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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영의 보통 사람을 위한 클래식

손가락 10개가 주는 특별한 감동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글 |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27 11:23

▲ 영화 ‘샤인’ 中
노산인 듯 노산 아닌 노산 같은 나!
 
적당하다고 하기엔 늦었고, 늦었나 싶기엔 적당한 나이에 임신을 했습니다. 집 근처에 마땅히 다닐 출산병원도 없고 대학병원이 바로 코앞이라 대학병원을 다녔지요. 물론 의사 동생이 노산이라고 하도 겁을 준 덕에 안 그래도 갈 터였지만. 대학병원은 개인 병원에 비해 이것저것 자세하게 검사를 합니다. 아는 선배는 양수 검사하는 게 그렇게 무서웠다는데, 저도 그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양수 검사는 대체로 산모가 노산일 때 합니다. 제가 이 말을 들은 걸 보면 저도 역시 노산입니다. 기형아 검사는 엄마 혈액을 뽑아서 검사하는 거고, 양수 검사는 엄마 배에 바늘을 찔러서 양수를 빼내는 겁니다. 피 뽑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긴 바늘을 볼록한 배에 쏙 집어넣는 건 생각만 해도 무서웠어요.
 
환자 입장에선 무슨 검사든 불안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야 간단하고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환자들은 뭔가 하나라도 내용에서 벗어나면 이상이 있나 싶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심지어 초음파 검사하러 가서 의사 선생님의 손이 멈칫하거나 스크롤을 세게 누르면 “뭐가 이상한가요?” 질문부터 하게 됩니다. 물론 제일 속 편한 건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줄 알고 믿는 거지요. 저는 기형아 검사와 양수 검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길래 그냥 기형아 검사만 신청했습니다.
 
임신 16주! 특별히 먹고 싶은 게 많진 않았지만 각종 냄새에 민감했던 제 입덧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신청하고 왔던 기형아 검사 날짜가 다가오니 요망스럽게도 제 마음은 요동을 쳤습니다. 며칠 동안 꿈에 검사하는 장면만 나왔어요. 혹시라도 이상한 게 발견되면 어쩌지? 밤마다 이유 없이 불안했습니다. 드디어 검사 날.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했지만, 결과가 걱정됐지요. 어떤 일이든지 결과를 기다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러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교수님은 아주 편안한 눈빛으로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모두 좋습니다. 아무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오 신이시여!
세상에 손가락 10개라는 말이 이렇게 감동일 줄이야.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고는 제 손을 쳐다봤습니다. 이 손가락 10개로 내가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느꼈던가!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할 땐 감사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결핍이 생기고 절실해지면 모든 게 감사하지요. 이 감정을 살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텐데. 아이가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모두 정상이라는 말이 너무도 감사하게 느껴지던 그날! 전 비발디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이올린 곡 ‘사계’의 작곡가 비발디의 성악곡입니다. 제목은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Nulla in mundo pax sincera)!’입니다. 얼핏 들으면 참 평화가 없다는 소리 같지만,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평화라는 뜻입니다. 반어법처럼.
 
이 곡은 예수님 안에 그리고 고통과 결핍 속에서 참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감동적인 가사입니다. 저는 불량 가톨릭 신자지만 이럴 때는 꼭 신을 찾게 됩니다. 비발디는 당시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작곡가였습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명문가 태생인 그는 사제이면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에 천재 작곡가이며 얼굴도 잘 생겨서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병으로 인해 많이 아프면서 종교에 더 기대게 됩니다. 비발디는 사제이긴 하지만 미사를 집전하진 않았고, 주로 고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 역할만 했습니다. 이 곡은 자신의 결핍 속에서 신과 마음속의 평화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로 담은 것입니다. 이런 노래는 가사 내용이 종교적이라 음악용어로는 모테트(Motet)라고 부릅니다.
 
모테트는 ‘말’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모(mot)’에서 유래한 말로 칸타타(cantata)와 비슷한 성악곡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그 칸타타 커피랑 단어가 같습니다.) 모테트는 주로 라틴어 가사로 된 종교합창곡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칸타타보다 훨씬 종교적인 느낌이 강한 라틴어 가사의 노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음악은 영화 ‘샤인’에서 흘러 우리에게 유명해진 곡입니다. 거기서도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피아니스트가 이 음악으로 치유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발디의 곡은 또는 편집자의 이름을 딴 리옹번호로 나타냅니다. RV.630이란 비발디 작품 중 630번째 발표됐다는 뜻인데, 이 곡은 원래 3부분으로 나뉩니다. 아리아- 말하는 레치타치보- 다시 아리아. 그런데 처음 나오는 아리아 부분이 통상적으로 이 노래를 대표합니다.
 
누구나 불안하고 평화를 찾고 싶을 때, 그리고 감사함에 감동일 때 들으면 정말 좋습니다. 한국어 가사의 뜻을 음미하면서 들으면 눈물날 만큼 좋습니다.
 
‘아픔이 없다면,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고뇌와 고통 속에 편안한 영혼이 있으며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며 순결한 사랑이어라’
 
유투브 검색어-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RV 630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현영 피아니스트, 아트앤소울 대표

세상의 모든 클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거나 지루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는 절대 사절!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지만 이곳에서는 피아노 치는 옆집 언니, 아는 동생, 클래식 큐레이터로 다가갈 예정이다. 클래식으로 여러분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일으킨다.
· 독일 쾰른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Diplom) 졸업
라이프치히국립음대 최고전문연주자과정(Konzertexamen) 졸업
· 다음 브런치 작가, 팟캐스트 ‘조현영의 올 어바웃 클래식’ 운영
· 저서 <조현영의 피아노 토크>, <피아니스트 엄마의 음악 도시기행>
· 現 아트 앤 소울 예술강의기획 대표

등록일 : 2019-07-27 11:23   |  수정일 : 2019-07-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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