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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문화예술과 법

즉시연금보험 분쟁과 금융 소비자 보호

즉시연금보험 가입자가 예상보다 적은 연금을 받게 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추가 지급을 권고했고 보험회사가 이를 거부하며 소송이 진행됐다. 신의칙, 설명고지 의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등의 위배를 주장하는 금융 소비자와 이를 반박하는 보험회사 간의 법적분쟁에서 무엇보다 고려되어야 할 점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공평한 협상력이다. 이를 고려한 금융 분야의 실질적 경제민주주의 정립 역시 필요하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23 10:11

▲ 고령화시대에 사적 연금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시점, ‘즉시연금보험’ 등의 공개성과 투명성이 제대로 담보될 필요가 있다.
고령화시대 노후생활 보장책으로 인기 있는 ‘즉시연금보험’의 실지급 연금액과 과소지급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일반 연금과 달리 일정 금액을 한 번에 납입함으로써 즉시 수령이 가능한 보험상품이다. 미처 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50~60대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다. 10년 이상 유지 시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계약형태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효과가 있어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 가입자가 보험설계사로부터 듣고 약관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예상한 월 연금액과 실제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분쟁조정위는 보험회사에 추가지급을 권고했다. 보험회사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보험회사를 상대로 추가연금액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가입자는 사업비 등 공제 부분처럼 중요한 사항이 약관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회사는 약관의 보험금 지급 기준표 하단 ㈜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이 보험의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제된 금액이 지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점은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포함되느냐다. 정황상 약관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석 형태로 언급한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포함(Incorporation)됐는지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이 별도 문서를 언급해 해당 문서에 편입하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한다면 산출방법서가 가입자에게 별도로 제공되거나 적정하게 알려지지 않아도 약관의 일부로 구성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약관이 아닌 ‘산출방법서’에 있다는 점이다. 약관에 형식적으로만 편입하고 그 내용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제공 혹은 고지하지 않았다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마치 법률사항을 포괄적으로 하위 시행령 등에 위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포괄적 위임입법은 무효다. 동일한 논리를 즉시연금보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약관은 반드시 가입자에게 제공·고지·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이고 설명고지의 의무다.
 
즉시연금보험에서 핵심적인 내용인 실질 월 연금액이 약관에 구체적으로 고지·설명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외관은 형식적으로 약관에 제공·고지·설명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험회사가 임의적으로 사업비를 책정·사용하고 그 부담을 가입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험회사의 주장 논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도 법리상으로도 수긍하기도 어렵다.
 
현대 금융상품은 너무나도 복잡해 금융전문가조차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의 전문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정보의 비대칭적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이를 제대로 고지하고 설명할 의무가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
 
이번 소송은 즉시연금보험 상품의 가장 핵심인 월 연금액 산정에 있어서 공제되는 사업비를 가입자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된 게 문제다. 실제 운용과정에서 사업비 부문에 보험 사업자의 자의적 요소가 개입됐어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사업비 기준 등이 가입자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금액이 공제되는 건 보험회사의 일방적 결정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법이 추구하는 형평과 정의에 반하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차제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좀 더 구속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혹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만이라도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분쟁조정위의 존재의 의미가 퇴색할 뿐 아니라 이중 절차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 개정이 어렵다면 미국의 사례처럼 법무부에서 집단소송을 대위해 진행하도록 정부 차원의 민간대표 공동소송 담당 부서나 조직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 다수 당사자 소송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공동소송(Class Action) 제도를 도입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도 간단한 절차를 거쳐 피해자라는 사실만 입증하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법제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등록일 : 2019-04-23 10:11   |  수정일 : 2019-04-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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