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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조던의 ‘아름다움 너머’展 / 블랙 사바스의 〈Black Sabbath〉

쓰레기 文明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레어 스테이크 씹는 느낌의 세계 최초 헤비메탈 앨범

⊙ 조던의 미드웨이섬에 사는 새 ‘앨버트로스’… 죽은 새의 몸에서 드러난 비극의 전말
⊙ 영국 버밍엄 출신의 4인조 밴드… 수많은 밴드에 영향을 미치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2019-05-09 09:04

▲ 〈휴대폰(Cell Phones #2)〉, Atlanta, 90×183cm, Archival Pigment Print , 2005.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Intolerable Beauty)’전(展)을 찾았다. 조던은 사진과 비디오아트 등 현대 세계의 주요 담론과 이슈의 현장을 찾아 생각거리를 던지는 작가다. 작품을 통해 문명의 이기(利器), 그 너머의 무서운 실상을 밝힌다.
  
전시 작품인 〈휴대폰(Cell Phones #2)〉은 단순하고 명백한 메시지를 던진다. 쓸모를 다한 ‘휴대폰’은 문명이 낳은 배설물이다.
  
누군가의 손에서 온기가 되었을 휴대폰은 더 새롭고 성능 좋은 제품으로 대체되었다. 고장 난, 수명을 다한 기기(器機)의 ‘움직이지 않음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저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저 거대한 폐기물들은 어떻게 리사이클 될까. 저 쓰레기 문명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Chris Jordan)은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견딜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명명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도의 미니멀(Minimal·의식적으로 미적 가치를 저감시키는 예술방식)과 추상으로 형상화하는 재주를 지녔다. 그는 《어린이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성세대가 환경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알리면,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이 변화를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부터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어린 앨버트로스의 죽음과 체포의 始原 ‘슈마바’
 
〈미드웨이 시리즈 중에서(Midway: Message from the Gyre)〉, 64×76cm, Archival Pigment Print_PLEXIGLAS. XT (UV100), 2009.
시인 조용미의 ‘단 한 번의 풍경’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무 많은 아름다운 풍경이/ 내 눈을 멀게 했다’.
  
바다와 숲의 풍경이 그렇다. 이 풍경들이야말로 인간의 눈을 멀게 하는 자연이다. 그 가운데 인류의 시원인 바다는 푸른 별 지구의 상징이다. 작가 조던은 어느 날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에 사는 앨버트로스(Albatross)라는 새를 알게 된다.
  
시인 보들레르는 이 새를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구름 위의 왕자’로 묘사할 만큼, 늠름하고 기품 있는 새다.
  
그러나 조던은 앨버트로스가 창공 대신 모래사장에서 생을 마감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땅에 박힌 별이 된 것이다. 빛을 잃은 별은 참혹하다. 작품 〈미드웨이 시리즈 중에서(Midway: Message from the Gyre)〉는 언뜻 설치 작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새끼 앨버트로스가 죽은 사진이다.
  
어느 날 새가 죽었다. 시름시름 앓더니 더는 날지 못했다. 죽은 새의 몸이 점점 썩어 들어가자 그제야 드러났다. 앨버트로스가 플라스틱 조각들을 삼킨 것이다. 사진 속 울긋불긋한 조각들이 플라스틱이다. 조던은 미드웨이섬에 8년여간 머무르며 앨버트로스로서의 출생과 죽음을 목도했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는 새는 참혹하다. 그 죽음이 드러내는 존재 방식은 끔찍하다. 지난 2월 21일 내한(來韓)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말했다.
  
“미드웨이섬에 간 것은 2009년이었다. 죽은 앨버트로스가 자주 발견된다는 이 섬을 우연히 알게 돼 자석에 이끌리듯 가게 된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섬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슈마바 숲 No.9〉, 체코, 140×233cm, Archival Pigment Print 2018.
전시 작품 중 기자의 눈길을 끈 작품은 체코의 보호수인 슈마바(Sumava)의 설경(雪景)을 담은 작품 〈슈마바 숲 No.9〉이다. 곧게 자란 어린나무의 군락지인 이 숲은 비현실적인, 어쩌면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이제야 레이스 원피스를 입기 시작한 듯한 처녀지 숲의 모습이랄까, 펑펑 쏟아지는 침묵의 요란함이랄까, 어린 숙녀들이 문고판 《제인 에어》를 밤새워 읽는 것 같다고 할까.
  
조던은 카메라의 성능을 최고도로 끌어올려 숲과 가장 가깝게 찍으려 애썼다. 작품을 보는 누구나 숲속을 산책하는 느낌이 들게 하려 하지만 시원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숲은 인간과 공존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슈마바〉는 인간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멀고 가까운 숲이다. 조던의 말이다.
  
“체코는 어린나무를 벌채한다. (사진 속)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들이 1~2년 뒤에는 하드보드지나 마분지가 된다.”
  
발매일이 ‘13일의 금요일’
 
블랙 사바스의 첫 앨범 〈블랙 사바스〉.
1970년에 나온 영국 하드록 밴드인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데뷔앨범 〈블랙 사바스〉는 한국 나이로 올해 쉰이다. 으스스한 분위기, 어두운 내면이 묻어나올 것 같은 이 앨범은 커버 사진부터 음산하다.
  
낡은 주택의 버려진 뒷마당 같은 곳에 선, 검은 옷에 산발을 하고 피부는 백지장처럼 흰 여성이 등장한다. 비극을 응시하는 마법사와 닮았다. (그러나 앨범 커버를 찍은 현장은 영국 템스 강가, 물레방아가 있는 아늑한 곳이다. 사진을 기이하게 연출했을 뿐이다.)
  
어쨌든 이 앨범에 ‘세계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당대 신통치 않거나 볼품없는 음악들에 대한 만가(挽歌) 같은 느낌을 준다. 혹자는 이 음악들이 인간의 사악함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신(神) 아래 사악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면 내면의 아픈 새끼손가락일 것이다. 그런데 발매일이 ‘13일의 금요일’(1970년 2월 13일)이어서 많은 이의 입방아에 올랐다.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것이다.
  
첫 곡 ‘블랙 사바스’와 두 번째 곡 ‘더 위저드(The Wizard)’, 앨범 A면 네 번째 곡인 ‘N.I.B’에서 보여준 기저 버틀러(Geezer Butler·베이스)와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기타)의 격렬하면서도 육중한 기타 연주는 이전의 록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다. 또 오지 오즈본(Ozzy Osbourne·보컬)의 동물적인 외침도 ‘레어 스테이크’를 씹는 것처럼 날것으로 느껴진다.
  
이들의 사운드가 음산하게 들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유리 지갑’ 때문이었다. 앨범 제작비가 없어 이틀 만에 뚝딱 만들었는데, 녹음 설정도 스튜디오가 아니라 라이브에 맞춰놓아야 했다. 기타리스트 토니의 말에 따르면, 1969년 10월 16일 단 하루 만에 거의 모든 녹음을 끝냈다. 녹음시간은 총 12시간. 이튿날 종소리나 천둥, 비 효과음을 추가한 것과 ‘N.I.B’에 더블 트랙(기타 솔로)을 추가한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당시 토니는 손을 다쳐버렸다. 부득이 기타 줄을 반음 낮춰 E 플랫으로 튜닝했는데 그 때문에 기타 사운드가 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우연치고는 묘하다.
  
공포와 어둠의 주제들… 교회 종소리, 폭풍우, 무거운 기타 사운드
 
첫 앨범을 발매할 무렵인 1970년의 블랙 사바스. 왼쪽부터 기저 버틀러, 오지 오즈본, 토미 아이오미, 빌 워드.
이 앨범은, 어떤 행간(行間)이나 암시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공포와 어둠, 죽음 같은 것이 주제다. 지금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고 웃어넘기지만 1970년대 사람들에겐 이들의 퍼포먼스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첫 곡 ‘블랙 사바스’는 교회 종소리가 들리고 폭풍우와 함께 블루스풍의 록 음악이 시작된다. 무거운 느낌을 주는 반복적인 리듬과 오지(오즈본)의 날 선 음성이 들린다. 그 음성은 전체 6분20초나 되는 긴 곡에 1분24초쯤 시작된다. 전주(前奏)가 짧은 요즘 음악과 매우 다르다. 노랫말은 이렇다.
  
“내 앞에 선, 저게 뭐야. 나를 가리키는 검은색 그림(Figure in black). 빨리 돌아서 뛰기 시작해! 내가 선택된 사람인지 알아봐. 오, 안 돼!”
  
곡 후반부로 갈수록 기타는 빨라지고 요란한 드럼 비트는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오지는 “오, 안 돼! 제발!”이라 외친다.
  
두 번째 곡인 ‘더 위저드’는 하모니카 소리와 같은 오르간 소리가 들리다 육중한 기타와 드럼 비트가 오지의 목소리를 따라 울린다.
  
“안개 낀 아침, 하늘의 구름들. 예고 없이 마법사가 자기 그림자를 드리우고 주문을 외며 옷을 펄럭이며 종을 울리지. 절대 말하지 마. 그냥 계속 걸어가. 마법이 펼쳐져.”
  
이 곡은 소설 《더 호빗》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Gandalf)의 캐릭터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세 번째 곡인 ‘비하인드 더 월 오브 슬립(Behind the wall of sleep)’은 동명의 단편소설(1919년 작)에 영감받아 작곡했다.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가 쓴 소설은 한 정신병원의 인턴 눈에 비친 살인범 조 슬레이터(Joe Slater)의 잔인한 행적을 그리고 있다.
  
소설에서 영감받아선지 노랫말도 문학적이다. “꽃 안의 컵 모양의 환상. 이상한 힘을 가진 치명적인 꽃잎. 얼굴이 치명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재판에서 너를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비된 냉기. 서리가 내린 빛나는 태양. 당신의 슬픔을 읽을 수 있는 말들. 읽은 단어는 ‘내일은 없다(No tomorrow)’.”
  
뒤이어 나오는 ‘N.I.B’는 육중한 베이스가 즉흥연주처럼 42초가 이어진 뒤 기타 사운드가 쏟아진다. 노랫말을 만든 버틀러(베이시스트)에 따르면, 이 곡은 타락한 천사인 루시퍼(Lucifer)의 관점에서 쓰였는데, 인간(여성)과 사랑에 빠져 “더 나은 사람이 된다(Becomes a better person)”는 내용이다. 노랫말은 이렇다.
  
“사람들은 내 사랑이 진실하지 않다고 하지만 제발 날 믿어줘. 내 사랑을 너에게 보여줄게. 네가 생각하는 비현실적인 것들을 줄게. 태양과 달, 별들은 모두 내 봉인을 품고 있어(The sun, the moon, the stars all bear my seal).”
  
영국 버밍엄 출신의 네 사람이 만든 앨범 〈블랙 사바스〉를 평범하지 않게 만든 개성은 아마 ‘블랙 사바스’와 ‘N.I.B’일 것이다. 육중한 사운드와 문학적 감수성이 가득한 두 곡은 세월이 흘러도 콘서트의 레퍼토리가 되었으니까. 뭐, 귀에 착 달려드는 애잔함이나 달콤함은 없다.
  
블랙 사바스는 첫 앨범을 낸 바로 그해 발매한 두 번째 앨범 〈파라노이드(Paranoid)〉로 전설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들을 추종하는 수많은 밴드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등록일 : 2019-05-09 09:04   |  수정일 : 2019-05-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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