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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봉쇄해 버린 공정위

SK텔레콤, CJ헬로비전 주식 30% 매입한 계약 금지 조치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6-10-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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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센터 7층에 있는 김진석 CJ헬로비전 공동 대표이사 사무실 입구의 모습./ 조선DB

공정거래위원회는 스스로 활로를 찾으려는 기업의 자발적 인수합병(M&A)을 봉쇄해 버렸다. SK텔레콤이 CJ오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CJ헬로비전 주식 30%를 매입한 계약을 금지하는 시정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로 인해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부실에 빠지기 전에 기업들이 M&A를 통해 활로를 열어보려 했지만 정부가 기업의 숨통을 막아버린 꼴이다.
 
방송·통신계의 빅딜이었던 두 기업의 M&A가 정부에 의해 무산되면서 거래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영업위축, 투자 계획 축소, 영업정보 유출 등 피해가 상당하다. 케이블TV업계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매각이 절실했던 CJ헬로비전의 타격이 좀 더 큰 상황이다. 업계 전반이 장기적으로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까지 우려될 정도다.
 
두 회사의 M&A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여러 분야를 망라한 것이라서 공정위·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3개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첫 관문인 공정위에서부터 차단되었다.
 
ICT 분야는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는 분야다. 기업의 경영을 규제로 통제해 온 분야라서 이번 M&A가 규제부처의 승인을 통과할 수 있을지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규제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아닌 공정위에서부터 막혀버린 것이다.
 
경쟁 제한적 규제로 기업과 시장을 통제해 온 미래부와 방통위를 견제해야할 공정위가 오히려 기업의 자율적 경영행위를 제한하고 경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선 것은 아쉬움이 크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정부에 의해 무산된 것이라서 앞으로 시장의 활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송·통신 분야의 융합과 발전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 현실을 외면하고 M&A를 무산시킨 공정위
 
2015년 11월 2일 계약 후 해당 기업들은 공정위의 결정을 오랜 시간 기다렸다. 4월 총선을 겪으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까지 봐야 했다. 결국 7개월을 끌면서 기업 가치가 상당부분 훼손된 후에 공정위는 2016년 7월 15일 금지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다른 정부 부처와는 달리 위원회 형태로 운영된다. 물론 사무처를 별도로 둔다. 금융감독위원회도 그런 구조다.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결정에서 공정위가 사무처 의견을 별다른 이견 없이 그대로 최종안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크고 위원들이 전문가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사안임에도 그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를 폐지하고 공정위를 일반 정부 부서로 전환하는 것이 정책 결정과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정위의 방향성이다. 기득권을 가진 사업자에게 보호 및 진입장벽을 허용하지 않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오히려 경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득권을 가진 사업자의 보호막 역할을 자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공정위가 사업자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경영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경직적 태도를 보인 것은 왜일까? 또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정위가 관료주의와 이익집단에 포획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위원회라는 명칭과는 달리 이미 정부 기구처럼 관료화되었다. 이번 의결은 정재찬 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 김석호, 신동권, 김성하, 이한주, 고동수, 이재구 위원이 의결하였다. 위원 상당수가 시장과 학계의 전문가라기보다 관료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다. 위원회가 사무처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은 구성원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당연해 보인다. 공정위 위원은 시장의 활력이나 기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이미 시장경제의 질서를 세우는 기구라기보다는 거대한 이익집단에 동조하는 것으로 성격이 변질되었음을 드러낸다. 사업자가 이익 집단화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용인하게 되면 소비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이익집단의 횡포에 동조한 공정위
 
이번 M&A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사의 뉴스 시간에 비난성 기사를 매일 내보내다시피 했다. 심지어 M&A를 비난하는 뉴스 뒤에 해당 기업과 상품을 비판하는 후속 기사를 편성해 시청자로 하여금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편파적인 뉴스 보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시청자를 무시하는 잘못된 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뉴스를 활용해 자사의 경쟁자로 대두될 지도 모르는 잠재적 경쟁자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지상파의 기득권 지키기 보도 태도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지나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를 통해 지난해 TV채널을 운영하는 총209개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 가운데 KBS계열이 27.8%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방송매체 영향력 면에서 종편 등의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KBS, MBC, SBS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나치게 경쟁자를 의식한 것이다.
 
문제는 경쟁 제한적 행위를 막아야 할 공정위가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의 기득권 지키기 뉴스 횡포를 방치한 것이다. 더욱이 공정위가 M&A를 막은 결정을 내린 것은 결과적으로 지상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은 꼴이 되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M&A에 개입하여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딴죽을 걸었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14개의 시민단체들이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정치논리가 만연하다보니 기업들과 정부 부처는 여론 눈치 보기에 역량과 시간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고 정부의 결정은 상당기간 표류하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가져다준다.
 
경제 사안이 정치화되는 과정 속에서 기업들은 부실화된다. 부실화된 기업들은 결국 공기업화 되거나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폐해를 초래하곤 한다. 공정위가 국민과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기득권자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논리에 휩쓸린 것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의 경영행위를 통제하려 하지마라
 
규제가 많은 분야에서도 경쟁의 압력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기업은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기업이 기득권을 지키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쟁 지향적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공정위의 올바른 방향이다.
 
기업생태계의 활력 찾기 노력을 외면한 이번 결정으로 공정위는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이익집단의 요구를 들어주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 나서기보다 정치적 경쟁에 나서게 만드는 우를 범한 것이다.
 
기업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품질 좋고 값싼 방송과 통신 서비스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익집단의 권력 싸움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투자와 상품 개발로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경쟁사에게 위기가 된다면 이 또한 소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위기를 느낀 경쟁사들은 앞 다투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선택의 폭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국내 방송·통신 분야에 큰 변화이자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경쟁사들과 방송사들은 소비자에게 주어질 새로운 혁신의 등장을 우려했고 공정위는 이를 봉쇄했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려는 기업의 경영을 통제하거나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공정위가 시장친화적 정책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6-10-14 09:26   |  수정일 : 2016-10-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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