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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의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아서

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보편의 담론이다

현지 활용 주장은 불법성을 감추는데 악용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취지에 어긋나
외교 비밀주의 보다 국민과 소통 우선

글 |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6-10-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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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쿠라 컬렉션의 일부, 65년 한일협정당시에도 반환대상이였으나 개인 소장이라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하였다. 사진_문화재환수국제연대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다음 세대에 보전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
 
과거 귀중한 수많은 문화재가 침략과 식민지배, 전쟁과 혼란기에 불법 반출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회복하여 보전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 중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헌법 제9조에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방 이후 많은 선각자들이 과거 약탈당한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노력하였다.
 
문화재는 역사의 블랙박스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전하는 매개체가 문화재이다. 신라 경주,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에 담긴 신라인들의 불국정토의 꿈을 떼어 놓고 다보탑을 외국의 한 박물관에서 마주한다면 다보탑에서 신라인들의 꿈을 나눌 수 있을까?  그저 아름다운 건축물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빛을 발한다."라는 원칙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불법반출 문화재의 환수보다는 현지 활용하자는 주장이 들린다. 문화재는 '홍보대사'이니 하면서 환수보다는 현지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식이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약탈 등 불법성은 이제 그만 따지자는 말처럼 들린다. 무엇보다 이런 주장을 문화재환수를 설립 목적으로 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학계와 문화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재 환수와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는 외교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하고 있어 원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를 받고 있다. 
 
아래 글은 전 주)튀니지 대사를 역임하고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세계 문화유산 약탈사>,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눈물>를 집필한 김경임 저자의 글이다.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 취지에 충실해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2대 위원장에 임명된 지건길 전 국립박물관 관장은 취임 제일성으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현지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홍보할지 중점적으로 연구하겠으며,그동안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구입이든 기증이든 무조건 돌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높았는데 '무조건 환수'보다는 '현지 활용'에 초점을 두고 싶다" 고 취임포부를 밝혔다. (조선일보 10월4일자 기사) 지건길 이사장은 향후 재단업무의 중점과 우선순위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보도를 보고 성급한 발표가 아닌가? 재단의 중점과 우선순위 발표의 배경에 관한 의구심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업무는 국외소재문화재의 현황, 반출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연구와 환수 및 보호·활용에 관한 연구, 보전·관리, 환수 등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교류 및 국제연대 강화 및 홍보·교육·출판이며, 이에 따라 재단은 해외한국문화재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합법적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현지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반면 우리 문화재가 불법, 부당하게 국외로 유출된 것이 분명하게 확인될 경우, 이의 환수에 노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재단 웹사이트) 
 
원래 재단의 설립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계기로 국민적인 열망을 반영하여 정치권에서 해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부 차원의 기구 설립의 의지가 모아져서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전담기구 설립이 이루어진 것이며, 언론에서도 해외문화재 환수 문제를 전담하는 기구 신설로 보도한 바 있다.(연합뉴스, 2011.4.15.) 또한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문화재 환수 실적 부실을 지적하고 재단이 제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강구를 주문한 바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창식 의원, 새누리당) 
 
이것으로 볼 때, 재단의 제일차 임무와 우선순위는 해외 문화재환수가 되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대부분 일본소재 우리 문화재일 수밖에 없다. 해외 한국문화재는 16만 8천점이며, 이중 7만1천여점이 일본에 있다. 더욱이 일본소재 우리문화재는 국보급, 보물급의 높은 수준이며,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만 남아있는 희귀한 문화재로서 한국 역사상의 전시대, 모든 분야에 걸쳐 분포되어 있어, 일본소재 한국문화재를 빼놓고는 온전한 한국미술사, 한국고고학, 한국서지학 등의 저술이 어려울 정도이다.(국외소재문화재 재단, <일본소재 한국문화재의 연구와 활용>2016.9. 9쪽) 
 
지건길 이사장의 발표에 따른다면, 재단은 이토록 중요한 재일 우리문화재의 환수보다는 현지 활용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재단설립의 취지와 국민의 열망에 상당히 어긋난다. 
 
우선, 현지에서의 활용과 홍보는 현지에서 우리 문화재의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널리 홍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 학자들이 될 것인데, 한국 학자들이 제나라 문화재의 연구를 위해 해외를 방문해서 해외기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되는 사정이다. 물론 해외학자들이 우리 문화재를 연구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과거 외규장각 도서에서 보듯이 1백년 가까이 프랑스에 있었고 박병선 박사에 의해 조선의궤로 확인된 30년 동안, 프랑스에서 의궤의 연구는 박병선 박사의 해제 외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문화재는 일차적으로 한국인을 위한 것이며, 한국인에게 의미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볼 것이다.
 
물론 한국문화재를 연구하는 학자층이 넓고 깊은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문화재가 일본에 소재함으로써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음은 확실하다. 지난 9월 재단이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모 일본교수는 고려불화의 필름을 들고 나와 고려불화에 관해 한국인 청중들에게 강연한 바 있다. 고려불화가 한국에 없기 때문에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고려불화의 특징과 훌륭한 점을 누누이 설명했다. 이 가르침에 대해 일본에 감사해야 할 것인가? 국외소재문화재 재단에 감사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야 말로 오리엔탈리즘의 정수가 아니고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해외 문화재는 문화대사이므로 어려운 해외문화재 환수에 고생할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위한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 이것은 50-60년대 해외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는 문화재 피약탈 국가에 대한 약탈국의 위로이자 충고였던 것이다. 문화재는 그것의 제작자와 장소성이 중요하다. 즉 그것이 존재하는 맥락(context)의 중요성이 그 문화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약탈당한 문화재는 약탈의 역사를 소개할 뿐이며, 우리의 역사나 문화를 제대로 홍보할 수 없다. 포로로 잡혀간 사람이 대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그러므로 재단은 해외문화재 현지 활용과 홍보업무에 앞서 문화재 환수노력에 끝까지 진력하고 그 다음 현지 활용과 홍보를 거론해야 할 것인데, 현지 활용을 우선순위로 내세운 것은 재단 임무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극히 유감이다.
 
일본소재 한국문화재는 대부분 전쟁과 일제강점기에 약탈된 것이다. 이것이 극히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방 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학계와 정부는 일본 측에 불법적으로 취탈한 문화재 반환, 특히 대부분 분묘와 유적에서 불법 발굴하여 반출한 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일본은 한국문화재는 정당한 수단으로 취득했고, 국제법상 반환의 의무가 없다고 답하며, 정치적 화해무드를 위해 약간을 인도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1961년 제2차 문화재 소위원회) 이에 따라 일본은 1965년 우리가 요청한 문화재 5천여 건에 대해 1,432점을 반환했다. 이로써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약 발효와 더불어 문화재반환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이 결과 우리는 울분을 삼키며 한일국교정상화라는 큰 틀 속에서 협상결과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협상결과는 일본 측이 의도한 바와 같이 그것으로 종결된 것이 아니다. 나머지 문화재의 반환은 후일로 미루어진 것이 국민적인 생각이자 여망이고 이를 위해 재단이 설립된 것이다. 한일 회담에서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학계(특히 문화재회담에 참가했던 황수영 박사는 지병이 악화될 만큼 고생했다.), 정부, 언론은 고군분투했다. 그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에 맞서 끝까지 노력했던 선배, 선인들에 비해 지금 예산과 조직을 갖춘 재단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본에 실제로 부딪쳐보기도 전에 한발 물러나서 문화재 환수보다는 해외에서 활용과 홍보에 치중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이 허용되어야 할 것인가?
 
더구나 재단의 임무 중의 하나는 문화재 환수 관련단체에 대한 지원 및 국제연대 강화이다. 재단이 환수업무 보다는 현지 활용과 홍보로 우선순위를 바꾼 것을 이들 단체들과도 협의한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들 단체들은 환수운동 대신에 일본에 합법적으로 건너간 우리 문화재, 따라서 환수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을 현지에서 조사, 연구해야 할 터인데, 일본 측으로부터 극진한 지원이 있겠지만 합법적으로 반출된 우리문화재를 확인하는 일은 불법적으로 건너간 문화재의 확인보다 지난한 일임은 확실하다. 
 
또한 일본소재 우리 문화재의 대부분은 불교관련 유물이나 고분발굴 유물들인데, 환수보다 현지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지건길 이사장의 발언은 불교계나 고고학계와도 충분히 의논하여 내린 결론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재단은 지난달, “일본지역 한국문화재 활용포럼”에서, “해외 문화재 16만여점에 대한 모든 문제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대책을 실시해야 하며, 몇점의 특정 문화재만을 환수대상으로 공략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평하며 사려 깊은 접근”을 주문했다.
 
재단은 언제부터 환수대상 문화재로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 라는 결정권을 행사해왔는가? 재단은 환수대상 문화재 또는 환수불가 문화재 목록을 작성하여 가지고 있는가? 문화재 환수운동 단체는 막연히 환수운동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특정 문화재를 대상으로 해야 함은 당연하다.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에 대해 재단은 소탐대실이라고 폄훼하기 전에 환수불가 특정문화재를 명시하고 왜 공략하면 안되는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재단은 환수운동은 접어두고 현지 활용과 홍보역할에 치중하는 것이 사려 깊은 접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간 국제법에 의한 문화재 반환은 효과가 적었을 뿐이지 일본이 주장한 대로 국제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195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문화재 반환의 국제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수많은 문화재가 법에 의해 또는 윤리적 차원에서 반환되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한 문화재 환수 케이스가 부지기수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수의 문화재가 윤리적, 도덕적 차원에서 반환되고 있다. 이것은 문화재가 한 민족, 한 문명의 기원과 정체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문화재는 그 문화재를 제작한 민족에 대해 또한 그 문화재가 태어난 원장소에 대한 반환이라는 윤리적 차원에서 학계와 시민사회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경향이며 대세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조각 반환운동은 2백년간 지속되었고, 이제는 반환의 분위기가 영국과 전 세계에서 무르익었으며, 그 밖에 터키, 이집트, 캄보디아,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문화재 반환운동이 결실을 보고 있다. 재단은 이러한 경향에 눈을 감고 가장 안일하게 현지 활용을 주장하고 있는데, 재단은 그 임무 중의 하나인 국제연대를 실질적으로 모색해 보았는가? 학술회의 개최와 같은 조용한 연대가 아니라 외국 단체들의 성공사례를 참고하며 치열하게 연대해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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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에 유폐되어 있는 조선임금의 유물. 우선 반환 대상이다.
환수운동과 같이 어려운 일은 민간단체들이 해주고 재단은 현지활용에 몰두하겠다는 재단의 현재 입장은 한국문화재는 정당하게 입수되었고, 환수에 관한 국제법이 없으며, 문화재 반환은 완료되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에 부응하여 일본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일본 측의 호의를 얻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천 년대 초, 미국의 10여개 박물관으로부터 1백여점의 문화재를 환수한 이태리의 문화부장관 루텔리(Francesco Rutelli)는 2007.12월 미국으로부터 환수 받은 문화재 전시 개막식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음을 소개하고 싶다.
 
“문화재 반환! 그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다. 인류보편의 담론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상근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 사무총장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 상임이사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실행위원장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 등 역임

(현)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
(현)명원문화재단 이사
(현)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등록일 : 2016-10-13 08:23   |  수정일 : 2016-10-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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