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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남다르게 별스러운 공원 이야기 2

남다른 아이들의 남다름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공원 씨의 별스러운 이야기 둘

공원 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 중 하나인 3번 방에서 Full Time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나 행동장애 또는 정서장애로 인한 학습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어려운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과 마음 아픈 그렇지만 소풍같이 설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원 씨의 3번 방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27 11:33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다른 보조교사들을 만나면 다들 남다른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빼앗겨서인지 방전되었다고 깜빡거리는 배터리처럼 기운이 없었다. 그럴 때 교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원씨도 점점 더 교실로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공원 씨는 가능하면 서로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곤 했다. 
오늘도 가만히 있으면 미셀이 로리가 힘들게 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고, 투덜대는 미셀의 이야기를 듣다가는 바나나 한 개로 겨우겨우 충전된 당이 사라질 거 같아서 공원씨는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와우! 미셸 씨. 드레스가 예뻐요.”
“고마워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입은 거예요.”
“흠, 내가 로리 봐줄 테니 얼른 바닷가 파티에 가봐요.”
 “하하하. 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공원 씨. I’m hot. (나는 더워요.) 갱년기 때문에 열이 올라요.”
“아하,  you are hot(당신 섹시하네요), 미셀 씨.  너무 섹시(sexy)하니까 더 더운(hot) 가봐요.”
“하하하. 오케이. I’m sexy, so I’m hot(내가 섹시해서 덥네요). 공원 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도 대화 즐거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웃음 가득한 미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휴게실을 나와 화장실에 들어서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5학년 담임교사 아만다 씨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아만다 씨. 블라우스 색이 너무 예뼈요.”
“그래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고마워요. 공원 씨,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환하게 웃는 아만다 씨가 화장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는 공원 씨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공원 씨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옷차림이나 장신구를 칭찬해 주면 아주 기뻐하며 고맙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만난 동료들도 입은 옷이나 귀걸이가 멋지다고 이야기해주면 무척 좋아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의 옷차림을 칭찬하면 애써 챙겨 입는 것을 알아주어서 좋으면서도 한국사람 특유의 계면쩍음이 느껴져서 만나는 사람이 차림새에 대해 이야기 꺼내는 것이 조금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친밀하게 다가가기 가장 쉬운 방법이고, 특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지친 교사들에게 반짝 웃음을 선물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공원 씨는 종종 마주치는 교사들의 옷차림이나 장신구를 조금 과장하여 칭찬하곤 했다.  그러면 칭찬을 들은 교사들은 즐거움 가득한 목소리로 기분 좋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때마다 공원씨는 자신의 사소한 칭찬이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한다면 그것을 아끼지 말자고 생각하곤 했다
 
공원 씨가 바나나 같은 웃음을 지으며 교실문을 열었는데 파올은 울고 있고 교실 구석에서 담임교사 케리가 란든을 혼내고 있었다. 곰돌이 푸를 꼭 닮은 눈물범벅의 파올이 공원 씨에게 쪼르르 달려와 언어장애가 있어서 알아듣기 힘든 말로 하소연을 하였다. 공원 씨는 파올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상황만 봐도 란든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파올의 크레용을 가져갔고 성미 급한 파올이 잡으려고 가다가 란든에게 한 대 맞은 것임을 다 알 수 있었다.
“파올. 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일단 얼굴을 좀 닦자.”
 
세수를 시킨 후, 종이타월을 접어서 물에 적셔서 란든에게 맞았다는 부위에 대주자 파올은 젖은 종이타월을 꼭 붙들고 의자에 앉았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수시로 벌어지는 작은 다툼에서 파올은 한 대 맞거나 넘어져서 울면서 보조교사들에게 달려오곤 했다. 처음엔 학교 간호사에게 데려가곤 했는데 좀 지켜보니 엄살이 심한 파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 후로 공원 씨는 상처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물로 씻긴 후 젖은 종이타월을 대주고 옆에 같이 있어주었다. 그러면 파올은 5분도 안 돼서 다 나았다면서 다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큰 덩치로 험하게 노는 것을 좋아해서 툭하면 사고를 저지르는 란든은 결국 점심 식사 후 5분 Time out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Time out을 벌로 주는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에 참여하지 못하고 의자에 갇혀있는 Time out을 아주 싫어했다. 하루에 서 너번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친구들을 때리게 되는 란든이 제일 싫어하는 것도 Time out이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엉덩이를 들썩이며 공원 씨를 쳐다보는 리처드 기어처럼 잘 생긴 란든의 파란 눈을 들여다보며 공원 씨가 말했다.
“아직 4분 남았어. 란든, 친구를 때리면 안 되지?”
“때리면 안 돼요. 그런데 이제 3분 남았어요?
 잘못에 대한 반성의 기운은 없이 얼른 5분이 지나가서 좋아하는 미끄럼틀 타기에 뛰어들고 싶어 들썩이는 란든의 모습에 한숨도 나오고 웃음도 나왔다. 잔소리는 결코 아이들을, 특히 남다른 아이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원 씨는 란든에게 다짐을 받았다.
 
“란든, 잘할 수 있지? 어제 너 잘 해서 보물 받았잖아.”
“오늘도 보물 받을 거예요.”
“란든,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가야 해. 그리고 친구들 밀면 안돼.”
“밀면 안돼요.”
란든이 걷는 척 달려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미끄럼틀에 올라서자마자 미끄럼틀을 타려고 서있는 아이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 새치기를 하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 담임교사 케리는 란든은 친구를 때려서 보물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3번 방에서는 하루 생활에 대한 상으로 작은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주는데 그것을 보물이라고 불렀다. 아침에 등교하면 아이들은 보물상자에서 그 날 받고 싶은 것을 골라서 자기 이름이 써진 투명한 봉투에 넣었다. 하루 동안 수업에 잘 참여하고 규칙을 잘 지켜 이름이 “잘했어요” 칸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집에 가기 전에 아침에 자신이 고른 보물을 가지고 집에 갔다. 보물을 받아오면  남다른 3번 방 꼬마들이 하루를 별 탈 없이 보냈다는 신호인 것을 알고 3번 방 부모들은 무척 기뻐하며 아이를 칭찬했곤 했다. 그래서  3번 방 꼬마들은 이 보물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고 가끔은 그것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고 싶거나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참기도 했다.
란든은 항상 받고 싶은 선물로 캐릭터가 그려진 연필을 골라서 자신의 투명한 봉투에 담았다.  그런 소중한 보물 연필을 못 받는다고 하자 란든은 울음을 터뜨렸다. 교실을 나서는데 란든의 보물 연필만 란든 이름이 써진 투명한 봉투에 남아있었다.  맞았지만 보물을 받고 신이난 파올과 때리고 보물을 못 받아서 우는 란든의 손을 잡고 엄마들에게 데려가다가 란든이 울음을 멈추지 않아서 공원 씨는 파올과 란든을 복도에 세웠다.
“란든. 내일은 친구 때리지 말고 케리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보물 받을 수 있어. 오늘 못 받았지만 내일 받으면 되지. 란든은 잘할 수 있잖아.”
 
공원 씨가 란든의 파란 눈을 들여다보며 말하자 란든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보물을 가질 거예요.”
그런데 엄마를 본 란든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 보물 연필 못 받았어.”
란든 엄마가 우는 란든을 안아주며 공원 씨를 쳐다보았다. 보조교사는 남다른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일절 말하면 안 된다는 근무 규칙 때문에 공원 씨는 미안한 웃음만 지었다. 하지만 란든의 좌충우돌 심란한 성격을 다 알고 있는 란든 엄마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TV에 나와도 좋을 출중한 외모를 가졌으나 몸을 잠시도 가만히 못 두고 움직일 때마다 사고를 저지르는 산만한 덩치의 5살 꼬마가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공원 씨는 란든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란든, 잘 가. 내일은 보물 받도록 더 잘하자.”
“고마워요. 공원 씨.”
란든 엄마가 란든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공원 씨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다른 아이들과 너무도 남다른 부산함과 분주함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란든을 키우며 얼마나 몸과 마음이 쪼드라들었을지 가늠이 가는 란든 엄마가 자기 몸무게만큼 무거울 란든을 안고 차로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공원 씨 가슴에 찌릿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7-27 11:33   |  수정일 : 2019-07-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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