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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윤송아의 만렙 도전기

‘보이스3’ 드라마 속 내 그림의 비밀

글 | 윤송아 배우·화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04 09:23

‘우물’은 자신의 가장 깊은 어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하지만 내적 인격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미친 결정적인 것을 상징한다.
 
드라마 ‘보이스3’에서 나는 주제 그림으로 ‘이방인의 눈’을 그렸고 그 안에 우물을 그려 넣었다. ‘보이스3’ 15회에서는 드디어 그림의 비밀이 풀렸다. ‘이방인의 눈’이 클로즈업되면서 그 푸른 눈동자 속 우물이 점차 드러났다. 그림 속 우물이 진짜 우물로 변하면서 강우(이진욱)의 봉인되었던 과거 기억들이 풀려난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그것을 무의식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고 한다. 강우(이진욱)는 그 충격과 상처를 살인사건의 장소였던 ‘우물’ 속 무의식의 세계로 밀어 넣었던 건 아닐까 싶다. 나는 무의식의 세계에 관심이 많다. 그 미지의 세계는 우주처럼 무궁무진한 자원으로 가득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정한 이 작품의 제목은 ‘눈동자 속 우물’이고, ‘보이스3’ 드라마 속 마진원 작가가 정한 제목은 ‘이방인의 눈동자’다. 나에게 있어 푸른 눈은 ‘물’이다. 우물 속 검은 물이 세상 밖에 나와 맑은 블루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물. 이번 작품은 내 눈을 모델로 그리진 않았지만 영적인 의미에서 내 자화상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보이스3’ 드라마 속 작품들에서는 ‘눈’에 주목하기로 했다. 사람의 눈부터 시작해 진돗개의 눈, 나비의 눈, 잠자리의 눈, 거미의 눈까지 계속된 눈 시리즈는 눈은 늘 진실이 담겨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보이스3’ 속 그림들은 눈동자에 비춰진 그 모든 것들이 사건의 단서와 비밀을 쥐고 있다.
사람의 눈동자에 ‘우물’이 그려져 있고 강우(이진욱)가 그 우물을 발견하면서 카네키(박병은)가 끔찍한 살인마이자 죽은 줄만 알았던 친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돗개의 눈동자 속에는 ‘나비’가 숨겨져 있다. 이는 형(박병은)이 강우(이진욱)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고, 살인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다. 바로 나비채집을 하듯, 사람들을 채집해 영원히 자기 옆에 두고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다.
 
잠자리의 눈에는 촛불이 비쳐 있다. 이는 카네키(박병은)가 홀로 있을 때는 늘 함께 하는 촛불이다. 거미의 눈 속에는 검은 망토를 입은 살인자의 모습이 비친다. 나비의 눈 속에는 사람들이 마구 엉켜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있다. 이는 ‘보이스3’ 악역 카네키(박병은)의 최종 목표이자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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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라마와 그림 콜라보 작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MBN ‘리치맨’에서 했고 OCN ‘보이스3’는 3번째 작업이다.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 대본에 맞춰 그림을 그려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배우들 뒷 배경으로 걸리는 그림들이야 있는 그림들을 출연시키면 되지만, 그림이 메인이 되어 클로즈업되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림에 대사와 상황이 붙여지고, 클로즈업이 들어가게 되면 색감, 구도, 형태, 그림의 스토리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은 수작업이기 때문에 실로 한 올 한 올 옷감을 따듯, 마치 직조를 하듯, 가내수공업처럼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큰 그림들을 완성해 내려면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한다. 그림은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외롭고, 고독하고, 그에 비해 큰 빛을 받기 힘든 작업이다. 말 그대로 정말 힘들다.
 
올림픽 종목으로 따지면, 가장 비인기 종목 중 하나다. 금메달이 아니면 모두 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기억되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인기종목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예술계에서 미술이 역도라면, 드라마는 축구라고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이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 내 그림도 알리지만, 드라마와 미술의 콜라보를 통해, 그림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도 갤러리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나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알아주겠지’하고 마냥 혼자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SBS ‘괜찮아, 사랑이야’ 낙타 그림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BS 방송체험전’에서 조인성의 욕조 드라마 세트와 함께 6개월간 전시되기도 했다. 드라마 세트장과 드라마 영상, 그리고 그림이 함께 전시되는 이례적인 시도였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보이스3’의 힘을 입어, 나느 ‘2019 글로벌 아트페어 싱가포르’의 초대작가이자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보이스3’ 속 내가 그린 유키코 화백의 그림들과 MBN ‘리치맨’에 소개되었던 ‘웃는 소녀’ 등 10여 점의 작품들이 7월 17~2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싱가포르 진출이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현지에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 가보기로 한다.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동 크로스갤러리 ‘윤송아 개인전’도 성공적이기를 기원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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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윤송아 배우·화가

배우 겸 화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SBS 드라마‘미스마’, 영화‘언니’ 등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동시에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의 화가로 국내 주요전시는 물론 미국, 홍콩, 독일, 프랑스 등을 오가며 미술계의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등록일 : 2019-07-04 09:23   |  수정일 : 2019-07-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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