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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이 연기하고 싶은 이유

“2쿼터 막바지.” 농구 쿼터에 빗댄 우지원의 삶은 이쯤. 그는 총 4쿼터 중 딱 절반을 마무리 짓고 있다고 했다. 다음 쿼터에 앞서 숨 고르기가 한창이다. 3쿼터에서 우지원은 어떤 경기를 펼칠까.

글 | 이근하 여성조선 기자   사진 | 장호 2019-05-21 09:58

여전히 이름 석 자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온다. 농구 코트를 떠난 지 10년이 다 돼가건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이다. 우지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혜롭게 활용 중이다.

가끔 방송에서만 보는데요. 어떻게 지내요? 이것저것 되게 많이 해요. 그중 유소년 농구교실이 큰 편이고요. 전국에 열 군데. 2010년에 은퇴하고 바로 시작했으니까 거의 10년 되네요. 지방에 있는 농구교실은 분기별로 찾아가서 직접 가르쳐요. 엘리트반이 있는데 그 친구들을 데리고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교류전도 하고요. 해마다 ‘우지원 전국 유소년 농구대회’도 열어요. 올해 4회째예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거라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고.

‘농구 새싹들’을 키우고 있군요. 애들 육성하면서 사업도 하고. 사실 대회는 돈이 되진 않아요. 농구 활성화 목적으로 하는 거예요. 어쨌거나 저는 농구인이잖아요. 의미 있는 일을 해야죠. 유소년의 뿌리를 튼튼하게 해서 미래 농구 자원을 확보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제가 영향력 있다는 건 아니고(웃음), 이름 석 자가 알려진 사람이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내가 하자는 마음이에요.

대회를 여는 효과가 있던가요? 후배들이 와서 보고 잘하는 애들은 스카우트하더라고요. 유소년 대회라 애들이 워낙 많고 쟁쟁해서 옥석을 가리기가 좋죠.

코트는 떠났지만 농구를 떠난 건 아닌가 봐요. 농구 책도 썼죠? 작년에 냈어요. 서점에 가면 농구 책이 옛날 것밖에 없더라고요. 이걸 어쩌나 하다 나름 원고를 열심히 준비했어요. 농구를 처음 접하는 어린 학생부터 중급자 이상까지 볼 수 있도록요. 요즘에는 NBA를 보니까 눈들이 높아져서 기술 습득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들을 위한 내용도 묶었어요. 농구에 관심 좀 가져주기를 바라는 거죠. 5월엔 평창에 있는 호텔에서 원 포인트 레슨도 할 예정이에요. 가족 단위로 놀러 다닐 때니까 투숙객,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우지원을 아는 부모님들이 좋아하겠어요. 애들은 사실 저를 잘 모르죠. 평소에도 학부모들이 애들 등을 밀어요. 어머니들이 직접 사인 받기 머쓱한지 ‘우리 애가 해달래요’ 하면서요. 애들은 억지로 밀려오고.(웃음)

연기하고 싶다
30대 후반에 은퇴했다. 일반적인 ‘은퇴 시기’에 비하면 이른 나이다. 그가 새로운 도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목표를 ‘연기’로 삼았다.

은퇴하던 때 기억해요? 서른여덟 살 때예요. 지금이야 마흔 넘어서 뛰는 선수들이 있지만 당시엔 그 정도가 오래한 거였어요. 개인적으론 마흔이 목표였고 체력적으로도 충분히 더 뛸 수 있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은퇴했어요. 살짝 아쉬움이 있죠.

이후 일상에 변화가 많았죠?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을 것 같아요. 일단 신체 리듬이 바뀌니까… 선수는 낮잠을 꼭 자거든요. 잠깐이라도 자야 좋은 컨디션으로 오후 운동을 할 수 있어요. 20년 넘게 낮잠을 잔 게 습관이 돼서 은퇴한 뒤에도 왠지 자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은퇴하고 6개월 정도 오후 나절이면 병든 닭마냥 힘이 없었어요. 운동도 안 했고요. 평생 해서인지 싫더라고요. 근데 줄곧 하던 걸 안 하니까 너무 피곤해서 딱 6개월 쉬고 다시 시작했어요. 식단 관리도 하고. 지금도 선수 시절 몸무게(83~84㎏)를 유지하고 있어요. 건강도 중요하고, 이미지도 지키고 싶고.(웃음)

어떻게 관리하는지. 술은 일주일에 한 번 마시고, 웬만하면 연일 술 약속은 피해요. 1일 1식을 하는데 약속이 있어 두 끼 먹는 날은 한 끼를 약소하게 먹으려고 해요. 저희 집이 33층인데, 지하 4층에서 계단으로 올라가요. 그걸 세 번 하면 숨이 엄청 가빠요. 근데 선수 생활을 해서인지 숨이 차다 딱 넘어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편안하고.

심리적 공허감은 없나요? 저희는 다른 사람보다 은퇴가 빠른 편이라 남은 날이 많은데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밖에 없잖아요. 팬들에게 잊혀가고…. 내려놓는 법이 필요하죠. 자연스럽게 일을 많이 해야 해요. 찾아주시기만 하면 방송이든 뭐든 감사히 일하고. 사회에 나가서 부딪쳐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운동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특히 예능을 많이 하는데 적성에 맞나 봐요? 갑자기 했다고 볼 수 없는 게, 스무 살 때 시작해서 저만큼 미디어를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꾸준히 했어요. 그래서인지 딱히 어렵거나 하지 않아요. 오히려 재밌어요. 그쪽 일만 계속할 순 없으니까 농구랑 잘 분배해서 방송계, 체육계 둘 다 오가는 게 중요하죠.

서장훈 씨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엄청 활발하잖아요. 그 형이 방송을 그렇게 열심히 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어쨌든 장훈이 형이나 (안)정환이, 강호동 선배도 계시고. 그런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은퇴가 빠른) 선수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인정받고 잘할 수 있단 걸 보여주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할 수 있는 게 많죠? 예능도 예능이지만 저는 2년 전부터 연기를 준비하면서 레슨 받고 있어요. 당장 작품을 만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서 배우고 있어요. 카메오는 많이 해봤지만 그땐 발연기였으니까.(웃음) 연기학원을 벌써 세 군데째 다녀요.

연기에 재미가 붙었군요. 아직 ‘재미’를 이야기할 순 없고요. 재미를 떠나서,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연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막상 해보니까 욕심도 생기고요. 운동처럼 치열하고 어려운 분야이지만 은퇴는 없으니까… 나이 들면 나이 든 대로 연기할 수 있고. 연기는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예요. 서둘지는 않을 거예요. 이미 출발이 늦었지만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니까요.

욕심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뭘 하든 농구 이미지가 워낙 강하니까 그걸 확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첫 이미지가 중요하니까… 악역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일부러 작품을 더 많이 봐요. 드라마든 영화든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하는 배우도 궁금합니다. 황정민 씨, 하정우 씨요. 일단 연기를 정말 잘하시고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니까. 좋아하는 배우가 많은데 다 나열할 순 없고요. 저는 영화가 재미없으면 자는 버릇이 있는데 그분들이 연기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봐요. 그런 배우가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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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지막 쿼터까지 달린다
올해 마흔일곱 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코트에서 보내며 ‘최고’를 맛봤다. 그의 표현대로 “인고한 대가”다. 그는 인생 전체를 ‘4쿼터’라고 한다면 자신은 2쿼터 후반전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한다. 쉴 법도 한데 여전히 뜀박질 중이다.

오빠 부대의 원조가 쉰을 바라보네요. 하… 끔찍해요, 끔찍해.

선수 때 워낙 달려서 쉴 법도 한데요. 머무르는 게 싫어요. 워낙 활동적이기도 하고. 나이 드니까 진중해지고 목표에 대해 책임감이 강해지더라고요. 배우를 꾼꾸는 것도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예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떤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뭐든 잘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해봐야죠. 선수로서 성공한 요인을 꼽으라면 항상 오기와 끈기 덕이라고 말해요. 열두 살 때 교통사고가 나서 팔이 많이 휘었어요. 팔을 뻗으면 남들보다 꺾여서 움직이죠. 의사 선생님이 팔 구조상 슛은 안 된다고 사형선고를 내렸을 정도예요. 근데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어서 하루에 슛 1000개를 던졌어요. 그땐 체육관 불도 안 켜져서 흙바닥에서 연습하고.(웃음) 그렇게 힘든 시간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도 힘들어서 관두고 그랬는데. 참고 또 참고 견딘 덕에 여기까지 왔네요.

인생을 농구 경기라고 하면 지금 어디쯤인가요? 2쿼터를 끝내려 하는 때? 후반전이 남았죠. 은퇴하면서 1쿼터 끝냈고, 지금이 2쿼터, 쉰부터가 3쿼터, 일흔부터가 4쿼터일 것 같아요.

지난 두 쿼터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음… 비교적 잘 뛴 것 같아요.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았고, 특별히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았고. 우연히 농구를 해서 과분한 사랑도 받고요. 그로 인해 지금도 일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고, 만족스러워요. 100세 시대라니까 2쿼터를 잘 마무리해서 3쿼터에선 ‘우지원은 농구도 잘하고 다른 것도 잘하는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등록일 : 2019-05-21 09:58   |  수정일 : 2019-05-21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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