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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영화 속 주인공 같은 꼬마들 이야기, 세 번째.

슈퍼 히어로의 매력은 바로 그들이 보여주는 변신의 반전.
매일 짜잔~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는 3번 방 아이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01 09:42

TK :Transitional kindergarten , K :kindergarten  그리고 1학년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3번 방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Kindergarten 소년들의 남다른 반전이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한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똘똘 뭉친 3번 방 아홉 명 꼬마들의 매력을 리스트업 해보았다. 
 
* 늑대소년 루이 – 가만히 보고 있자면 다섯 살 때 송중기보다 잘 생겼을 것 같은 늑대소년.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가 사소한 것에 갑자기 화가 나거나 무엇인가 거슬리는 게 생기면 주변의 물건을 다 망가뜨리거나 친구를 물어뜯는 Biter로 변신한다. 5명의 아이가 물린 이후 루이 한 아이 만을 위해 오전과 오후 1:1로 담당교사를 배치했다. 그러나 어찌나 영리하고 움직임이 재빠른지 전담 교사를 따로 배치한 후에도 또 한 친구를 물었고 오전에 루이를 담당하는 교사의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었다. 현재 , 담임교사와 교장이 더 이상 3번 방에 둘 수 없다고 결단을 내리는 시점에 이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 험악한 곰돌이 푸 푸올 – 가만히 있을 때 보면 곰돌이 푸를 닮은 귀여운 소년인데 성미가 엄청 급하여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갑자기 영화 속 헐크처럼 괴성을 지르며 덤벼든다. 휘드르는 팔다리에 맞으면 어찌나 아픈지 통뼈임에 틀림없는 팔다리가 무기나 다름없다. 일반 유치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 무리에 섞여 뛰어다니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언어 장애가 심해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다 보니 마음만 앞서다가 여자 아이들을 여럿 때려서 울렸다. 그리고 혼내러 가면 잘못한 것은 아는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하며 숨는다. 푸올, 이제 헐크 놀이 그만하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온순한 곰돌이 푸로 돌아와!
 
* 마이클 잭슨 스타일 마꼴 – 우리 반 꼬마들 중 제일 작은 꼬맹이 삼총사 중 한 명. 처음 봤을 때 마이클 잭슨의 멕시칸 아들인 줄 알았다. 절정 때의 마이클 잭슨 헤어스타일을 똑 닮은 이 귀여운 꼬마도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배변 조절을 잘 못한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소변이나 대변의 사고를 칠 때면 그것을 치워야 하는 나는 한숨이 나온다. 아이들 화장실 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Ms. M이 오전에만 근무하다 보니 오후에는 아이들의 화장실 사고는 온전히 나의 몫이 된다. Ms. M과 함께 노력한 덕분에 소변 사고는 거의 없었는데 지난주에 두 번이나 대변 사고를 쳤다. 한숨을 쉬다가 마이클 잭슨 헤어스타일을 하고 미안함이 담긴 귀여운 얼굴로 자신의 팬티와 바지에 뭉개진 똥을 치우는 나를 바라보는 마꼴을 보고 있자니 한숨을 쉬다가 웃음이 났다. 화장실 사고 단골손님 마꼴씨~ 우리 양심적으로 똥은 집에서 누면 어떨까? ^^
 
*레인 맨 조스 - "What's your name?" 조스가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 항상 던지는 첫 질문이다. 이름을 알아낸 조스는 그 이름을 절대 잊지 않고 다 기억한다.  레인 맨 영화 속에 나오는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 분)가 전화번호부의 숫자를 외우는 것처럼 조스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운다. 보건실에 갈 때마다 학교 직원들 얼굴과 이름이 담긴 사진을 보며 이름을 반복적으로 읽고 되뇌는 것을 좋아하는 조스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소년이다. 그런데 수업활동을 싫어하여 학습지를 주면 구겨버리거나 찢어버리는 과격한 아이로 변한다. 때문에 교실 한쪽 소파에 고개를 파묻고 버티는 조스를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교사가 간과 쓸개까지 꺼내야 하는 과정을 지나는 힘겨운 매일이 반복된다.
 
*아메리 서태지 말로 - 우리 반에서 모범생 중 하나인 단발머리 소년 말로는 보면 볼수록 "Come back Home"을 부르던 때의 단발머리 서태지와 닮았다. 언어장애가 심한 남자아이인데 곱상하게 생긴 말로는 온순하고 다정다감한 아이여서 함께 있으면 즐겁다. 그런데 친구들을 너무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휩쓸려서 개구쟁이들이 말썽을 부리는데 어리바리하게 끼어있곤 한다. 너무 순진하고 착하다 보니 말썽쟁이들에게 휩쓸려 말썽에 동참하다가 함께 혼나게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친구들의 행동을 순진하게 따라 하는 말로에게 나쁜 행동을 거부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전과 달리 이제는 어눌한 발음이지만"마키, That's Wrong!" "No thank you!" 라며 친구에게 반응하는 말로를 볼 때면 혼자 뿌듯하다.
 
* 바람인형 아작 - 간식 시간 전 : 축 처진 어깨, 꼭 다문 입술, 어두운 얼굴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어떤 놀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VS 간식 시간 후 : 깡총거리며 뛰어다니고 소리 내어 웃으며 힘껏 패탈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미끄럼틀에서 친구들과 잡기 놀이를 한다. 이것은 우리 반에서 제일 키가 작은 삼총사 중 한 명 아작이라는 아이의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이다. 저소득층 가정이어서 아침에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는지 아침에 등교한 아작은 송풍기 작동이 멈춤 광고용 바람인형(Sky Dancer)처럼 축 쳐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런데 간식 시간에 무료 아침 급식을 먹은 후 아작은 송풍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인형(Sky Dancer)처럼 신이 나서 까불고 폴짝거리며 종알종알 재잘댄다. 무료로 제공되는 학교 급식을 받으러 가는 아작의 반짝이는 눈을 볼 때면 그 속사정까지 알 수는 없지만 교육국에서 제공되는 무료 스쿨버스를 타고 오는 5살 꼬마가 버스 안에서라도 먹을 수 있는 빵 한 조각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그 아이의 처지가 마음 아프다.
 
*짱구 란든 - 란든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Pretty Woman(귀여운 여인)이란 영화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리처드 기어를 닮았다. 금발의 리처드 기어랄까? 그런데 이 소년에게는 숨겨진 짱구 같은 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만화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실컷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는 '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그 짱구 말이다.(이 사실을 알고 우리나라 미디어계의 무감각적인 행태에 분노하기도 했었다.) 처음 교실에서 짱구의 엽기적인 행각과 같이 바지를 벗어 내린 란든을 발견했을 때 나는 멘붕에 빠졌다. 금발의 리처드 기어인 줄 알았는데 짱구였다니! 그 후로도 손을 바지에 넣고 있는 란든을 발견하게 되면 교실에는 적생 경보가 켜졌다. 교사들이 단합한 결과 요즘 짱구 란든은 점점 사라지고 금발의 리처드 란든만 살고 있다. 리처드가 다시 짱구가 되지 않도록 란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경계를 유지해야 할 텐데...
 
* 산할아버지 잼스 - 3번 방에서 제일 키가 작은 삼총사 중 마지막인 잼스랑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5살 자리 아이가 아닌 50살 아니 60은 넘은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찌나 사리분별이 분명하고 모르는 것이 없는지 조금만 말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알고 그것을 지적하고 고쳐줘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지적 쟁이 잼스는 정작 자신은 수업 중에도, 책을 읽다가도 툭하면 피곤하다면서 드러누워버린다. 그리고 피곤하다면 장땡인 버티기에 들어간다. 5살 꼬마가 툭하면 영감님처럼 "에구구구, 나 피곤 혀~"하는데 하기 귀찮으면 핑계를 대는 것이 뻔하다. 매일 복용하는 약 때문에 조절이 불가한 설사로 항상 기저귀를 차고 있는 잼스는 하루에 네다섯 번은 화장실에 가서 엉덩이를 닦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나의 단골 고객이다. 아이쿠. 자기는 아기가 아닌 Big Boy라 기저귀가 아닌 팬티 기저귀(pull-ups)를 찬다고 큰소리치는 산할아버지 잼스가 알면 "They are not  diapers, pull-ups!"이라며 호통을 칠 것이다.
 
* 크롱 하임 - 크롱은 뽀로로의 친구 중 하나로 공룡이라고 한다. 제대로 말을 못 하고 "크롱! 크롱!"소리를 내며 사리분별을 못해서 툭하면 싸움을 벌이는 캐릭터이다. 우리 반 하임은 진짜 크롱과 비슷하다. 생김새도 꼬마 공룡처럼 크고 힘이 세다. 언어 장애가 있어서 선생님들이 다 "Hey!"로 통하고 손가락질로 "Look."하면 하고 싶은 말이 끝난다. 그리고 분별없이 달려들어 일을 벌이고 혼내려고 하면 딴청을 부린다.  크롱에게는 뽀로로를 비롯하여 에디나 포비 같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3번 방의 크롱 하임은 친구가 없다. 늘 혼자 노는데 신기하게도 말썽을 부리며 논다. 쉬는 시간 혼자 꼼지락거리며 하수구 구멍에 돌을 가득 채워놓거나 더러운 물이 고인 곳에 두 손을 넣고 놀다가 수시로 나에게 들키기도 했다. 가끔 아이들이 노는 모래밭에서 혼자 놀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마구 모래를 흩날려 다른 애들을 울려서 달려가서 잔소리를 하면 멀뚱 거리며 남 얘기 듣는 표정인 하임을 보면 정말 크롱과 비슷해서 웃음이 섞인 한숨이 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7-01 09:42   |  수정일 : 2019-07-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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