면을 지니고 있다. 누구를 새롭게 사랑하게 됐다든지, 뜻대로 되지 않는 배역 몰입에 낙담했다든지 하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몰킨스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가며 늘 자신과 마주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런 단련이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배우로 사는 일’의 한계를 딛고 더 높은 위치로 성장하게 하는 힘이 돼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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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도나)과 김영주(타냐)는 그녀 인생의 절대적 동반자다. 2000년 <렌트> 이후 20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서는 일은 학창시절의 수학여행만큼이나 신나고 흥겹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맘마미아!>ABBA의 메가 히트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이 최고의 뮤지컬이 한국 공연 15주년을 맞게 됐다. 더 뜻깊은 것은 마침내 박준면이 로지(Rosie)로 분하며 <맘마미아> 무대에 합류한다는 점이다. 뒤늦게 오디션 소식을 접하게 돼 부랴부랴 지원서를 내고 여러 연출진 앞에서 지정곡과 안무를 실연하며 느끼는 기대와 암시, 절박함은 그녀를 다시 25년 전의 신인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에 데뷔하며 시작된 그녀의 무대인생은 ‘네 처음은 미약하나 그 중간은 의미심장하리라’로 정리할 수 있다. 무사7로 궁녀9로 뛰어다니며 처음 경험한 뮤지컬의 세계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지만 그 무렵 에이콤아카데미에서 함께 수련을 했던 수많은 동료는 모두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현역에 남아 있는 건 그녀와 정영주 뿐이라니 배우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단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신-스틸러’라는 묵직한 존재감

<맘마미아> 입성이 행복한 진짜 이유는 도나의 최정원, 타냐의 김영주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2000년 <렌트> 이후 20년 만에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은 매일매일 수학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신나고 즐겁다. 여전히 그녀를 막내 취급하며 회식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만 풋풋한 이십대 시절을 함께했던 두 언니들과의 부대낌은 고향집에서 맞는 불편함처럼 반갑고 정겹다.

올해로 마흔네 살이 된 박준면은 처음으로 자신의 나이와 딱 맞는 배역을 연기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팽팽한 얼굴에 도랑처럼 주름을 긋고 실제 나이보다 열 살, 스무 살이 많은 연장자를 연기해 왔지만 자신의 나이와 동일한 인물을 연기하게 되면서 새로운 서막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예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예전처럼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난 왜 잘 풀리지 않을까?’ ‘왜 내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며 급한 성격과 들끓는 욕망을 부추기던 지난날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내보인다. 이제 그녀는 모든 것에 자연스러운 중년의 여인이 됐기 때문이다. 동료들에게도 더 많은 재능이 있음을 과시하고 심지어 운전 중인 매니저에게 카리스마를 과시하느라 백미러를 신경 쓰던 어린 행동을 더는 하지 않게 됐다. 연극・뮤지컬의 공연 무대를 넘어 영화・TV드라마・예능・인디음악 등 한국 대중문화의 전방위에 ‘신-스틸러’라는 묵직한 비유를 만들어낸 그녀의 존재감이 비로소 그녀를 자유롭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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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세요?
“준걸 준(俊)자에 힘쓸 면(勉)자를 쓰는 제 이름 자체가 파워 에너지 아닐까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남동생을 보기 위한 작명이지만 저는 제 이름이 참 좋아요. 재기를 갖춘 근면한 사람이 되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왔죠. 게으른 구석이 여전히 많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두둑한 체구를 갖게 된 걸까요?
“저는 늘 많은 여배우가 신나해 하지 않는 배역, 그러니까 억척스러운 아줌마나 밥 잘 먹는 식모, 주인공의 우스꽝스런 친구 역할을 맡아왔죠. 육중하고 뚱뚱하기 때문에…. 물론 낙담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 본래의 모습을 제 이름만큼이나 좋아해요. 이십대 때는 뚱뚱한 여자의 일상을 담은 단편영화에 누드로 출연한 적도 있는걸요. 좀 육중하면 어때서? 식의 당당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긴 대로의 제 모습을 더 사랑하려 했던 무렵이었죠. 물론 그런 고집을 지금은 다 내려놨고요. 내 모습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비만은 여러 질병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요.
“그런 강박은 오늘은 극장에서 무슨 칼을 뽑아들어야 일(준면) 대 천(관객)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으로도 충분해요. 저는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병이라고 생각해요.
수영 하는 게 재미있고 신경이 편안해져서 하는 거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감량을 하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거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게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체질량지수니 유병률이니 하는 따분한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전 누구보다 빨리 뛰고 날렵하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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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그녀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다. 생기와 개성이 가득한 그녀 연기의 모티프도 실은 이 노래와 음악에 있다.

본인만의 자연치유 방안이 있나요?  
“피아노를 치며 곡을 만들죠. 제가 쓴 곡을 직접 불러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는걸요. 얘기할 것도 못 되는 수준이지만 곡을 만들면서 치유가 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들이 써준 대본대로 연기를 해야 했잖아요. 그조차도 캐스팅이라는 과정을 통과해야 할 수 있는 거고요. 정해진 구획 안에서 틀대로 움직이는 일에 갑갑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 속의 감정과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건 참 건강한 일인 것 같아요.” 
 
음악이 연기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음악이 연기의 모티프가 되거나 동력이 될 때가 많아요. 동료들은 운동이나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데 저는 음악을 들어야 쉼이 되고 그 리듬과 멜로디를 갖고서 연기의 선을 마련하곤 해요. 내 마음 어딘가에 좋은 음악을 저장해 놓고선 연기를 할 때마다 그 리듬들을 재생시키는 거죠.”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는 어떤 곡인가요?
“지금까지 가장 많이 불렀던 뮤지컬 넘버로는 <포기와 배스>의 ‘Summertime’을 꼽을 수 있어요. 술자리든 대기실이든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별 주저 없이 무반주의 ‘Summertime’을 불렀는데 이젠 꿈속에서도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노래가 됐죠. 하지만 가장 동경하는 곡은 따로 있어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전설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의 ‘드루메 네 그리타(Drume Negrita)’라는 노래를 아주 좋아해요. 회한이 서려 있지만 그 슬픈 정서를 아우르는 감미로운 속삭임에 큰 감동을 받곤 하죠.”
등록일 : 2019-07-19 09:28   |  수정일 : 2019-07-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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