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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남다르게 별스러운 공원 이야기 3

남다른 아이들의 남다름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공원 씨의 별스러운 이야기 셋

공원 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 중 하나인 3번 방에서 Full Time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나 행동장애 또는 정서장애로 인한 학습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어려운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과 마음 아픈 그렇지만 소풍같이 설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원 씨의 3번 방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8-07 09:45

수요일 아침, 출근 사인을 하고 3번 방 담임 케리에게 가니 아직 아이들이 한 명도 안 왔다.

“좋은 수요일 아침이에요, 케리 씨. ”

“안녕하세요, 공원 씨. 네, 수요일이네요.”

“수요일은 주중이라는 산의 꼭대기라고 생각해요. 오늘을 무사히 잘 보내고 나면 나머지 날은 즐겁게 내려가면 되는 것 같아요. ”

“하하하. 그러네요. 목요일은 단축 수업하는 날, 그리고 금요일.”

“그렇죠? 그러니까 오늘만 잘 보내면 내일부터는 산을 내려가는 거예요.”

“오케이. 좋아요.”

그때 아빠 손을 잡은 마꼴이 바퀴 달린 책가방을 끌면서 자기보다 한 뼘은 큰 남동생과 함께 3번 방 자리에 도착했다.

“안녕, 마꼴.”

“공원 선생님, 선생님은 공원이에요.”

“응, 맞아. 나는 Ms. 공원이고 너는 Mr.마꼴이지.”

“공원 선생님은 웃겨요.”

마꼴이 키득거리며 바닥에 앉았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이 의기소침하던 마꼴의 작은 체구는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지만, 마꼴은 학교생활을 즐거워했고 친구들과 노는 법도 많이 배웠다. 가끔 나에게 장난도 걸 만큼 밝아졌다. 공원 씨는 마꼴 아빠가 마꼴의 변화에 대해 무척 고마워한다고 지난주에 케리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작은 아들보다 작고 빼빼 마른 자신의 큰 아들이 조금 수다스러워지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읽을 수 없는 글자지만 연필로 뭐라도 끄적이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꼴 아빠의 마음에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공원 씨는 가슴이 짠하게 고마웠다.

남다른 아이들을 만난 이후, 공원 씨는 남다른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지만, 남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을 통해 너무도 별스럽게 특별한 자신의 아이들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그들의 남다른 겸손한 마음과 단단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가끔 3번 방 꼬마들이 유난스럽게 힘들게 한 날, 공원 씨는 자신도 모르게 투덜대려다가 아이들의 부모들이 생각나 불평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여섯 시간 남짓 함께하는 것에도 불평의 가속페달을 밟는다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함께해야 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까 싶어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남다른 아이들과의 만남은 공원 씨를 감사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공원 씨로 바꾸고 있다. 공원 씨의 삶에 버거운 문제나 피로가 몰려올 때, 남다른 아이들과의 시간은 공원 씨 자신에게는 감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주중의 가장 가파른 꼭대기인 수요일 점심시간, 3번 방 아이들의 점심 테이블에는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3번 방 울보 공주 페라가 갑자기 점심을 먹다 말고 바지를 내리더니 소변을 본 것이다. 보조교사들은 그 옆에 앉은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학교 관리자를 불러 대강 청소를 했다. 공원 씨가 화장실에 가서 페라 옷을 갈아입히고 왔을 때는 다들 점심을 먹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페라 도시락 가방을 열어서 가져온 과자와 젤리를 꺼내 주자 페라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No Cookie, No Jelly”

“페라 울지 마.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I want ….”

페라가 펄쩍펄쩍 뛰다가 공원 씨가 교직원 카드와 함께 항상 목에 같이 걸고 다니는 행동지시 카드 (Behavior Cue cards) 중에서 ‘Stop’ 카드를 골라 보여주자 울음을 멈추면서 손가락으로 카드를 짚었다.

“Stop. I want a hug!”

“OK. You want a hug.”

공원 씨는 페라를 안아주었다. 과자 한 조각과 젤리 두 개를 먹은 페라는 도시락 가방을 밀어내었다.

“No lunch.”

그리고 모래밭에 들어가서 자기 옷자락에 모래를 끼얹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쳐다보았다. 밑도 끝도 없이 수시로 울어대는 페라는 3번 방에서 가장 가엾은 소녀였다. 다른 아이들과 교류할 줄을 몰랐고, 장난감을 주어도 노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장난감에 흥미가 없는 건지 장난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 입에 넣고 빨기만 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울보 페라의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3번 방 꼬마들은 페라를 가엾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귀를 막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가가서 페라를 안아주려고도 하고 교사들에게 왜 페라가 우는지 걱정하며 묻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공원 씨와 다른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페라를 위로해 주라고 하였다.

“You are okay, 페라.”
페라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손을 잡아주면서 말하는 3번 방 꼬마들을 볼 때면 공원 씨는 발버둥을 치며 큰소리로 울어대는 페라가 너무도 안됐으면서도 우는 페라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3번 방 꼬마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곤 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8-07 09:45   |  수정일 : 2019-08-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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