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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의사 이동윤의 백세시대 백세건강

동네길이나 둘레길을 자주 달리는 이유

달린다는 것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항상 길을 기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길과 맺게 되는 관계는 무엇보다 먼저 어떤 정서적인 체험이면서도 동시에 신체적 경험이다. 동네처럼 내가 잘 알고 있는 길이든, 처음으로 탐색해 가는 길이든 상관이 없다.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달려본다. 그 길위의 빛이, 그 길 주변의 냄새와 소리 등 그 길을 기반으로 하는 전체적 삶의 환경이 몸 깊숙히 스며들 때까지 천천히 달려보는 것이다. 그런 전체적 삶의 환경이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 문제의 조건이요 바탕이기 때문이다

글 |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22 09:53

달린다는 것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항상 길을 기본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길과 맺게 되는 관계는 무엇보다 먼저 어떤 정서적인 체험이면서도 동시에 신체적 경험이다. 동네처럼 내가 잘 알고 있는 길이든, 처음으로 탐색해 가는 길이든 상관이 없다.

자연 속이든, 도시 속이든 길은 항상 시각적, 청각적 느낌이 배경이 되어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우리 피부는 우리가 노출된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의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여 물체나 공간과 적절히 접촉하게 반응한다.

길을 달리거나 걸어 통과하는 경험은 시각과 청각 등 몸 전체의 반응을 촉발하고, 매순간 몸의 감각과 느낌들이 끊임없이 작동한다. 우리는 마침내 그런 환경에 길들여져 내면에 흡수 소화하고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길이 반응하게 된다.

허송할 시간이 있는 마음이 느긋한 사람들, 달리기를 사랑하는 주자들은 각자가 유별나게 선호하는 공간이나 길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서두르거나 느긋하게 소요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또는 달리면서 처리해야 할 일에 따라 코스를 달리할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하더라도 내가 자주 출입하는 진료실, 친구들이 사는 거리, 어떤 생애의 서로 다른 시기에 살았던 지역 등 도시에 대한 나의 일상적인 경험과 연결된 수없이 많은 길들이 뻗어있다. 그런가 하면 완전히 잊혀진 구역도 있다.

단 한 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는 지역, 그 어떤 활동이나 관심사와도 관련이 없기에 가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긴 해도 아무런 호기심도 일어나지 않는 지역, 겉으로 느껴지는 인상 때문에 어딘지 마음을 열고 싶지 않는 지역도 있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거의 항상 내가 지나가는 길은 사실 왠지는 모르겠으나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곳, 아무런 특별한 목적도 없이, 아무 결정적 이유도 없이 그저 막연히, 어떤 일이 바로 거기서 일어날 것만 같아서 늘 찿아가는 곳이 바로 거기다.

이렇게 평소에 친숙한 길들은 오랫동안 멀리 떠나 있다 돌아올 때도 마치 자석에 끌리듯 첫발이 그리로 향하게 되는 몇몇 구심점이 되는 길들이 있다. 한강 주변의 잘 가꿔진 산책로나 고속도로 변의 쭉 뻗은 멋진 길, 그 길들과 이어진 산과 도시의 길들이 항상 나를 미소짓게 만든다.

사람들을 만날 때 끌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길도 똑같이 주관적인 관계의 대상이 된다. 주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창안해내고, 개척하면서 처음 가보는 길도 자기 식으로 발견해간다. 주자들을 이끄는 힘은 바로 '낯설음' 그 자체다.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달려본다. 그 길위의 빛이, 그 길 주변의 냄새와 소리 등 그 길을 기반으로 하는 전체적 삶의 환경이 몸 깊숙히 스며들 때까지 천천히 달려보는 것이다. 그런 전체적 삶의 환경이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 문제의 조건이요 바탕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이동윤외과의원장

전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Lee Dong Yoon, President of the Korean Practicing Surgeon's Association

등록일 : 2019-04-22 09:53   |  수정일 : 2019-04-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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