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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비빌 언덕 없는 한국 외교

한미, 한일, 한중 관계, 어느 하나도 우리에게 유리한 공간이 없다. 일본과는 반일민족주의 정서가 깊어 쉽게 수출제제 해제를 위한 정치협상하기가 쉽지 않다. 사드 문제부터 북핵문제까지 미국과의 관계가 편하지 않았으니, 대가없이 도움 요청하기 어렵다. 미국이 도움을 이끌어 내려면, 화웨이, 남중국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에 대해 적극적 입장 표명과 실천이 필요할 텐데, 중국의 반발이 두렵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내 정치적 열기로 외교전략 방향을 잘 못잡은 탓인지 차근차근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16 10:14

▲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다.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고, 깨진 유리 같은 느낌이다.
#장면 1 :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곧바로 청와대는 성주 미군기지에 이미 배치된 2개 발사대 외에 4대의 발사대가 배치대기중인 것에 대해 전혀 보고 받지 못한 사항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 결정을 미뤘다. 한미동맹의 결정 사항을 번복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출항 뱃고동을 울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30일 개최된 한미 간의 첫 정상회담(17. 6. 30)은 북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을 논의하기보다 ‘무난한’ 64분간의 단독·확대 회담으로 마무리해야만 했다.
첫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생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어주었다. 아베 총리는 40년 전에 발생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인시키고, 북핵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원칙을 공유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핵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자문을 구하는 지도자가 되었다.
#장면 2 : 3불 약속으로 중국을 달래다
2016년 7월 8일 한미 군사당국이 공동으로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사드 기지를 제공한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한국 단체관광 비자 발급은 중단되었고, 중국 방송에 한국 연예인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해결하겠다며, 2017년 10월 30일 중국에게 세 가지 포기 약속을 했다. 
이른바 3불 약속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병석 의원과 약속된 것 같은 질의응답을 통해 첫째 한국에 사드 추가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둘째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셋째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로서 한·중 간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봉인되었다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까지 시진핑 주석은 한중관계의 ‘유관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며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무역갈등,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 화웨이 장비를 둘러싼 기술 및 안보 갈등까지 미·중 양국 간 마찰의 폭과 깊이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3불 약속을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 장면 3 : 한일간 합의의 근본을 허물다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는 2년 후인 2017년 12월 이면합의 논란과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배제 문제로 한국 정부에 의해 무효화되었다. 그리고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한일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정부시절 한국과 일본 정부 간 맺은 합의사항 두 건이 무효화된 것이다.
위안부 합의 파기, 수산물 수입 불허조치로 쌓였던 한국 정부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폭발했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제재 조치를 취했다. 다음 달부터는 ‘화이트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죽창가와 이순신 장군의 12척을 거론하며 반일민족주의로 대응하고, 일본은 대북제재 불량국으로 한국을 몰아세우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 우군 없는 우리 외교의 현주소
이 세 개의 장면이 2017년 출범 첫해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외교 정책의 간단한 현주소다. 일본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 일본과의 정치 협상이 필요할 것인데, 정부의 반일민족주의 기조 속에서는 쉽지 않다. 혹여 일본에 굴복했다는 국민적 반발이 부담스럽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중재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아베 총리의 헌신적인 트럼프 대통령 모시기로 미일관계에 좀처럼 틈을 벌이기도 쉽지 않은 반면, 한미관계는 정부 출범 때부터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50%를 수입하는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5%까지 달성하겠다며 반도체 굴기를 벼르고 있어, 내심 반기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면, 화웨이 기업과의 거래 중단,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남중국해에서의 미국과의 협력 대응 의지 천명이 필요할 텐데, 사드 배치 문제로 겪은 트라우마로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이 동북아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외교 공간이 사라졌다. 정부 초기 국내정치적 열기에 휩싸여 외교전략 방향을 잘못 잡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 볼 때다. 문제가 복잡하다고 해법이 복잡하라는 법은 없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차근차근 관계를 다시금 정리해 나가면 된다.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3년 여 임기가 남아 있다.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7-16 10:14   |  수정일 : 2019-07-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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