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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김정은 위원장 연서(Love Letter)의 효과

김정은 위원장이 7번째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럼프의 반응은 한치의 변화도 없다.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 서두르지 않겠다. 제재는 지속된다' 여전히 김정은은 실무협의를 건너뛰고, Top-down 방식을 선호한다. 친서도 간접적인 Top-down 방식이다. 비핵화의 개념과 로드맵을 만드는 실무협의 없는 미북정상회담에 트럼프가 응할 가능성은 대선 정국이라 더욱 낮아지고 있다. 제재로 시간이 지날 수록 북한은 더욱 괴로워진다. 서둘러야 하는 것은 김정은이다. 미북실무회담에 나서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6-17 15:02

▲ 일곱번이나 친서를 보낸 김정은 위원장. 늘 한결같이 응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감동적이다, 제재는 계속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미국 대통령은 세계인이 다 아는 특유의 어투를 갖고 있다. 자신의 업적과 관계된 일을 강조할 때면 ‘엄청난’(tremendous)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으면 의례히 ‘아름다운 편지’(beautiful letter)를 연발한다.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1주년 되는 시기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편지를 보냈다. 판문점을 통해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전달받아서, 우리 대통령과 극소수 관계자들이 함께 내용을 공유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최종 전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도 전에 한국의 대통령과 참모 몇몇이 먼저 봤다는 것인데, 이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미리 예상했단다.
 
1년 동안 일곱 번째 연서 쓰는 김정은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심히 편지를 썼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는 양국 수교 기념일 등 특별한 경축 또는 국가적 재난 발생 시에 공식서한을 보냈다. 그런데 유독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부터 지금까지 1년 동안 일곱 번의 친서를 보낸 것이다.
 
첫 번째 친서는 지난해 6월 1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땅을 밟고 트럼프 대통령 면담할 때 전달되었다. 전달된 친서를 담은 초대형 봉투의 그 크기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번째는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국무장관이 7월 2일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은 위원장은 못 만나고 돌아갈 때 전달받은 친서다. 당시 미북 평양회담 이후, 외무성이 그의 귀국길에 대고 ‘강도 같은 비핵화 요구’라며 쏘아붙이는 상황에서도 친서는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건네졌다. 4문단으로 구성된 친서는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공개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다음 편지는 7월 27일 미군 유해송환 과정에서 미국 측에 전달되었다고 한다. 네 번째 친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판문점에서 전달받았다. 이 편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9월 26일 또 친서를 받았다는데, 며칠 후 뉴욕에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친서는 전달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올해 들어 두 번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그중 하나는 우여곡절 끝에 김영철이 두 번째로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전달한 것이고, 가장 최근 것이 판문점을 통해 건네진 친서였다. 사실 필자가 기사를 통해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7번을 제외하고도 두 번정도 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시제로 과장된 표현인지 실제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날짜
전달자
비고
1번째
2018. 6. 1
김영철
워싱턴 D.C. 방문/초대형 봉투에 담아 전달
2번째
2018. 7. 6
폼페이오
폼페이오 평양 방문(7.6) / 외무성 “CVID, 신고요, 검증이요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비난 / 트럼프 대통령이 내용 공개
3번째
2018. 7. 27
-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전달
4번째
2018. 9. 10
폼페이오
판문점에서 전달
5번째
2018. 9. 26
-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도중에 꺼내 보여 줌/접혀져 있고, 스테이플러로 찍은 흔적
6번째
2019. 1. 18
김영철
워싱턴 D.C. 방문
7번째
2019. 6. 10
미 고위급 간부
판문점에서 전달/청와대에서 내용 공유 후, 워싱턴으로
 
 
여하튼 왜 이렇게 열심히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서를 보낼까? 무엇보다 소통채널이 마땅치 않은 이유일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 탓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폼페이오든 볼턴이든 이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은 미덥지 않을 뿐더러, 이들 참모들의 입지만 넓혀주는 것이니 탐탁지 않을 것이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친서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금도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를 강조하는 친서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연서가 아니라, 실무회담으로 길을 찾아야
 
그러면 이 편지가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변화가 없다. ‘아름다운 편지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좋다’, ‘북한은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잘 알고 있다’ 등의 말은 이제 외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 여전히 ‘제재는 계속한다’, ‘서두르지 않겠다’(I'm in no rush)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 힘 빠지는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까지 시한을 못 박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김정은 자신에게 족쇄가 된 느낌이다.
 
지난주 15일 북유럽순방 마지막 행사였던 스웨덴 스테판 뢰벤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대통령은 미북 간의 실무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무부 대변인 모건 오테이거스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1주년을 상기시키며 북한과의 실무협상 의지를 나타낸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은 실무협상을 건너뛰고, 정상회담만을 고집했다. 실무협상을 진행하면 북한 핵폐기의 개념과 로드맵이 정확하게 합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얼버무리면서 제재를 허물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정상회담으로 직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미국의 태도를 바꾸라며 공허하게 외치고 있지만, 미국은 제재가 있는 한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 제재의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적발 건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다. 급기야 미 국무부는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제보하면 포상금 5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보받을 이메일 주소까지 공개했다.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출정식 이후에는 급격하게 북핵 이슈가 관심에서 멀어질 것인데, 이를 방치하면 대북 제재를 풀 기회는 2021년이 되어야 노려볼 수 있게 된다. 그 때가 되면 한국 대통령의 임기도 저물어 간다. 해는 지는데, 갈 길이 멀다. 서둘러야 할 사람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이다. 미북 간 북핵 실무회담에 나서도록 1호 지시를 내릴 때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6-17 15:02   |  수정일 : 2019-06-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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