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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는 솔로 블랙핑크 제니

‘블랙핑크’는 핑크이면서 블랙이다. 가장 예쁜 색으로 소비되는 핑크에 블랙을 섞는다.
‘예쁘게만 보지 마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이 블랙과 핑크를 모두 담고 있는 멤버는 제니다.
2NE1 이후 7년 만에 나온 걸그룹인 만큼 제니는 YG가 숨겨놓은 비밀 병기였다.

글 | 유슬기 기자   사진제공 | YG엔터테인먼트 2019-03-26 10:18

제니는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6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블랙핑크 멤버 중 제일 긴 시간이다. 2012년부터 데뷔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0년 8월부터 연습생을 시작한 그는, 2016년 8월 데뷔 후 2주 만에 음악 방송 1위에 오르고도 실감이 나지 않은 듯 “그동안 상상만 했던 순간이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얼떨떨하다”라고 말했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로 이뤄진 블랙핑크는 다국적 그룹이다. 지수는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로제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자랐다. 리사는 태국 출신이다. 제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뉴질랜드로 이주해 학창 시절을 보냈다.


블랙핑크는 리더가 없는 그룹인데, 멤버들은 암묵적으로 한국 멤버와 외국 멤버를 아우르고, 랩과 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제니를 리더라고 생각한다. 5년 동안 함께 연습한 지수는 “각자 의견을 내고 합의점을 찾는 편인데, 대부분 선택장애가 있어서 그나마 결단력 있는 제니가 리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들은 YG에서 공들여 키운 걸그룹이라 ‘금수저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제니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생일 때 서바이벌보다 더 심한 서바이벌을 겪어요. 이틀 이상 집에서 자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 유일한 바람이었죠.”


나 자신에 충실하자

블랙핑크의 멤버. 왼쪽부터 지수, 리사, 제니, 로제.
‘천진난만 청순가련 새침한 척 이젠 지쳐 나, 귀찮아’로 시작하는 제니의 솔로곡 ‘SOLO’는 블랙핑크를 프로듀싱한 테디가 만들었다. ‘제니의 외면과 내면에 공존하는 연약한 소녀와 독립적이면서 강한 여성을 모두 보여줄 노래’라는 설명이다. 솔로곡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니는 “내가 나 자신에게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잘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SOLO’는 자신에게 충실하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데뷔 전 준비 기간이 길어서 스스로 강해진 게 사실이에요. 솔로곡을 준비하면서 하나의 무대를 혼자 채워야 한다는 연습생 시절의 마음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루한 러브 스토리보다 ‘빛이 나는 솔로’가 되겠다는 제니의 ‘SOLO’는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후, 일간·주간 차트를 휩쓸었다. 해외에서는 40개국 아이튠즈 1위, 국내 여자 솔로 가수 중 최초로 아이튠즈 ‘월드 와이드송’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SOLO’ 뮤직비디오는 23일 만에 1억 뷰를 넘었고, 지난 2월에는 2억 뷰를 기록했다.


그동안 블랙핑크가 내놓은 곡은 모두 유튜브에서 억대 뷰를 돌파했다. 작년 여름 발표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는 3월 현재 조회 수 7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남녀 그룹을 통틀어 최초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0위, 핫 100 차트에서는 55위에 올랐다. 당시 제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저도 팬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빌보드에) 들어가요. 거기 블랙핑크의 이름이 올라 있어서 신기하고 영광이었죠. 조회 수를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우리 곡을 찾아서 들어요. 다른 곡은 안 듣고, 오직 우리 노래만 예전 곡까지 찾아 듣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솔로곡을 발표한 후 제니는 빌보드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화제가 된 건 그의 영어 실력이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배워서 하는 영어’와 ‘몸에 익은 영어’는 다르다. 애초 ‘해외에서 파급력 있는’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YG의 계획처럼 제니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애티튜드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룹 외연을 확장하는 건 멤버의 매력이다. 제니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그는 ‘2018년 인스타그램 어워드’에서 ‘가장 사랑받은 계정’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가장 사랑받은 계정’은 스타가 한 해 동안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피드, 스토리 게시물의 조회 수와 팬들이 남긴 ‘좋아요’, 댓글 수를 합산해 선정한다.

제니가 노래와 랩뿐 아니라 패션에서도 눈에 띄는 ‘패셔니스타’로 급부상하면서 그의 SNS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SNS에 올린 사진은 그대로 기사가 됐다. 제니는 솔로 데뷔 후 단독으로 진행한 패션지 화보 인터뷰에서 “음악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뮤지션이 되자고 마음먹은 이유도 어릴 적부터 이 둘을 좋아했기 때문이고요”라고 말했다.


‘인간 샤넬’로 불리며…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19-2020 샤넬 패션쇼에서 제니.
데뷔 때부터 ‘사복 패션’으로 주목받았던 제니가 ‘인간 샤넬’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가 샤넬의 앰배서더(대사)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샤넬 제품을 빈틈없이 소화해서다. 자칫 무겁거나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샤넬 아이템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자연스럽게 연출한다. 제니는 시상식뿐 아니라 공항 패션에서도 샤넬 아이템을 믹스매치하는 데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트위드 소재 제품에 경쾌한 원피스를 입거나 레이스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는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구분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살릴 줄 안다. 노래할 때는 파워풀한 댄스와 랩, 중저음의 보이스로 무대를 장악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베이비 페이스에 털털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보는 이들이 제니에게 ‘입덕’ 하는 포인트는 도처에 있다. 어떤 이는 패션에, 어떤 이들은 평소 모습에, 또 어떤 이들은 무대에서의 완벽함과 예능에서 보이는 허당미에 매료된다. 그러나저러나 제니는 호들갑 떨지 않고 더 잘 보이기 위해 예쁜 짓을 하지도 않고, 그저 싱긋 웃을 뿐이다.

제니는 얼마 전 타계한 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샤넬 쇼에도 함께했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넬 컬렉션 쇼의 하얀 눈으로 덮인 스테이지에 제니는 하얀 트위드 원피스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모습으로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전설인 당신의 지성과 세상에 대한 관대함에 감사하다. 우리는 당신의 존재를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헤라’ 모델로 발탁된 제니가 지난 3월 14일 ‘헤라 블랙파운데이션’ 론칭 행사에 참여했다.
YG는 제니의 솔로 성공에 힘입어 블랙핑크 각 멤버의 솔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제니의 다음 타자는 로제다. 블랙핑크를 결성할 당시 YG 대표 양현석은 이렇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분석입니다만, 1996년에 데뷔한 5인조 여성 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마지막으로 기억될 만큼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 있는 걸그룹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그 이유는 아마 문화적 시스템상 걸그룹의 데뷔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블랙핑크에게 블루오션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대대로 현재 국내외에서 YG의 대표 선수는 블랙핑크다. 이들의 마지막 발표 곡 ‘뚜두뚜두’의 각국별 유튜브 조회 수를 분석해보면 수입은 미국이 1위다. 조회 수로는 브라질과 멕시코가 각각 7위와 9위, 프랑스, 러시아, 영국, 독일이 20위권 안에 있다. ‘마지막처럼’과 ‘붐바야’도 5억 뷰를 넘겼다. 블랙핑크는 현재 5억 뷰 뮤직비디오를 가장 많이 보유한 걸그룹이다. 이들이 2월부터 3월까지 걸그룹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른 이유다. 덕분에 해외 투어에서도 선보일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다.


K팝과 ‘스파이스 걸스’를 뛰어넘을

지난 3월 빌보드의 표지를 장식한 그룹 블랙핑크, 각 멤버별 표지도 따로 제작됐다.
블랙핑크의 첫 해외 투어는 지난 2월 리사의 고향인 태국에서 시작했다. 이후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타이베이에서 매진 세례를 기록하며 아시아 투어를 마쳤다. 이후에는 북미 6개 도시, 유럽 6개 지역, 호주 2개 도시의 월드 투어가 이어진다. 북미 투어 공연은 6만 석이 매진돼 2회 공연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블랙핑크는 빌보드 표지를 장식했다. K팝 걸그룹 중 처음이다. CBS ‘레이트쇼’와 ABC ‘굿모닝 아메리카’ ‘스트라한 앤드 사라’ 등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4월 12일과 19일에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오른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다. 제니는 “언젠가 모든 곡을 영어 가사로 녹음한 앨범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과 손잡은 인터스코프사는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의 레이블로 그래미 아티스트들이 속해 있다. K팝의 카테고리를 뛰어넘고 싶다는 제니의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등록일 : 2019-03-26 10:18   |  수정일 : 2019-03-2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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