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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꿈꾸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접하며 드는 생각이다.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입장 표명이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나라를 운영하는 방향과 현실 인식이 비현실적이어서 우려스럽다. 특히 북한을 만병통치약 쯤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일본 경제를 따라잡는 방안도 평화경제,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를 만드는 해결책도 평화경제였다. 대통령의 언어가 시적이어 아름다웠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공허했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16 13:52

▲ 대통령의 언어가 시적이어서 아름다웠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공허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과의 무역갈등 상황에서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반격의 카드를 낼 것인가, 협력의 손을 내밀 것인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경축사에서 긍정적으로 보이는 부분을 살펴보자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한 동참 표명

일단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시한 점은 다행스러운 입장 변화다. 그리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번도 거론된 것이 없는 나라인 인도가 언급된 것이 흥미롭다.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두만강을 건너 대륙으로, 태평양을 넘어 아세안과 인도로 우리의 삶과 상상력이 확장되는 나라라고 밝혔다. 아마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연결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약한 고리일 수 있었던 한국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준다면 미국으로서는 큰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경축사가 일본과의 갈등 국면을 조정하면서,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참하려는 구상을 밝힌 것이라면, 날로 거세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전선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체제에는 청신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찾아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은 이 정도 뿐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한 대통령의 해법은 너무도 추상적이다.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력이 가장 높은 집권 3년차 대통령의 현실 판단과 해법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얘기하며 건전한 민주국가의 비판적 시민들을 이념에 사로잡혀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대통령의 가장 구체적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평화경제’였다. 며칠 전 일본의 경제력을 단숨에 능가하는 해법으로 제시했던 것도 평화경제였는데, 이번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방안도 평화경제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만병통치약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하다. 무역 규모로 190분의1, 명목GNI는 한국의 1.9%에 불과한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한 ‘민족의 보검’이 될 수 없다.

 북한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나

문 대통령은 조만간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 주요 관심사는 미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북한의 핵포기 협상이 진전되고 있는가여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 이후 실무협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지만, 문제는 시기가 아니라 핵포기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북한의 태도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간은 지난 14일 VOA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는 명확하고, 충분한 검증과 준수를 원하며, 이 모든 것은 여전히 협상돼야 할 것들로 남아 있다"고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하는 협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우리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지 하루도 되니 않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한국 정부와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일갈하는 것을 보면 남북간 대화도 당분간 기대를 접는 것이 좋을 듯하다. 미국과 직거래할 수 있게 된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용도가 없다는 뜻일 듯 싶다.

이래 저래 북한 핵문제 해결 분위기는 안개 속인데,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개의치 않는다. 강력한 방위력이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북한이 그 위력을 공개한 3종 신형 미사일은 대한민국 맞춤형 공격수단인데도 대화만이 유일한 대응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일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과 북한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애착에 대한 불안감 두 가지였다. 대통령의 언어가 시적이어서 아름다웠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공허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8-16 13:52   |  수정일 : 2019-08-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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