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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너의 삐뚤거리는 글씨마저 엄지 척!

3번 방에서 제일 작은 마꼴의 눈부신 발전 이야기

마꼴은 꼬불거리는 라면 머리에 네모난 뿔테 안경을 쓴 3번 방에서 제일 작은 꼬마다.
처음 마꼴을 보았던 날, 나는 마꼴을 보고 마이클 잭슨을 연상했다.
가끔 마꼴의 이름을 기억 못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마이클 잭슨과 마꼴의 머리를 비교해 설명해준다.
그러면 다들 "아하!" 웃으면서 금세 마꼴의 이름을 기억했다.
높아지는 인기만큼 자신을 잃어버렸던 마이클 잭슨이지만 오롯이 자신이었던 시절의 그는
아마 우리 마꼴처럼 귀여운 꼬마 마이클이었을 것이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9-16 20:03

오늘도 바쁜 마음으로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번 방 아이들을 맞이하는 학교 현관 앞으로 갔다. 항상 제일 일찍 등교하는 마꼴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성기 때의 마이클 잭슨 헤어스타일을 꼭 닮은 꼬불거리는 라면 머리를 하고 동생 에돈이랑 장난을 치고 있다.
장난치는 두 아들 옆에 있는 마꼴 아빠와 인사를 주고받은 뒤, 마꼴을 향해 까꿍 하듯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마꼴.
내 말에 가만히 씩 웃더니 마꼴이 말했다.
 You are Ms. Park.
 나를 만나 반갑거나 말을 걸고 싶으면 늘 마꼴이 하는 인사다.
You are Mr. 마꼴”
내가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Ms. Park. You are funny.
마꼴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마꼴은 2kg 이 안 되는 작은 아기로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서 부모 맘을 몹시 아프게 했다고 한다. 시력도 발달이 다 되지 않아서 특수 안경을 쓰는 마꼴은 작은 체구만큼 먹는 양도 적어서 그런지  3번 방에서 제일 작다. 작게 태어났어도 나름 열심히 커왔겠지만 아직도 두 살 어린 동생 에돈보다 한 뼘은 작다. 씨름선수 같은 체구를 가진 아빠와 에돈 사이에서 마꼴은 그 집의 막내  꼬마로 보인다.  
 
마꼴이 처음 3번 방에 왔을 때 마꼴은 키만 작은 것이 아니라 말도 없고 의기소침한 아이였다. 하나, , 셋도 제대로 못 세고 자기 이름도 첫 글자 M 밖에 못 쓰던 마꼴은 지금은 3번 방에서 가장 발전이 빠른 아이 중 하나이다. 작은 체구는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더 학교생활을 즐거워했고 친구들과 노는 법도 배워서 요즘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논다. 학습지를 끝내기 위해 나름 애를 쓰고 삐뚤삐뚤 글씨를 쓰고 나면 꼭 다했다며 뿌듯한 마음으로 교사들에게 자랑을 한다.
Ms. Park. Im done!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뿌듯한 미소가 가득한 마꼴을 향해 나는 아낌없이 엄지 척을 날려준다. 요즘은 심지어 기분이 상하면 친구들에게 성질을 낼 줄도 알게 되었고 가끔은 선생님의 말을 안 들어보려고 슬그머니 딴청까지 피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학기 초에 마꼴은 바지에 똥이나 오줌을 싸는 사고를 여러 번 저질 나를 비롯한 다른 보조교사들을 애먹였다. 똥 싼 것을 치우고 옷을 갈아입히다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는데 마꼴은 말은 못 하지만 너무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그래서 속으로는 당연히 똥은 집에서 쌌으면 간절히 바랐지만 미안함이 가득한 마꼴의 얼굴에 저절로 괜찮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마꼴이 지금은 대소변을 제법 잘 가리게 되었다.
 
작게 태어나 항상 작았고 지금도 작은 아들보다 작고 빼빼 마른 자신의 큰 아들이 늘 걱정이었던 마꼴 아빠는 마꼴이 조금 많이 수다스러워지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읽을 수 없는 글자지만 연필로 뭐라도 끄적이게 된 것에 무척 감사한다는 말을 담임교사 Ms. K에게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나는 내가 대단한 것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있는 듯하여 가슴이 짠하게 고마웠다
 
3번 방에서는 큰 말썽 없이 규칙을 잘 지키고 별일 없이 잘 지낸 아이들은 집에 갈 때  아침에 자신들이 받고 싶다고 보물상자에서 뽑아놓은 보물을 받는다. 하루도 보물을 못 받는 적이 없었던 마꼴이 드디어 오늘 보물을 못 받고 집에 갔다. 마지막 블록 놀이시간이 끝나고 정리할 때 잼스와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다가 잼스가 머리를 때리자 손가락으로 잼스 눈을 찌른 것이다. 싸우는 것은 나쁜 것이라면서 짐짓 화가 난 것처럼 둘을 혼내고 담임 Ms. K에게 데려갔다. 둘 다 보물을 못 받아서 의기소침해진 채 집으로 갔다.
 
나는 마꼴이 보물을 못 받은 것이 안 되었기보다 마꼴이 자신을 공격한 친구에게 대항해 싸울 줄 알게 된 것에 기뻤다. 작은 체구에 아이들에게 치이면서 자라서 그런지 친구들하고 놀다가도 다른 아이들이 거칠게 놀면 몸을 오그리며 옆으로 피하던 마꼴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싫다고도 이야기할 줄 알게 되었고, 다른 친구가 때리는 행동에 대항할 만큼 단단해졌다. 그런 마꼴이 대견했다.
  
마꼴, 하루쯤 보물 장난감 못 받아도 괜찮아. 아이들은 장난도 치고 말썽도 좀 부리며 크는 거야. 마꼴, 잘 싸웠어. 씨름선수 같이 커다란 아빠의 듬직한 손을 잡고 자기보다 한 뼘은 큰 동생을 따라 시무룩하게 걸어가는 마꼴의 어깨를 마음으로 토닥여주었다.
 
말썽쟁이들을 꼼짝 못 하게 잔소리로 묶어놓는 내가 마꼴의 말썽을 기뻐한 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9-16 20:03   |  수정일 : 2019-09-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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