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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3번 방의 무서운 조스 엄마

우리 반 조스의 엄마는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엄마 상어였다

3번 방에서의 새 학년 첫날, 담임교사 Ms. K가 조스 엄마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을 때,
'아마도 그 엄마가 좀 극성스러운가 보다, 말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스의 엄마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먹는 식인상어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26 16:56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아기 상어!
엄마 상어 뚜 루루 뚜루 어여쁜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엄마 상어!

얼마 전 요즘 어린아이들 세계에서 뜬다는 상어 가족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단순한 가사와 리듬이 반복되어 쉽고 흥겨운 그리고 귀여운 노래였다.

우리 반에도 상어 가족에 나오는 아기 상어처럼 정말 귀여운 꼬마 상어 조스가 산다. 가벼운 자폐가 있는 조스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름과 함께 타고 다니는 차가 무엇인지 묻는다. 레인 맨 영화 속에 나오는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 분)가 전화번호부의 숫자를 외우는 것처럼 조스는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차를 다 기억해서 만날 때마다 이름과 타고 다니는 차를 읊어댄다.

사람을 좋아하는 조스는 평소에는 정말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인데 수업이 하기 싫어지면 학습지를 구겨버리기도 하고 잔소리하는 교사들을 두 손으로 가볍게 때리거나 밀치는 소심한 과격함을 보인다.

조스에게는 상어 가족에 나오는 '어여쁜 엄마 상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예쁘고 매력적인 엄마가 있다. 새 학년 첫날, 아이들이 떠난 3번 방에서 담임교사 Ms. K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조스 엄마를 특별히 주의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미국에 오기 전 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미국에 와서 아이들 엄마로 살면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엄마들을 경험했고, 나 또한 누군가에는 신경 쓰이고 불편한 학부모일 수 있기에 조스 엄마도 아마 조금 남다른 극성스런 엄마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조스 엄마는 내가 생각한 것과 차원이 다른 무서운 엄마였다.

꼬마 늑대 루이가 6명의 몸에 진한 이빨 자국을 내고 여러 가지 문제로 결국 3번 방을 떠난 후, 여전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3번 방에는 나름 평화와 안정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교사 Ms. K에게서 조스 엄마가 학교와 교육국을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iter가 있는 위험한 교육적 환경을 비롯하여 학교와 담임교사 Ms. K가 잘못한 증거를 들어 학교를 고소한 조스 엄마는 변호사를 대동하여 학교에 왔고, 교장과 Ms. K, 교육구의 특수교육 담당자들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양면의 날과 같은 교육의 권리는 아이들을 문다는 이유로 특수교육 대상자인 루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할 수 없기에 어떠한 제재도 없이 루이가 3번 방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새 학년이 시작되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남모르게 뒤에서 변호사를 고용하여 학교와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이에게 얼마나 나쁘게 했는지 상어와 같은 매서운 눈으로 잡아내어  교사와 학교를 고소한 조스의 엄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초임 교사라서 서툰면은 있지만 함께 교실에서 일하면서 루이와 다른 3번 방 꼬마들이 벌이는 온갖 사건과 사고에 의연하고 대담하게 대처하며 매일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Ms. K가 참 대견하고 신통하다고 나는 생각해 왔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조금의 아량과 이해심도 없이 자신의 아이가 겪고 있다는 피해 리스트를 읊어대며 당당하게 학교와 교육국에 보상을 요구하는 조스의 엄마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학교와 교육국이 애를 써도 진작부터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재판에서 승소하여 아이의 비싼 사립학교 등록금을 받아낼 계획을 했던 조스의 엄마를 이길 수는 없었다.

자신의 아이를 비롯한 3번 방 남다른 꼬마들을 위해 정성과 마음을 들여 애쓰는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들의 수고와 노력에 대한 감사나 잘한 것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잘못한 것들을 일일이 파내어 들이대는 그 차갑고 냉정한 조스 엄마와 그런 재판을 능수능란하게 쥐락펴락하는 변호사에게 결국 학교와 교육국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담임교사와 교장을 비롯한 담당 직원이 수시로 법원에 들락거리며 길게 갈수록 점점 더 험악해질,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알고 보니 조스 엄마는 교양과 품위를 가진 척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진심을 잡아먹는 식인상어보다 무서운 사람이었다. 꿈에 부풀어 교사로 첫 발을 내딛고 첫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애쓰는 젊고 어린 3번 방 담임교사는 다른 교사들 말대로 운도 없어서 식인상어보다 무섭게 사람의 진심을 물어뜯어버리는 학부모를 만나 이렇게 험한 꼴을 당하게 되었을 뿐인 것이다. 누가 담임이었어도, 어떤 학교이었어도 조스의 엄마는 고소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작은 실수와 잘못까지 다 파헤쳐서 돈을 뜯어내어 특별하게 남다른 자신의 아이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조스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친구들 몸을 자꾸 만지고 잡아당긴다는 것이다. 그것이 애정표현인 것을 알지만 판단력이 흐리고 주의가 산만한 남다른 꼬마들은 그 밀고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다치곤 하였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경우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조스가 보이는 반응은 “I did’t.”였다. 학습지를 해야 하는 것에 화가 나서 학습지를 구겨버리거나 교사를 슬쩍 때리고도 ““I did’t.”라고 했다.

처음에는 눈 앞에서 해 놓고 안 했다고 발뺌하는 조스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혼냈다. 그러다가 어쩌면 조스가 엄마 상어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하는 방편으로 잘못된 것을 배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I’m sorry.”라는 것이 올바른 답이라고 알려주었다. 어쩌면 조스 엄마는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법보다 안 했다고 하면 안 한 것이 되는 것을 가르친 엄마였을 거라 생각되었다.  

아마도 조스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돈을 받아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며 행복해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이의 담임과 학교를 비난하고 험담하는 엄마의 삶을 배울 조스도 행복할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조스 엄마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뜯어낸 공립학교 재정을 자기 아들의 교육비로 쓰며 자신의 똑똑함에 뿌듯할 것이다. 그러나 조스 엄마가 가져간 만큼 남은 남다른 아이들의 교육적 지원은 줄어드는 피해가 있음에 미안함이나 느낄는지 알 수가 없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도 조스는 매일 학교에 와서 천진난만하게 사람들의 이름과 차 이름을 읊어대고 평소와 다름없이 사소한 말썽을 부리며 3번 방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등하교 시간마다 조스 엄마는 여전히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모습으로 하루에 두 번씩 학교에 오곤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매일 조스와 교실에서 지내야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조스 엄마를 마주해야 하는 Ms. K는 어떤 마음일지 가늠이 가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짠해지곤 한다.

조스 엄마의 고소건으로 두 번의 회의가 있었고 앞으로 몇 번의 면담이 더 진행되며 교육국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면 조스는 다른 친구들에게 나누어져야 할 교육 재정에서 가져간 돈으로 3번 방과는 차원이 다른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로 가게 될 것이다.

조스 엄마와 변호사가 찾아오던 날, 움츠러든 어깨로 회의실을 향해 걸어가는 새내기 교사의 뒷모습을 보며 그 값비싼 교육을 통해 조스가 어쨌든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자신과 자신의 엄마가 진 빚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보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8-26 16:56   |  수정일 : 2019-08-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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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 2019-08-26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헐- 조스맘 이기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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