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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유의 영어 그리고 문학

통역은 반역이다?

글 |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21 16:08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각각 통역을 동반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대통령(문통)이 영어를 거의 못해서 통역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그가 미국을 처음 방문할 때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는 것부터 미리 연습을 했다. 문통이 먼저 How are you?라고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I'm fine. And you? (나는 잘 있습니다. 당신은요?)라고 할 것이므로 문통은 Me, Too.(나도 잘 있습니다)라고 대꾸하는 것으로 연습을 하고 미국에 갔다. 그런데 문통은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나자마자 당황하여 How are you?라고 한다는게 Who are you?라고 해버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I am Trump. And you?라고 했고, 문통은 연습해 온대로 Me, too.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물론 누가 지어낸 농담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으로 세계여행을 많이 다닌 덕분에 기본 영어는 비교적 잘 하는 편이었다 한다. 그런 그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처음 만나자마자 You are welcome!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란 뜻으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You are welcome.은 누가 자기보고 Thank you very much!라고 말할 때 “천만에요” 뜨는 “별말씀을...” 정도의 뜻으로 흔히 쓰는 말이다.
 
얼마 전 미국 TV에서 본 것인데 Trump 대통령 말을 통역한 사람이 나와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는 거친 표현이 많아서 그대로 직역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염려가 있어서 일부러 부드럽게 번역한다고 했다.

미8군사령관 워커중장이 한국전쟁 중 전방의 국군 사단본부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마침 통역장교가 없어서 사단장이 직접 통역을 하게 되었는데, 워커장군이 몇 마디 뭐라고 말하자 사단장은 “우리 사단 장병 여러분이 용감하게 잘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라고 간단히 통역(?)했다. 워커가 계속해서 또 뭐라고 꽤 길게 말했는데도 사단장은 “앞으로도 우리 사단이 계속해서 잘 싸워달라고 합니다”라고 간단히 처리했다. 도열해 있던 국군 장병들은 키득키득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전쟁 중 통역장교였던 김일평 박사(미국 커네디캇 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작고하기 전 그의 회고록 “미국유학 60년”을 써 인터넷에 올렸다. 그 글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국군 지휘관들은 거의 대부분 영어를 못했으나 통역장교들 덕분에 미군과 작전 협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군 최고지휘관들의 회고록을 보면 자신들이 직접 영어로 미군과 대화한 것처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인사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통역에 의존했다고 김교수는 말했다. 그런데도 통역장교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는 것이 몹시 서운하다고 했다.

번역(통역)은 어렵다. 그래서 “번역은 반역이다”는 말도 있다. 번역을 잘못하면 아예 번역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번역을 잘못한 것, 즉 오역의 원조(元祖)는 성서 구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이것은 고대 히브루어 ‘밧줄’을 ‘낙타’로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일부 성경연구가들은 주장한다. 밧줄도 과장이 심한 편인데 낙타는 과장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
우리나라 오역의 원조는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잘못 번역한 것이다. ‘스스로 돕는 자’가 ‘스스로 남을 돕는 자’란 뜻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뜻인지 알쏭달쏭하다. 정확한 번역은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이다. help oneself는 스스로 돕는다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친구 집에 놀러간 사람이 친구 보고 시원한 깡통맥주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하니까 친구가 Help yourself. It's in the refrigerator.라고 했다면 “네가 꺼내 마셔. 냉장고 안에 있어”란 말이 된다.

오역 때문에 국제적 긴장이 조성된 일도 있었다. 1956년 당시 소련 수상 니키타 흐루쇼프가 소련주재 폴란드 대사관 리셉션에서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낫다는 뜻으로 한 말이 소련이 미국민을 모두 땅에 묻어버리겠다(We will bury you.)는 뜻으로 미국 언론이 오역을 해서 미-소 냉전이 더 치열해졌었다.

카아터 미국 대통령은 1977년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폴란드를 친선 방문해서 “나는 오늘 아침 미국을 떠나 여러분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라고 한 말을 통역이 “나는 폴란드 사람들에게서 (육체적) 욕정을 느낍니다. 나는 미국에 돌아가지 않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엉터리 통역을 하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당한 바도 있다고 한다.

오래 전 러시아에서 번역기를 만든 적이 있는데, The spirit is strong, but the flesh is weak.(정신은 강하나 육신은 약하다)라는 성경구절을 러시아말로 번역시켰더니 “술은 좋은데 고기(안주)가 시원찮다”라고 나오더란다. spirit에는 ‘정신’이란 뜻도 있고 ‘술’이란 뜻도 있으며, flesh는 ‘육신’이란 뜻도 되고, ‘살’이란 뜻도 되기 때문이다. 번역 기계 같은 것을 이용한 번역이나 통역을 전적으로 믿는 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조화유 (曺和裕 / W.Y. JOH)

경남 거창 출생.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에서 韓美관계사를 연구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도미 전 응시한 TOEFL에서 어휘 및 작문 부문 세계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엔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흉일”이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1998년 문학작품집 “이것이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글들이다”를 냈고, 2010년엔 두 번째 작품집 “전쟁과 사랑”을 출간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 “다대포에서 생긴 일”은 한국비평문학회가 “2003년의 문제소설”로 선정하였고, 이 소설을 직접 영어로 다시 쓴 Heaven Knows What Happened at Dadaepo는 amazon.com에서 eBook으로도 나왔다.

미주동포들을 위해 쓴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은 1990년대 조선일보사가 “이것이 미국영어다” 전10권으로 재출간, 국내에서만 100만부 이상 보급되었고,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각각 그 나라 글로 번역 출판되었다. 1996~7년에는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틀담”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씨이저” “왕자와 거지” 등 세계명작을 한영대역 만화로 재구성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워싱턴 교외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메일 johbooks@yahoo.com

등록일 : 2019-07-21 16:08   |  수정일 : 2019-07-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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