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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지소미아는 피살당했다

협정 종료 의사를 기한 90일전에 서면으로 전달해야만 1년씩 자동연장되는 지소미아를 파기할 수 있었다. 8월 23일 정부는 일본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담은 공문을 전달함으로써 한일지소미아 파기를 위한 공식적 절차를 마쳤다. 결국 지소미아는 자연사가 아니라 한국정부에 의해 생명을 마친 것이다. 이를 대신할 수 있는 한미일 정보공유 합의 즉 티사는 협정의 아니라 합의로 국방차관이 서명한 문서다. 지소미아에 비해 격이 낮아 정보유통의 질과 시간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26 17:00

▲ 99%의 퍼즐이 완성되어 있더라고, 한 개의 퍼즐이 없어 오판할 수 있는 것이 국가안보이다.

2019년 8월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한일 지소미아 즉 ‘한일간 비밀정보 보호에 관한 협정’을 파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최종적으로 재가했다. 그리고 외교부는 23일 나가미네 야스마야 주한일본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담은 외교공문을 전달했다. 이로써 우리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파기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마쳤으며, 오는 11월 23일이면 한국과 일본간 유일한 군사안보협력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이는 본 협정 21조 3항에서 명시한 바처럼 종료 의사를 외교경로를 통하여 ‘서면’으로 통보해야 종료 효력을 발휘한다는 규정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다.

△ 지소미아는 자연사가 아니라 타살된 것

우선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면서 이는 파기가 아니라 종료라며, 언론에 용어사용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언론사들은 지소미아 ‘종료’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에는 지소미아가 협정시한이 끝나서 사라지게 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21조 3항에서는 협정 종료의사를 기한 90일 전에 서면 통보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된다’라고 되어 있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의 생명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서면을 통해 파기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자동 생명연장 효력이 정지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한국 정부에 의해 지소미아가 파기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즉 비유하자면 지소미아는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이다.

정부는 한일간의 정보교류협정이 없어도, 2014년 12월 29일 한국정부가 서명한 '한미일 국방당국간 정보공유합의'(일명 티사, TISA)가 존재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9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티사의 공식 영문명은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Concerning the Nuclear and Missile Threats Posed by North Korea Among the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of the Ropublic of Korea, the Ministry of Defense of Japan, and the Department of Defense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단어는 협정을 뜻하는 Agreement가 아닌 합의라는 Arrangement라는 것과 주체가 한국, 일본, 미국 정부가 아니라 국방당국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 지소미아와 티사는 격(格)이 다르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협정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사항도 아니었으며, 따라서 해당 문서가 갖는 권위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서명당사자가 국방부 차관으로 되어 있어 더욱 그 권위가 약하다. 이는 3국 중 일국의 정보 요청에 대한 의무가 국방당국간 무형적인 신뢰에 기반한 것이어서 정보 유통의 속도와 질이 정치적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 유통의 제도적 기반이 1987년 한미간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과 2007년 미일간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서 한일간 군사정보의 교류는 미국이 다리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되어 있다. 미국이 중심이 되어 3국의 군사정보의 분류체계를 정하고, 유통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티사 9개항 중 3개항으로 분량으로는 거의 반을 차지한다. 이는 긴급한 안보현용정보가 실시간으로 3국간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통해 전달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지체 현상이 불가피하다. 교류하는 정보 대상도 합의서에 명시된 것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것으로 국한되어 있다. 북한 내부 정보나 재래식 군사 정보 등은 제외되어 있어 유사시 정책 판단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티사는 지소미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낮다.

물론 당장 한일 지소미아가 파기되어도 심각한 피해나 위험에 봉착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여당의원이 지적하듯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필요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가안보는 미래의 희망에 호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위협 세력에 대한 정보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99%의 퍼즐이 완성되어 있더라고, 한 개의 퍼즐이 없어 오판할 수 있는 것이 국가안보이다. 그래서 한 개라도 더, 잃어버린 퍼즐을 찾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미국 정부의 실망이 크다. 한미간에 정치적 신뢰와 유대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정보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8-26 17:00   |  수정일 : 2019-08-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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