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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연의 하루를 살아도 영혼이 숨쉬듯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글 | 조서연 인생예술학교 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19 23:33

간혹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기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예전부터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수많은 직업을 갖고 살았지만 내 꿈이 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수단일 뿐이다. 돈이 필요하면 그때 그때 필요한 일들을 할 뿐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선택해서. 하지만 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롭고 건강한, 그런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꾸 무엇을 하냐고만 묻는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의아해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을지라도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흙을 고르는 일이 당장에 작물을 안겨주지 않아도 하루 종일 흙을 고르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당장 내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면서 지내는 나에게 무슨 영감을 갖고 그림을 그리냐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난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갖든, 안 갖든 지금 이 순간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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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삶, 관계의 방식
 
나에게 중요한 것은 숨을 고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내 속도대로 살아가며 자주 쉼을 갖는 삶은 도시 사람들의 속도를 맞추기에 항상 숨이 찬다. 그래서 자주 쉬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다들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려고 하지만 잠시 멈춰서 옆을 돌아보거나 뒤를 돌아보며 조금 뒤쳐진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친구와 만나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친구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바빴다. 쉴 새 없이 카톡이 울리면 답장을 해줘야 했고 핸드폰을 만지는 탓에 대화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친구들은 고민과 걱정이 많았고 불안해했다. 도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게 피곤했다. 적당히 벌고 잘살고자 했던 나의 주머니는 넉넉하지 않은데 지출되는 돈이 불편하고 아까웠다.
 
그렇다고 시끄럽고 사람 많은 서울에서는 어딜 가도 상대에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날씨가 좋으면 도시락을 싸서 공원이나 고궁에 가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도 유명한 관광지나 여행 책자에 소개된 곳을 찾아가는 것에는 좀처럼 흥미가 없다. 그 나라의 공원, 산, 바다에 가서 놀거나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들을 사와 요리를 하고 사람들과 나눠먹으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점이 여행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었다. 어마어마한 대자연의 감동만큼이나 큰 것이 사람과 마음을 나눌 때였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눈보다 마음에 담은 것이었다. 마음에 담는 것은 몸이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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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차려먹는 소박한 밥상.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웃고 울 때 내 몸의 감각들이 살아났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배낭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마음이 풍요로운 것이다.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값비싼 선물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잃어버릴까봐, 무거울까봐 걱정만 늘어난다.
 
반면 항상 배가 고픈 배낭 여행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밥 한 끼는 눈물나는 감동이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 초대받는 것보다 집에 초대받는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특별한 날이었다. 나에게 그의 삶의 예술을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허락한 셈이니까.
 
오랫동안 유목민으로 지내면서 많은 것을 잃었고, 버렸고, 떠나보냈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호기심 가득한 여행자의 눈과 세상에서 받은 사랑이었다. 지키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나의 영혼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가고 싶은 곳이 없어졌다. 여행길에서 훈련된 단단해진 마음 근육으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서 건강하게 잘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 왔다. 흙을 밟고 만지며, 사람들에게 정성껏 건강한 밥 한 끼를 차리며 내 속도대로 살아가고 싶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다.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거야.”
 
부는 바람도 공짜, 하늘에 뜬 흰 구름도 공짜,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도 공짜, 눈부신 햇살도 공짜였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의 자태도 공짜, 그 꽃이 풍기는 향기도 공짜였다. 우연히 만난 아이의 환한 웃음도 공짜,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도 공짜였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다. 사랑, 우정, 의리, 신뢰 등은 천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다. 대신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침에 시린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책방에서 뒤적이는 책들도, 아무 바람 없는 친절도, 시원한 나무 그늘도, 인생에서 진실로 좋은 것은 다 공짜다.
 
돈으로 살수 없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진정 존엄하고 아름다운 것.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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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북부, 판공초 여행 중.

인터넷이 되지 않았던 라다크 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있어도 휴대전화를 보는 일이 없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아마도 오지 여행을 좋아했던 것은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 더 많아서 아니었을까 싶다.
 
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난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정신과 영혼은 잃지 않고 살고 싶다. 물론 자연과 가까이, 그럼 난 부자로 살 수 있으니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조서연 인생예술학교 교장

‘인생예술학교’라는 무대 위를 디자인하는 창조성 강사

등록일 : 2019-04-19 23:33   |  수정일 : 2019-04-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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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김  ( 2019-04-20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0
나에게 가장소중한것? 행복 이지요. 좋은글 잘읽고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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