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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사랑할 수밖에 없는 늑대 소년

3번 방에는 다섯 살 때 송중기보다 잘생기고 귀여운 늑대 소년이 산다

남다른 꼬마들과 3번 방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주.

그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늑대 소년 루이. 다섯 살 소년이 꼬마 늑대가 되어 친구들을 물어뜯는 험악한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29 09:27

3번 방은 자폐나 다운증후군, 행동장애를 가진 TK :Transitional kindergarten, K :kindergarten 그리고 1학년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곳이다. 일반 학생들 등교시간에 1학년과 K 아이들이 학교 앞에 내리면 Ms. K와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준다. 나는 10분 정도 늦은 TK 등교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네 명의 TK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로 간다.
 
주말을 보내고 맞은 첫 월요일, 네 명의 TK 꼬마들의 가방을 교실 밖 가방걸이에 걸고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잠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경험했다. 한 눈에도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있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교실의 모든 의자들이 다 뒤집혀 있었고 Ms. K에게 붙잡혀 소리를 지르는 루이 옆에는 Assistant Principal Ms. H가 서 있었다. Ms. C와 초임교사인 Ms. K의 Coaching Teacher로 잠깐씩 오는 특수교사가 다른 아이들을 카펫에 앉혀 책을 읽히고 있었다. Ms. H가 루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간 뒤 교실을 정리하고 나서, 루이가 또 늑대소년이 되어 말로를 깨물었다는 것을 들었다.
 
개학 후 셋째 날, 그러니까 진짜 학교생활 둘째 날, 마꼴과 소삐를 보건실에 데려가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도 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조금 전 교실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깔끔하게 단장됐던 교실 벽의 장식들이 다 떨어져 있고 책꽂이에 있던 학습교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루이는 소파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Ms. K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Ms. D와 Ms. C와 블록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이미 무는 아이라는 정보를 들었었지만, 루이가 화가 나면 옆 사람을 물어뜯는 늑대소년인 것을 그날 실제로 체험했다. 이 늑대소년의 첫 번째 희생자는 친구들이 갖고 놀던 블록 하나만 가져가도 눈이 빨개져서 동동거리며 초조해하는 1학년 페톤이었다. 루이가 블록으로 만든 것을 들고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본 페톤이 다가가서 블록에 손을 대는 순간 팔뚝에 선명한 이 자국이 나도록 깨물렸다.
 
페톤이 물린 날, 교장실에서 상담 후 돌아온 루이는 조금 전 분노에 차 으르렁 거리던 모습은 간데없이 천진난만하게 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기에 루이 옆에서 책을 읽어줬다. 나는 송중기가 나왔던 영화 ‘늑대 소년’을 떠올렸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건대, 다섯 살 송중기도 루이만큼 예쁘고 잘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동그란 눈을 반달처럼 만들며 웃으면 보조개가 들어가는 달콤한 미소를 날리는 루이는 정말 귀엽고 예쁘게 잘생겼다.
 
게다가 영어로 정말 스윗하기까지 하다. 루이가 늑대소년 본성이 드러낸 후, 교장의 지시로 나는 루이를 1대1로 전담 마크하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내가 TK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에 들어서면 “Ms. P”하면서 달려와 안아준다. 주변의 다른 교사들에게도 종알종알거리며 어찌나 살갑게 구는지, 이 아이가 친구를 깨물었던 그 난폭하고 거친 아이와 같은 아이인가 싶다.
 
다른 아이들 약점을 파악해서 심심하면 그것을 이용해 아이들을 흥분시켜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기가 막히게 머리 회전도 빠르다. 자그마한 팔다리도 어찌나 빠른지 번개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그래서 우리가 예상하기도 전에 불꽃이 일면 분노가 폭발함과 동시에 번개같이 주변의 친구에게 달려들어 그 작은 이로 친구들 몸에 선명한 이빨 자국을 만들어 아이들을 울렸다. 페톤을 첫 희생자로 삼은 루이는 다음 날은 조스를, 그리고 오늘은 말로를 물어뜯었다.
 
우리 안에 가둬둘 수도 없는 이 귀엽고 잘생긴, 심지어 늑대로 변하기 전까지는 사랑스럽기까지 한 달콤한 꼬마 늑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리 3번 방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어디 루이가 늑대로 변해 친구를 깨물려고 달려들 때만 그 귀여운 입을 꼭 막아줄 마술 마스크가 없을까? 혼자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해보는 밤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4-29 09:27   |  수정일 : 2019-04-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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