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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남다르게 별스러운 공원 이야기 4

공원 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 중 하나인 3번 방에서 Full Time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나 행동장애 또는 정서장애로 인한 학습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어려운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과 마음 아픈 그렇지만 소풍같이 설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원 씨의 3번 방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09 10:15

금요일 아침 학교 주차장은 전체 조회가 있어서 더 복잡했다. 정신없이 담임교사 케리와 5살과 6살 남다른 꼬마들이 강당으로 향하는 것을 도와주고 4살짜리 TK꼬마들을 마중하러 갔다.  일반 TK 반 담임교사 루시도 자기 반 아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다.

“안녕하세요, 공원 씨?”

“안녕하세요, 루시 씨. 드디어 금요일이에요. 야호”

루시 씨와 웃음 가득한 인사를 나눈 후, 여느 때와 같이 루시 씨가 이미 도착한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루시 씨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Early Birds 조인 아침에 일찍오는 열 네명의 아이들을 혼자 맞이하는 것을 루시 씨가 힘겨워하는 것을 공원 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3번 방 아이들을 챙기면서 루시 씨네 아이들도 도와주었다. 아이들을 마중하는 동안 공원씨와 루시 씨는 틈틈이 주말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과 사위가 놀러 올 것이라며 기대에 가득한 루시 씨의 이야기에 공원 씨는 신명 나게 장단을 맞춰주었다. 학교에서는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지만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인 공원 씨의 주말은 늘 다른 분주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말이 다가오는 기분을 즐겁고 소소한 수다로나마 만끽하고 싶었다.

잭스네 차가 도착했을 때 공원 씨는 차 문을 열면서 차에서 내릴 때마다 우는 잭스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잭스, 너 알아? 오늘은 금요일이야. 야호!  내일은 토요일이라서 하루 종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내일은 토요일이에요?”

울려고 준비하던 잭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잭스. 그러니까 오늘 하루 공원 선생님하고 재미있게 지내. 사랑한다, 잭스. ”

울지 않는 잭스를 내려놓은 잭스네 차가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남긴 잭스 엄마를 태우고 경쾌한 기계음을 내며 떠났다.

"루시 씨, 저희 반 애들 다 와서 이제 갈게요."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도 도와주어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딸과 사위와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공원씨도 주말 잘보내요."

"얘들아, 이제 교실로 갈 시간이야."

공원 씨는 교실로 가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쏜살 같이 달려가는 레시를 향해 기다리라고 외치며 소삐와 잭스, 마키를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오후 쉬는 시간에 3번 방 꼬마들을 데리고 나가니 텅 빈 놀이터 벤치에 지킴이 소피아 씨와 미아 씨가 앉아서 곧 쏟아져 나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피아 씨, 미야 씨.”

“안녕하세요, 공원 씨.”

3번 방 아이들이 잔디밭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소피아 씨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나 요즘 늙었나 봐. 너무 피곤해.”

하루에 몇 번이나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쉬는 시간마다 큰 놀이터와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은 당연히 피곤한 일임을 공원 씨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공원 씨는 주말이 다가오는 즐거운 금요일 오후에도 나이 먹는 설움에 젖어있는 소피아 씨를 위로하고 싶었다.

“아니요. 소피아 씨가 늙긴요. 우리는 아직도 충분히 젊어요. 금요일이라서 피곤한 거예요.”

“하하하. 공원 씨, 엄청 긍정적이네. 맞아요. 금요일이라서 피곤한 거야.”

“그럼요. 그렇게 생각하자고요.”

소피아 씨와 웃음을 나누고 모래놀이를 하는 3번 방 꼬마들에게 갔다. 누가 조금만 지적하는 말을 하면 동그란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고이고 초조해서 안달하는 페톤이 모래를 열심히 파더니 아래쪽에 있는 촉촉한 모래를 자동차 틀에 넣어 자동차를 찍어냈다.

“와우! 페톤. 귀여운 자동차 잘 찍어냈네.”

모래에 누워 자기 몸에 모래를 뿌리는 잼스의 모래를 털어주고 있는데 페톤이 공원 씨를 부른다.

“공원 선생님, 이거 봐요.”

찍어낸 모래 자동차 두 대가 나란히 주차되어있었다.

“페톤 사진 찍어줄까?”

공원씨는 모래 자동차 두 대와 자동차 틀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잼스도 오더니 보여달라고 하였다. 사진을 보며 웃음을 주고받던 둘은 모래 자동차를 더 만들기 시작했다.

“페톤 잘했어. 잼스와 재미있게 놀아.”

페톤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고 공원 씨는 자전거 타기 위해 줄 서있는 아이들 쪽으로 갔다. 3번 방의 여섯 살 꼬마인 하임이 새치기를 해서 다른 반 유치원 아이들과 다투고 있었다. 공원 씨가 다른 아이들 앞에 새치기를 한 하임에게 뒤로 가라고 하니까 줄 서 있던 아이들이 와글와글 하임에 대해 고자질을 늘어놓았다. 하임은 뽀로로에 나오는 크롱처럼 막무가내적인 성향이 강했다. 게다가 자신이 만든 문제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임, 줄이 있을 때는 맨 뒤에 가서 서는 거야. 이 친구들이 너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었잖아.”

설명을 해도 까만 눈동자만 동글동글 굴리면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하임 손을 잡아 맨 뒤로 데리고 갔다.  앞에 선 아이들이 차례로 자전거를 탄 후 차례가 된 하임이 탈 자전거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하임, 봐봐. 이제 네 차례가 된 거야.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시 줄을 설 때는 다른 아이들 뒤에 서야 해.”

알았다는 건지 몰랐다는 건지 빨리 달리고 싶어 페달을 밟고 앞으로 돌진하는 크롱 같은 하임의 뒷모습을 좇으며 공원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수시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하임은 어쩌면 규칙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럴 때 공원 씨가 지켜야 할 규칙을 열심히 설명하면 하임은 뜬끔없이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딴소리를 하곤 했다.

“Look, Ms. Park, there is a crow. (보세요. 공원 선생님. 저기 까마귀가 있어요.)”

그럴 때면 설명을 하던 공원 씨는 어이가 없어서 자기 아들 같았으면 꿀밤 한 대 콕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하임과 다른 아이들의 다른 점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설레는 금요일 오후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3번 방 꼬마 삼총사를 스쿨버스에 태우고 교실로 돌아가니 부모들이 데리러 온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온 담임교사 케리와 보조교사 수잔이 오늘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벽에 걸고 있었다.

“와~  케리 씨, 수잔 씨, 우리 이번 주도 해냈어요.”

“네. 드디어 주말이에요.”

3번 방 아이들이 색지를 찢어 붙여 만든 사과를 벽에 붙이면서 오늘의 가장 큰 사고였던 페라의 점심 테이블에서의 노상방뇨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주부터는 아직 소변과 대변을 못 가리는 TK아이들과 함께 페라를 간호사실에 있는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화장실 훈련을 시키는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검은색 종이를 댄 벽에 붙은 3번 방 꼬마들이 만든 사과를 바라보니 3번 방 꼬마들처럼 다 제각각 남다르게 생겼다. 공원 씨는 이 사과들을 쪼개 보면 그 안에 씨앗도, 한 입 베어 물면 그 맛도 3번 방 열네 명의 꼬마들처럼 열네 개의 다른 씨앗과 맛이 숨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잘 보내요. 우리는 주말을 즐길 자격이 있어요.”

“맞아요. 행복한 주말 보내요.” 

환하게 웃으며 신나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교실을 나서니 눈부신 금요일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야자나무 잎이 빛나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공원 씨는 금요일을 닮은 즐거운 하늘과 주말의 설렘을 담은 바람에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를 나섰다.

“TGIF! Thank God, It’s Friday!”

세상의 어떤 산보다 오르기 힘든 울퉁불퉁한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듯 피곤함이 밀려오고, 설레며 기다리는 주말과 일요일은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버릴 것을 공원 씨는 알고 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 퇴근길의 공원 씨는 자신의 할 일을 무사히 끝낸 것에 대한 감사함과 안도감을 누리고 싶었다. 남다른 아이들을 벗어난 이틀 간의 휴가는 아쉬움을 남기며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오겠지만 그 한 주 또한  발바닥에 힘을 꼭꼭 주면서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즐겁게 잘 내려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공원 씨가 누리는 이틀 간의 휴가 동안 남다른 꼬마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남다른 별스러움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월요일 아침 학교 현관문 앞에 서 있는 3번 방 교사들을 얼른 만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평생 오르고 올라도 닿지 않을 것 같은 산 꼭대기를 향해 짊어지고 가야 하는 남다른 아이 부모로서의 삶의 무게를 내가 조금은 나눠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공원 씨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멀어지는 학교 운동장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 어둠이 희미하게 가시는 월요일 이른 아침, 세상에서 가장 무거울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제일 먼저 이 말을 하자.

“TGIM! Thank God, It’s Monday! 제가 누군가를 도우러 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8-09 10:15   |  수정일 : 2019-08-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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