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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면서 ‘함께’인 삶

김하나·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글 | 최인아 2019-05-14 09:48

봄비 내리던 주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둘이서 알콩달콩 행복하고 유쾌하게 사는 얘기여서 앉은자리에서 쑥 다 읽었다. 내용만 보면 신혼일기 같다. 자유를 즐기던 두 청춘이 있었고, 조금씩 외로움이 파고들 무렵 서로를 만나 함께 살게 된 이야기. 처음엔 공통점이 많아 신기해하고 끌려서 함께 살기로 결심하지만 막상 함께이고 보니 둘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더라는. 싸우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적응하고 이해하며 보듬는 이야기.

그런데 반전이 있다. 함께 사는 두 사람은 과년한 처자들이다. 6년여 ‘리스펙트’하는 친구로 지내다 조심스런 탐색 끝에 함께 살기로 한다. 셰어하우스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공동 명의로 집도 같이 장만하고 살림도 합쳐 2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거인으로 살고 있다. 출판사에선 이들을 ‘조립식 가족’이라 칭하지만 더 근사한 말이 없을까 생각해본다.

부러웠다. 혼자 살며 외로워하는 솔로 여자뿐 아니라 남편이 있는 여자들도 부러워할 것 같았다. 인간은 결국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고민하는 법인데 김하나와 황선우의 방식은 혼자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함께일 수 있고, 함께이되 속박에 짓눌리지 않는 관계이니 말이다. ‘함께’이되 ‘따로’가 허용되는 ‘따로 또 같이’의 사람들.

‘같이’를 획득하는 또 다른 방식

김하나와 황선우는 마흔을 넘긴 처자들로 태어난 달이 몇 달밖에 차이 나지 않는 거의 동갑내기다. 둘 다 부산 출신이고 같은 대학을 다녔다. 또 대학생이 되던 해 서울로 올라와 20년이 넘도록 혼자 살았다. 한 사람은 카피라이터로, 작가로, 또 한 사람은 패션 잡지의 에디터로,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자기 분야에서 분명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친구도 많고 취미도 다양해 재미있게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개별자인 동시에 사회적 존재다. ‘혼자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같이’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사람마다 편안한 지점은 다 달라서 누구는 ‘혼자’가 7, ‘같이’가 3일 때 편안하고 누구는 그 반대일 때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분명한 것은 같이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거다.

성인이 된 사람들은 ‘같이’를 획득하는 방법을 대개 결혼에서 찾는다. 그런데 결혼은 선물이기도 하지만 책임과 의무도 엄청나게 안긴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안긴다고 느낀다. 출산과 육아를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해서, 함께하되 결혼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 두 여성이 그 방식을 찾았고, 시도했고 그리고 그 방식이 괜찮음을 2년간의 삶으로 증거한다.


‘가족이란, 연대란 뭘까?’에 대한 유쾌한 통찰

가족이란 뭘까? 오래전 TV에서 가정의 달 특집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각자 아이들을 서넛씩 키우며 남편 없이 살던 두 엄마가 있었다.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다 아예 집을 합쳐 함께 사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서로 형제자매처럼 생각했고 다른 엄마도 엄마라 불렀다. 홀로 살기엔 너무나 고달픈 세상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며 보듬어주는 사람들, 가족인 거다.

1인 가구가 27%를 넘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는 거다. 친구, 동료, 선후배, 누구라도! 종종 만나 같이 밥 먹고 수다 떨며 좋은 걸 함께 누리고 이즈음의 생각과 고민을 나눌 타인이 꼭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연대’라는 말이 많이 오가는데 연대는 거창한 대의를 펼치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이 세상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존재, 그게 연대고 가족이지 않을까. 그러니 이 책은 김하나와 황선우, 두 여성이 연대를 이뤄 가족으로 사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닐 뿐 새로운 방식의 가족인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분, 특히 누구와 어떤 관계로 살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강추! 의미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인데 심지어 심각하지 않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등록일 : 2019-05-14 09:48   |  수정일 : 2019-05-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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