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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미북 판문점 회담, 의문점 두 가지

미북 판문점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를 위한 아이디어를 탑다운 방식을 관철시키려는 김정은 위원장이 순발력 있게 낚아챈 결과다. 순간의 선택이지만 결코 즉흥적인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성공한 리얼리티 쇼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이다. 혹여 영변핵시설 포기만으로 제제를 완화시켜주는 타협책이 나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영변핵시설 폐기 이후, 핵포기 절차를 이끌어 낼 수단은 합의문뿐이다. 핵협상 역사에서 훌륭한 합의는 많았다. 북한이 이행할 전략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02 09:54

▲ 북한과의 핵협상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약속 자체가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 2017년 영화 ‘불한당’ -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은 6월 29일 오전 7시 51분 트위트를 통해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악수하고 ‘안녕’하고 인사할 것이다”고 가볍게 말을 던졌다. 그러자 5시간이 조금 더 지난 오후 1시 30분경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고, 수뇌상봉은 양국 관계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3시 46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두 정상은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북한쪽으로 넘어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남한 측 ‘자유의집’에서 53분간의 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 만남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함께하며 판문점에서의 3자 ‘회동’도 있었다.
 
순간의 선택, 그렇지만 즉흥적이지 않은 판문점 회담
 
며칠이 지나자 언론들은 하나 둘씩 의문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중 시작과 결말 부분의 의문점 두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는 일반인들은 몰랐겠지만, 미리 물밑조율을 마친 깜짝 쇼 아니었냐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답장 친서 전달 과정에서 북한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의 접촉을 시도했으며, 이 경로를 통해 미북 간 물밑접촉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에서도 6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언급한 ‘흥미로운 내용’이 판문점 회동 제안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공개된 사실로 보면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아침에 생각이 나서 트위터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모두 발언에서는 김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민망했을 것이라며 감격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도 29일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알고 깜짝 놀랐으며, 이곳(자유의 집)에서 만날 것을 정식 제안한 것을 오후 늦은 시간에 알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것을 보면 이번 만남은 사전에 합의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부의 행위에 대해 정부가 국익차원에서 대내외적으로 숨기기는 하지만, 사실 자체를 거짓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신의에 어긋나는 거짓 발언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국면에서 미중무역협상이 결론없이 봉합되어, 미국민들에게 내보일 것이 마땅치 않았다, 판문점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남북한 정상의 두 번의 판문점 회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무회담의 비중을 낮추고, 톱다운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때 마침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나오자 이를 순발력 있게 낚아 챈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었지만 결코 즉흥적이지는 않은’ 전격적인 판문점 회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은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번 판문점에서의 양 정상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출한 성공한 리얼리티 쇼(Reality Show)다. 성공의 핵심 공로자는 누가 뭐래도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그러면 그가 받은 출연료는 얼마였을까? 그저 우정출연이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①백악관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였으며, ②2-3주 내에 북한 측에서 교체를 원했던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가 핵심이 되는 기존의 협상팀과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이 주축이 되는 북한팀이 실무협상을 할 것이며, ③포괄적인 좋은 합의(comprehensive good deal)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판문점으로 떠나기 전,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제는 계속될 것이고, 속도가 아니라 좋은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얻은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야말로 무료 우정출연인 셈이다. 물론 북한 대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을 만나기를 희망해서 판문점에 가서 만나주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 이것으로 하노이 노딜(No Deal)로 구겨진 위신을 만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흥행성적에 비하면 너무도 낮은 출연료 아닐까?
 
핵포기로 이끌 전략적 환경 붕괴가 걱정
 
혹여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결렬된 영변 플러스 알파 요구를 철회한 것이 아닐까?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선에서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보이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약속한 건 아닐까? 유엔제제의 실질적인 전면해제 정도는 아니더라고 의미 있는 부분적 해제를 상응조치로 약속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물론 포괄적 합의를 통해 전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그림을 합의하게 된다면 의미 있는 시작이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 제재의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북한의 핵포기를 담보할 장치는 문서로 된 합의문 만 남게 된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도 훌륭한 합의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약속 불이행으로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북한과의 핵협상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약속 자체가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고, 한반도에 핵 없는 평화를 달성하는 유일한 길이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주인공이 말한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7-02 09:54   |  수정일 : 2019-07-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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