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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윤송아의 만렙 도전기

배우·화가 윤송아의 자화상

글 | 윤송아 배우·화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6-07 10:27


첫 번째 이야기는 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직업이 많다. 배우면서 화가, 그리고 MC도 본다. 어떤 이는 “너무 바쁘게 사는 것 아니냐” 말하지만, 현실은 일이 취미고, 취미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 이외에 취미생활을 하지만, 나는 취미를 직업화해서 다 보여줄 뿐이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해주는 건 내 ‘그림’이다.
 
나의 그림 이야기는 아주 어릴 적,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갓난아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기일 적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3D 안경을 쓰고, 영화 ‘아바타’를 보는 것처럼, 나의 눈에는 현실과 창작된 상상의 세계가 동시 뒤섞여 보였다. 살랑살랑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 때면 그 바람에 선을 그려보았고,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을 때면, 그 목소리의 울림과 퍼짐을 색으로, 모양으로 그려보면서 상상의 나라를 펼쳤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어둠이 찾아오곤 했다.
 
이런 내 모습이 부모님 눈에는 걱정스러워 보였나 보다. 말없고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 엄마는 놀이터에 나가 놀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었다. 어린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공을 잡거나 던지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공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점차 거대해지고, 멀어질 때는 공기를 뚫고 나가는 움직임이 보였다. 공을 없애고, 구멍나버리는 그 공기를 느리게 재생하며 그려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한참 하다보면 공을 자꾸만 놓쳤다. 아이들은 나를 바보로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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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7일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2019 용산평화예술전’에서.
 
확실히 그땐 4차원이었나 보다. 나는 말이 느렸다. 현실에 관심이 없어서였을까. 유치원 입학했을 당시에도 나는 말을 잘 못했다. 엄마는 말하는 일에 관심이 없던 나를 웅변학원에 보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서있는 무대가 좋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말하는 게 좋았다. 무언가를 표현하고 사람들이 봐주는 게 좋았다. 사랑받고 싶었다. 전국어린이웅변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 후로 유치원 행사, 학교 행사들, 연극무대 등의 무대에 빠지지 않고 올랐다. 바람 따라 바람에 흘러가던 내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나의 존재를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 비쳐진 모습을 보면서 확인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게 시련이 찾아왔다. ‘hello’도 모르는데 영국 땅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때 나이 7살. 한국에서는 유치원 졸업도 안했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초등학생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리아’를 많이 알지 못했다. 게다가 국제학교도 아닌 영국의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동양인은 처음 본다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눈동자를 만지려 했던 아이들이 기억난다. 첫날 운동장 담 끝까지 뒷걸음질 쳤다. 나 하나를 두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둘러쌌다.
언어와 소통이 불가능하니 다시 나는 또 나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림은 유일한 친구이자, 일기장이자, 나 자신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림 속에 내 영혼을 쪼개 넣는다. 그림은 나의 일부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내 그림은 솔직한 내 그림자이자, 내가 죽는 순간 세상에 남겨질 전부이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 처음 맛보았던 그 무대의 맛 빛을 잊지 못했다. ‘빛’과 ‘조명’을 받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성인이 된 나는 조명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며 느끼는 모든 것들을 내 그림의 소재로 쓴다. 배우의 삶은 빛을 받으면서 느끼고, 화가로써의 삶은 그 느낌들을 기록하는 셈이다. 그렇게 내 삶의 연기와 그림은 ‘빛과 그림자’가 됐다.
 
첫번째 칼럼에서 공개할 사진은 내 작품이다. 용산아트홀 전시장에서 6월 3~7일까지 전시한 작품들이다. 우선 ‘소녀’라는 제목의 자화상은 마치 시체처럼 표현된 살색, 그와 대비되는 꽃과 머리카락은 빛을 향해 달려가다가 받았던 상처, 그리고 그것을 가리기위한 처절한 노력을 보여준다. 촉촉하게 젖은 눈빛과 머리카락, 그 구구절절한 마음이 전해지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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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유화, 60호.
 
다음 작품은 전진우 사진작가와 콜라보레이션 한 작품이다. 이 사진 작업은 스튜디오 안에 나무를 만들고 사각 틀도 직접 못질해서 만들었다. 그 위에 하얀색 페인트칠을 했고 드레스는 직접 시장에서 원단을 떼어 만들었다. 나는 선행(善行)이 마치 사각의 틀처럼 정형화됐다고 해석했고 선행의 틀에 갇혀 가장 사랑하고 이해를 베풀어야 할 가까운 이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구원을 통해 얻으려는 게 물질이 아닌 영혼과 마음의 평화라면 지금 이 틀을 깨고 당당히 일어나 가까운 이들의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표현했다. 이번 평화예술전에서 아픔을 감추지 않고 나누면서 치유를 통한 평화를 이루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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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EMPTION(구원)’
 
나는 한때 나의 재능을 저주했다. 무당이 작두를 타고 싶어 타는 게 아니듯, 예술가가 예술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면 이해가 갈까? 풍부한 감성은 저주이자 축복이다. 다른 사람들은 ‘도미솔’ 느낄 때, 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다 느끼며 살아간다.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윤송아 배우·화가

배우 겸 화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SBS 드라마‘미스마’, 영화‘언니’ 등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동시에 홍익대 서양화과 출신의 화가로 국내 주요전시는 물론 미국, 홍콩, 독일, 프랑스 등을 오가며 미술계의 젊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등록일 : 2019-06-07 10:27   |  수정일 : 2019-06-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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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템  ( 2019-06-07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우아!!! 넘 예뻐요∼ 그림까지 잘그리고 사기캐...
루아루리  ( 2019-06-07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배우님도 어렸을 땐 어두웠던 적이 있었군요.과거는 과거일 뿐이니..항상 승승장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배우님의 재능을 저주하지마세요..
김소연(필리핀)  ( 2019-06-23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보이스3 에서 인상깊은 연기 잘 봤습니다 ^^ 그림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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