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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 기자의 잉글리시 문화사

물에 말아놓은 비빔밥?...영화 ‘타짜-신의 손’

글 | 이범진 조선pub 차장대우
필자의 다른 기사 2014-09-06 오전 11:19:00

 
 
액션도 있고 유머도 있고, 철학도 있고 감동도 있고, 음악 좋고 영상미 좋고, 게다가 인생의 교훈까지 보태주는, 그런 잘난 영화가 세상에 있을까?
 
뭐 굳이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이 영화는 아니다. 액션, 유머, 사랑, 교훈, 인생, 스릴, 감동, 철학, 도덕…. 좋다는 건 죄다 넣어서 2시간에 버무려놓다 보니 죽도 밥도 안됐다. 꼭 비빔밥에 물 말아 놓은 것 같다. 원작(김세영 글, 허영만 그림)을 쫓아가긴 커녕, 2006년 개봉됐던 ‘1편’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게 좋다고 호평한 일부 매체들과 블로거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9월 3일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은 한 마디로 실망이다.
 
캐스팅부터가 문제다. 가수는 가수답게 노래를 잘하면 되고, 배우는 배우답게 연기를 잘하면 된다. 둘 다 잘한다면야 물론 좋겠지만, 사람의 몸이 두 개는 아니지 않나. 아이돌 가수 최승현(26, 빅뱅의 TOP)의 어설픈 연기를 보고 있자니, 눈에 힘주며 깝치는 중3 짜리 친구 아들이 생각났다. 담배 꼬나물고 노려보며, 화투장이나 던지고 주먹질 좀 해주면 연기가 되는 건가. 명색이 ‘타짜’라면 나름 수련을 거듭한 고수의 풍모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뮤직비디오를 찍은 건지 영화를 찍은 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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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도 엉성하다. 음모에 음모가 겹겹이 포개지다 보니, 어거지로 음모를 끼워넣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음모적 시각까지 갖게 만든다. A가 B-C와 짜고 D를 속였는데, 알고 봤더니 그건 C를 속이기 위한 음모였다. C는 A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B와 손을 잡았는데, B는 뒤로 A와 결탁하고 있었다. A는 몰래 D와 손을 잡고 C의 뒤통수를 친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D는 C와도 협력관계였다. 이런 식이다. 극적 효과를 노리기 위해 스토리를 배배 꼬다 보니,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점점 불편해진다. 배 속이 배배 꼬여가는 것 같다. 제작진인들 별 수 있었겠나. 새끼줄 꼬듯 작위적으로 스토리를 꼬아놨으니 결론이 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사람은 성실하게 살아야 된다, 알았지?’ 영화는 이렇게 공자님 말씀으로 결론을 낸다. 피 튀기는 공자.
 
이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음모 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거기다 MSG처럼 인연까지 집어 넣었다. 대길(최승현)은 1편의 주인공 고니(조승우)의 조카다. 전설적 고수인 고니에겐 절친한 친구 고광렬(유해진)이 있었다. 그 친구와 대길이 십여년 만에 만난다. 그게 하필 노름판이다. 그것도 우연히 만난다. 대길은 첫사랑 허미나(신세경)를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데, 그것도 노름판이다. 물론 이번에도 우연히 만났다. 이 바닥에 악명이 자자한 노름꾼이 하나 있다. 아귀(김윤석)라는 자인데, 그는 대길의 삼촌(고니)에게 원한을 갖고 있다. 생명같은 오른 손을 잘렸기 때문이다. 대길이 이 아귀와 만난 곳도 노름판이다. 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것 또한 운명 비스름한 것이다. 아귀는 이 자리에서 대길이 고니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우연 비슷한 말 때문에 알게 된다. 영화는 2시간 내내 음모에 음모가 겹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 그래서 볼수록 점점 어색해진다. 화면에는 핏방울이 퍽퍽 튀는데, 이 대목에서 쫄아줘야 할지 웃어줘야 할지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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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아귀는 ‘타짜-신의 손’에선 진화된 모습을 하고 나왔다. 아무래도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 박사를 롤 모델로 삼았나 보다. 노름꾼이라 하면 모름지기 자장면 시켜먹으며 패를 까봐야 제격이거늘, 이놈의 아귀는 진공관 앰프에 수천만원짜리 플로어형 스피커를 물려놓고 클래식을 듣는다. 고전음악을 틀어놓고 와인을 마시며 살육을 즐기는 한니발 렉터의 오버랩이다. 헉. 그런데… 안 어울린다. 아귀는 짬뽕 국물에 소주를 마시는 노름꾼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어딘지 어색하다. 아귀도 한니발 렉터처럼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신다. 관객은 여기서 끔찍한 상상을 할 수 밖에 없다. 저 고기가 혹시…. 하지만 영화는 그 정도까지 가지는 못간다. 그냥 소고기다. 그것도 아귀가 직접 구운…. 참 가정적인 노름꾼이다.
 
아귀는 맨 살에 울긋불긋한 셔츠를 입고, 핏발선 눈을 하고, 탐욕스러운 침을 흘려야 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챙겨야 한다. 그러니까 아귀다. 적어도 1편에선 그랬다. 그런데 2편의 아귀는 거실을 유병언의 와인바처럼 꾸며놓고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있다. 이게 뭐지? 어둑어둑한 실내에서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라식 수술을 했나? 아귀는 기지바지에 남방을 입고 가죽 소파에 앉아 있다. 그런데 맨발이다. 집안에서 한바탕 살육적이 벌어지고 난 다음엔 더 어색하다. 대길이 일행이 밖으로 나올 때 아귀는 나이트 가운을 입고 있다. 손님 바래다주려고 옷 갈아입었나? 영화는 시종일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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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전편에서 아귀가 고광렬의 손을 찍는 장면

스토리 구성도 어색하다. 대길이 첫사랑한테 빠져드는 이유는 ‘한 눈에 반해서’다. 10년 전 한번, 그것도 잠깐 그녀를 본 대길은 ‘나랑 결혼하자’고 대뜸 말한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은 자기 목숨을 걸고 대길을 살려준다. 이유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기도 하여라. 인생 참 쉽게도 산다. 낯선 남자가 처음 본 여자한테 ‘결혼하자’고 했다면, 그건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어떤 여자가 그 말을 마음에 담아 뒀다가, 그 남자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면, 그것 또한 제정신이 아닌 여자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일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고니의 친구 고광렬은 손목까지 날려가며 모은 돈 5억원을 망설임 없이 내놓는다. 왜? 친구의 조카이자 제자니까. 대길한테 뒤통수를 맞았던 꼬장(이경영)도 떼억이 넘는 돈을 흔쾌하게 빌려준다. 왜? 대길이가 주인공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돈은 다 날려도 되니까, 몸만 다치지 마라.” 세상에…. 이렇게 자상한 노름꾼 두목도 있었나? 이 영화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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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진지할 것 같은 이 영화는 중간중간 코믹하게 빠진다. 그런데 그것 또한 절묘하게 어색하다. 깡패들에게 쫓겨 목숨걸고 도망치는 상황에. 정체 절명의 상황인데 배경음악은 나미의 ‘빙글빙글’이다. 이러니 긴장하면서 봐야 할지, 웃으면서 봐야 할지 헷갈린다. 고광렬(유해진) 특유의 감칠맛 나는 코믹연기는 과도하게 무게잡는 대길의 연기와 부딪쳐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허미나(신세경)의 육감적 몸매는 우 사장(이하늬)의 세계적 몸매와 부딪쳐 섹시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를 왜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을까? 유명 배우 몇명 넣고, 아이돌 하나 내세워서, 벗은 몸 좀 보여주면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거라 생각했나? 한심하다고 하기엔 잘 찍었고, 잘 찍었다고 하기엔 한심하다. 죽도 밥도 아닌 영화. 딱 물에 말아놓은 비빔밥 같다.
 
 
등록일 : 2014-09-06 오전 11:19:00   |  수정일 : 2014-09-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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