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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늑대소년이 떠난 곳에서

늑대소년이 떠나는 것을 기다렸던 내 마음이 슬펐다.

3번 방을 쥐고 흔들었던 늑대소년 루이가 떠났다.
루이는 마지막까지도 참 루이스러웠고 그렇게 3번 방을 떠났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29 11:16

3번 방의 늑대소년 루이는 객관적인 눈으로 봐도 다섯 살 때 송중기보다 나았으리라 믿어지리만큼 예쁘고 잘생긴 소년이었다. 동그란 눈이 반달이 되며 보조개가 들어가는 달콤한 미소를 날리는 루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심사가 뒤틀리거나 화가 나면 교사들이 예측하기도 전에 분노가 폭발함과 동시에 번개같이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벽에 붙은 모든 것들을 뜯어내어 망가뜨렸다. 가장 큰 문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옆에 있던 아이를 물어뜯어 몸에 이빨 자국을 남긴다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긴장하며 지켜보았지만 결국 여섯 명의 아이들이 물리는 사고가 일어난 후, 루이는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다른 아이들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

루이는 지적장애나 언어장애로 인해 학습 장애를 가진 꼬마들이 있는 3번 방에 있기에는 너무 총명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똑똑한 아이였다. 그리고 Biter 루이의 폭력성은 3번 방뿐 아니라 우리 학교에서 감당하기에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리하여 담임교사 Ms. K와 교장의 고심을 거친 서류 절차를 통해 학구가 아닌데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리되어 우리 학교를 선택하여 온 루이를 학구에 있는 학교로 보내는 방안이 강구되었다.

루이의 전학이 결정되자 3번 방 교사들 사이에는 묘한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정성 들여 꾸미고 장식한 교실과 열심히 준비한 첫 아이들과의 수업이 매일 루이 때문에 망가지고 엉망이 되자 눈이 빨개지도록 울기도 한 초임교사 Ms. K는 설레어 보일만큼 전학 일을 기다렸다. 루이는 전학 가는 것이 자랑인양 이야기하며 전학 일이 다가올수록 들떴다. 그런 루이에게 웃어주는 교사들이 속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얼마다 그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루이는 몰랐을 것이다.

D-Day가 다가오는 것을 Count Down 하면서 참고 견디던 3번 방 교사들은 루이의 3번 방 마지막 날, 루이를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와서 서로에게 기쁨의 인사를 건넸다. 내일부터 다시 교실을 예쁘게 장식하고 3번 방 꼬마들과 재밌게 지낼 기대에 가득한 담임교사 Ms. K, 그동안 루이를 번갈아 1:1 전담 마크하느라 다치기도 했던 Ms.C와 Ms. N, 두 사람이 루이에게 매달려 있는 동안 다른 아이들을 담당하느라 손이 부족해 힘들었던 나와 다른 보조교사들, 모두가 내일은 다른 태양이 떠오를 3번 방을 기대했다.

다음 날,  평화와 희망이 가득할 줄 알고 들뜬 마음으로 3번 방 문을 열며 들어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이들과 분리되어 보조교사와 따로 떨어진 자리에 앉는 루이가 나를 보고 "Good Morning, Ms. P!"이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거울로 들여다보았으면 정말 괴상했을 표정으로 웃으며 루이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교사들을 쳐다보니 다들 나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루이 엄마의 서류 싸인이 안 끝나 루이가 전학 갈 학교에 등교할 수 없자, 루이 엄마는 교육국에 전화해서 전학한 줄 알고 루이 집에 안 들른 스쿨버스를 돌아오게 하여 루이를 태워 우리 학교로 다시 보냈다는 것이다. 다 끝난 줄 알았던 루이와의 전쟁에 다시 돌입할 준비가 안 된 교사들에게 그 날은 다른 날보다 서너 배는 더 긴 하루였다. 그 날, 루이가 집에 간 뒤에 우리는 섣부른 기쁨을 나누는 것을 자제하고 조용히 귀가하였다.

다음 날 3번 방 문을 열었을 때, 루이의 책상은 비어있었고 Ms. K의 얼굴은 햇살보다도 더 밝았다.

물론

늑대소년이 3번 방을 떠나고 3번 방 꼬마들과 선생님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은 아니었다.

지금 3번 방에는 "사자 없는 산에서는 토끼가 왕 노릇 한다"는 속담과 같이 루이가 사라진 뒤, 자기가 사자인 것처럼 까부는 꼬마 토끼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다사다난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감당할 만큼의 사건과 사고들이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한 날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루이가 떠난 뒤 그 아이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3번 방에서 그 날을 돌아보거나 가끔 들려오는 루이의 전학 간 학교에서의 문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마음 한쪽이 찌릿해지곤 한다. 루이는 참 힘든 아이였고 그 아이 한 명으로 인해 날마다 3번 방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루이가 떠난 것은 남은 모두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루이가 알든 모르든 다섯 살 어린아이가 누구도 받아주고 싶지 않은 학생으로 낙인찍혀버렸다는 것에, 나와 3번 방 교사들 그리고 학교 모든 직원들이 그 아이가 떠나기를 기다렸던 시간들에 대해, 내가 그들과 함께 그 아이의 전학을 기뻐했던 것에 동참했다는 것에 두고두고 마음이 불편하다.

아무리 아닌척해도 사실, 나는 그 아이가 떠나는 날을 기다렸던 사람 중 하나밖에 안 되는 정도였다는 것이 서글펐다.

그것이 최선이고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더라도 늑대소년 루이가 떠나는 것을 기다렸던 내 마음이 슬펐다.

3번 방을 전쟁터로 만드는 늑대소년의 행동까지 감당하고 보듬어줄 수 없었던 비겁한 나는, 문득 "Ms. P" 부르며 달려와 자기가 얼마나 빠른지 종알대며 웃던 루이의 모습은 그리워하고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8-29 11:16   |  수정일 : 2019-08-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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