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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문화예술과 법

전직금지와 영업비밀 침해

첨단기술 관련 인력 유출, 영업비밀 침해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기업 차원에서 관련법과 판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회사 내 영업비밀 관리 안전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고를 조기에 인지하고 적절한 법적 조치 매뉴얼과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협동조합 체제 등을 활용한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5-13 10:01

▲ 영업비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개념은 바로 ‘비밀 관리성’이다. 주된 요소인 ①비밀 표시 또는 고지 ②접근대상자 또는 방법의 제한 ③비밀 준수의무 부과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침해 관련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의 국제분쟁이 발생했다. 관련 종사 인력의 상당수가 2년간의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해 경쟁회사로 이전하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경쟁회사의 배터리 관련 팩, 샘플 등의 수입을 금지해달라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경쟁회사의 미국법인이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경쟁회사는 설계와 기술방식이 서로 달라 인력 빼오기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는 반박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네덜란드에 거점을 둔 세계적인 칩 제조회사가 직원 2명이 퇴사 후 설립한 회사에서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실손해 배상만을 인정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악의적인 침해로 간주, 배심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했고 8억 4,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상대회사는 파산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그 회사가 가진 모든 지식재산을 양도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특허권 분쟁은 연방법 사항으로 연방법원 관할이지만 영업비밀과 관련해서는 주법도 있고 연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주법이 적용된다. 각 주가 영업비밀 보호관련 주법을 제정할 때 참조하도록 통일영업비밀법(Uniform Trade Secret Acts)이 제정돼 있다.
 
전직금지 내지 경업금지 약정은 무엇이며 전직금지 가처분이 어떻게 가능할까? 영업비밀은 무엇이며 어떤 경우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자.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수 인력의 유출은 해당 회사 경쟁력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따라서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대해 일정 기간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을 체결한다. 이러한 약정은 해당 직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직금지 약정과 경업금지 약정은 어떠한 조건에서 법적 효력이 있을까? 기업 활동에서 공정한 경쟁 보장과 개인의 영업 자유라는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법원은 시간, 장소, 정도 등 합리적 범위 내에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한다. 판단 시 약정을 체결한 배경과 경위 등의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효력 유무를 결정한다.
 
법원은 어떨 때 전직금지 가처분을 발부할까? 법원은 전직금지 약정이 명시적으로 체결된 경우 일정한 요건에서 그 효력을 인정해 가처분을 내린다. 달리 약정이 없으면 예외적으로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가처분을 내린다. 전직금지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통상 1년 등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법적으로 영업비밀이란 무엇일까? 영업비밀보호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규정한다. 상식적으로는 영업비밀로 보이는데 막상 법원에서는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 이유는 영업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규정에서 말한 바와 같이 ①비공지성, ②경제적 유용성, ③비밀 관리성이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개념은 바로 ‘비밀 관리성’이다. 주된 요소인 ①비밀 표시 또는 고지 ②접근대상자 또는 방법의 제한 ③비밀 준수의무 부과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법원의 엄격한 해석 문제 때문에 법조문이 과거 ‘상당한 노력’ 기준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완화됐다. 2019년 7월부터는 현행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에서 단순히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용어로 변경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영업비밀로 제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기존의 세 가지 요건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회사에서 비밀이라고 해도 이를 비밀로 표시하지 않거나, 누구라도 접근이 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취급하는 직원에 대해 비밀준수 약정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영업비밀보호법상 보호를 못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 가지 요건을 지켜야 한다. 행여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법으로 달리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형법상의 배임죄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일반 항목인 ‘차목’에 의한 보호이다. 해당 비밀이 영업비밀보호법상 영업비밀에 해당되지는 않다고 해도 회사의 중요한 자산인 경우 반환을 거부하거나 폐기하면 배임죄의 형사적인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또한 많이 활용되는 조항이 부정경쟁방지법의 ‘차목’ 규정이다. 차목에서는 부정행위의 한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 비밀 관리성의 요건을 결여한 영업비밀도 이 조항에 의해 부정경쟁행위로 민사상 구제받을 수 있다.
 
앞으로 첨단기술 개발 못지않게 유출을 막는 안전장치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직금지 약정, 경업금지 약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적 효력이 있는 약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업비밀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요건을 파악해 영업비밀보호법, 형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특히 비밀 관리성의 요건에 유의해 비밀로 표시하고, 접근을 제한하고 관련자들 비밀준수 약정서를 징구하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출된 영업비밀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유출된 영업비밀로 만든 제품 판매를 금지 처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출은 해당 수입을 관할하는 기관에 제소해 수출 행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가령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가 있다.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는 배상청구하면 될 것이다.
 
인력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잘 도안된 전직금지, 경업금지 약정을 사전에 모든 직원들과 체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반한 전직 직원은 신속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인력 유출을 막아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게 로그인, CCTV 등 각종 기록과 안전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주기적 점검 역시 필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등록일 : 2019-05-13 10:01   |  수정일 : 2019-05-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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