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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마음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마음장애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 귀가 안 들리는 청각장애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아이들이 가진 장애는 마음 장애가 아닐까?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안 보이고 내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없는
마음 장애를 가진 아이들 곁에서 내가 느낀 마음 장애에 대한 이야기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05 15:29

미국에서 특수반 보조교사를 하며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모든 학교에 특수 학급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장애 종류나 정도에 따라 정해진 특수학급을 지정된 학교에 배치한다. 유초등학교 중증 장애아들을 위해서는 중증 장애 특수학교가 따로 있다.  중, 고등학교는 특수학교는 없는 대신 중증장애 학생들을  중증 장애 특수학급이 배치된 학교로 배정한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장애아들은 그들을 위한 자폐나 행동장애를 위한 특수학급이 있는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우리 학교에는 주로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ADHD를 포함한 행동장애로 인해 발생한 학습 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학급이 세 반 있고, 아이들의 학년에 따라 학급에 배정한다.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특별한 보조 기구가 필요한 유,초등학생들은 특수학교로 가고, 다른 아이들과 일상생활의 공유가 가능한 수준의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우리 학교 같이 일반 초등학교의 특수 학급에서 지낸다. 그러니까 일반 아이들과 섞여있을 때는 장애가 있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아이들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거나 멀뚱거리고 서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겉으로 볼 때는 아주 멀쩡해 보인다. 어떤 아이들은 심지어 영화배우처럼 키도 크고 예쁘고 잘생겼다.
 
마음 장애를 가진 남다른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아이들의 다른 점은 우리 아이들은 마음 안에 눈에 띄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다. 즉, 몸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자신이나 주변에 대해 화가 더 자주, 많이 난다는 것. 뭔가를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반복하며 참을 수 있을 만한 인내심이 없다는 것. 움직이고 싶을 때 먼저 생각을 해야하는데 생각이 미치기 전에 몸이 움직이게 된다는 것. 다른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너무 힘들다는 것.
 
이와 같이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이 그 마음 속에 있는 장애 때문에 더 이해받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깝다. 겉으로 볼 때는 키도 크고 머리도 멋지게 빗고 예쁘게 생겼는데 갑자기 옷을 벗고 뛰어다니거나, 먹던 점심을 집어던지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아이들 안에 장애가 있는 것을 모르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물을 쏟으면 장애가 있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니까 이해가 되고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다가오지만, 마음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화를 내며 물을 쏟으면 '다 큰 아이가 왜 저러나. 이상한 아이네'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들도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것을 느낄 수 있고 그런 반응을 견디기 힘들어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다른 아이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그런 주변에 대해 분노하고 스스로를 자학하기도 한다.

정작 남다른 아이들과 한 공간에 지내는 나를 비롯한 다른 교사들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기분이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수업 시간에 발표도 하며 지켜야 할 규칙도 잘 지키다가 갑자기 발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로 폭발하고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감싸주기에는 교사인 우리들이 너무도 남들과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남다른 아이들을 머리로 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남들같이 자라왔고 남들같이 살았으니까.

알면서도 가끔은 왜 화를 내는지, 왜 우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그때는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저 까마귀가 시끄럽게 울어서 그런가 보다. 바람이 불어서 머리가 날렸나 보다. 나뭇잎이 떨어져서 슬픈가 보다. 그러면 왜 그런지 이유를 따지지 않고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떠나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기로 한 내가 해야 할 한 가지. 남과 다른 아이들이 온전히 남과 같은 아이들이 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빨갛게 태어난 아이를 빨갛다고 인정하고 그 아이가 파란 아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어제는 빨갛던 아이가 오늘은 노랗더라도 왜 그럴까 불평하며 원인을 파헤치지 않을 것.

그러면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WHY? WHY?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하는 대신 그 빨간 아이가 파란 아이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리라.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4-05 15:29   |  수정일 : 2019-04-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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