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남다르게 별스러운 공원 이야기 1

남다른 아이들의 남다름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공원 씨의 별스러운 이야기 하나

공원 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 중 하나인 3번 방에서 Full Time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나 행동장애 또는 정서장애로 인한 학습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어려운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과 마음 아픈 그렇지만 소풍같이 설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원 씨의 3번 방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25 10:47

개학 첫날,  낯선 3번 방의 아이들 앞에서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들이 돌아가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안녕? “

잠시도 가만히 있기 힘든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이 분주하게 손발을 움직이며 힐끗 쳐다봤다.

“내가 말하는 곳이 어딘지 맞춰볼래? 거기에는 초록색 잔디밭과 벤치가 있고 나무와 꽃이 많아. 사람들이 강아지랑 산책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꼼지락거리던 아이들 중 몇몇이 눈을 반짝이더니 손을 번쩍 들면서 외친다.

“I know. That’s a park! (알아요. 공원이에요.)”

“우와! 맞았어. 공원은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지. 나도 무척 좋아해. 너희들도 좋아하니?”

“Yes! (네)”

“그럼 너희들은 나도 좋아하겠구나. 내가 바로 공원이야.”

아이들도, 같이 듣고 있던 다른 교사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았다.

“내 이름은 Ms. Park이야. 바로 너희들이 말한 공원과 똑같은 낱말이지. P, A, R, K!”

“Hahaha! She is a park!(하하하, 저분이 공원이야.)”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공원 씨를 가리키며 웃었다. 다른 교사들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Hi, Ms. Park. You are a park!(안녕하세요, 공원 선생님, 선생님은 공원이에요.”

리쳐드 기어처럼 잘생긴 금발머리 란든이 큰소리로 인사했다.

그 날부터 공원 씨는 3번 방 꼬마들에게 공원 씨이자 즐거운 ‘공원’으로 불렸다. 
                                    
작년부터 공원 씨는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의 보조교사(Assistant Teacher)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겉모습은 멀쩡한데 마음에 장애가 있어 일반학급 아이들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르게 행동하는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이 아이들의 ‘남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남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9월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공원 씨는 남다른 꼬마들이 있는 3번 방에 배정되었다. 3번 방은 자폐나 다운증후군 또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로 인해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를 가진  4살짜리 Transitional Kindergarten(유치원 준비반) 아이들과 5살짜리 Kindergarten (유치반) 그리고 6살짜리 1학년 꼬마들이 함께 생활하는 특수학급이다.  
 
오늘도 공원 씨는 3번 방 담임교사 케리가  5살과 6살짜리 남다른 꼬마들을 데리고 교실로 향하는 것을 도와준 후 네 살짜리 남다른 꼬마들을 마중하러 갔다. 일반 학급 TK 아이들 차 사이로 3번 방 남다른 아이들의 차가 다가오면 공원 씨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차문을 열었다. 운전대를 잡은 남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가 눈을 뜨면서부터 차가 학교에 들어서기까지 아이와 씨름하느라 이미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두고 갔지만 차를 마시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떠오를 아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남다른 꼬마들의 부모들의 심정을 공원 씨는 가늠할 수 있었다. 남들과 너무 달라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교문 앞에 내려놓고 간 3번 방 부모들이 마음을 푹 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공원 씨는 이른 아침 가라앉은 목소리를 헬륨을 마신 풍선 마냥 최대한 띄우면서 인사했다.

“Good Morning!”  
 
오늘은 과격한 책벌레 레시네 하얀 승용차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행복한 월요일이야, 레시.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 될 거야.”

카시트에서 레시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며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공원 씨에게 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레시 엄마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사랑한다, 레시. 고마워요. 공원 씨.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별말씀을요. 레시 엄마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라지는 레시 엄마에게 레시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자폐가 심해서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면 폭력적으로 변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심한 경우 깨물기까지도 하는 딸이 자신이 데리러 오기까지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레시 엄마의 그 작은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공원 씨는 생각했다.

레시를 다른 반 TK들이 모여있는 곳에 들여놓고 나자 학교가 시작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학교에 들어서기만 하면 우는 잭스를 태운 차가 도착했다. 공원 씨가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차 문을 열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잭스는 눈물바람이었다.

“나 엄마랑 있을래요.”

“잭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지? 우리 재미있게 놀자. 엄마는 4시간 뒤면 오실 거야.”

“잭스, 사랑해.  공원 선생님하고 잘 지내. 바이. 공원 씨, 고마워요.”

공원 씨가 버티는 잭스를 안아서 차 밖에 내려놓자마자 잭스 엄마는 매일 아침 울어대는 아들이 미안해서 어색한 웃음을 던지고 바로 떠났다. 공원 씨는 머뭇거릴수록 잭스가 더 울 것을 알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잭스 엄마가 현명하다고 느꼈다.
 
잭스를 안아주며 달래는데 쇠심줄보다 고집이 센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삐를 태운 빨간색 벤이 들어섰다. 차문을 열자마자 소삐가 외쳤다.

“Ms. Park!”

“안녕 소삐.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친구들이 기다리니까 얼른 가자.”

소삐 어깨에 가방을 메어주는 나를 향해 소삐 엄마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인사했다.

“엄마가 사랑해 소삐. 공원 씨, 정말 고마워요.”

소삐를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데려다 놓고 보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레시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레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모여 앉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강요하면 도망가버리니 더 멀리 가지 말라고만 하고 잭스와 소삐가 잘 있는지 보는데 마키가 탄 흰색 벤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야, 마키 씨”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여 차 문을 열자 매일 아침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오는 마키가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이것 봐요. 공원 선생님.”

“와우!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이네. 넌 정말 운이 좋구나.”
 
카시트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려는데 뽀로로처럼 장난기가 넘치는 마키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운전석에 있는 엄마에게로 넘어가서 운전대를 잡으려고 했다.
“마키, 친구들이 기다리는데. 봐봐.”

공원 씨가 울타리 안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마키 엄마도 거들었다.
“마키, 공원 선생님이랑 얼른 친구들에게 가봐. 사랑해.”

차에서 내리게 했더니 마음대로 뛰어가려는 마키의 손을 붙들고 마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차 문을 닫았다. 겨우 넷이었는데 열네 명의 아이들을 도와준 듯한 피로감을 털어버리며 아이들을 교실로 몰고 갔다.

하지 않겠다고 떼쓰거나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교실을 휘젓고 다니는 남다른 꼬마들과의 알파벳 수업이 마침내 끝나고 휴식시간 가질 차례가 된 공원 씨는 교사 휴게실에서  바나나 한 개를 먹으며 당을 충전하고 있었다. 그 때, 4학년 로리의 1:1 보조교사를 하고 있는 미셸이 들어섰다. 
 
출근한 지 겨우 두 시간이 되었을 뿐인데 늘 피곤하다고 노래를 하는 미셸은 벌써 퇴근해야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7-25 10:47   |  수정일 : 2019-07-25 10:41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