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이상근의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아서

故 이해봉 의원과 일본 왕실 소장 조선왕실의궤 환수에 얽힌 뒷얘기들

역사와 문화 앞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 지금도 떠올라
역사 왜곡과 유산의 은폐, 훼손이 늘어나는데
진심을 다하는 국민의 대표를 만날 날을 기대하며..

글 |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6-08-16 09:09

본문이미지
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 모습

8월 19일은 이해봉 의원이 세상을 뜬 지 4주기이다. 행정가로 정치인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었을 고인을 새삼 추모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2010년 8월 1일,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였다. 대부분 폭염을 피해 피서지로 떠난 서울 거리는 한산하였다. 국회도 여름휴가를 맞아 대부분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전화기를 붙잡고 몇 시간째 국회의원들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정에 없는 전화에 응답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어쩌다 통화가 연결되어도
급작스런 일본 방문 제안에 그 바쁜 국회의원들이 며칠씩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러나 5년여, 간난신고를 거쳐 결실을 맺을 즈음인데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일본 궁내청(황실) 소장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실행위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의궤 환수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분들의 염원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다.  
 
다시 이해봉 의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전 통화에서는 휴가를 맞아 서울에 없다는 답이다. 그러나 꼭 내가 필요할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라는 말씀이 있었다. 핸드폰 신호음이 오랫동안 울렸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한참 후에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뜸 “회장님(이해봉의원은 당시 국회의원 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 소임을 보는 중이었다.)
일본에 가셔야겠습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죄송하나 꼭 동행하셔야 되겠습니다.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김의정 공동대표(당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님도 동행하실 것입니다. 일본 현지에서도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동행할 의원들은 없습니다. 현재로는 회장님이 유일한 방안입니다.“  
 
잠시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고 아이들의 재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갑시다“라는 답이 들려왔다.  
 
당시 일본 왕실 도서관인 궁내청 서릉부에 소장되어 있던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일강제병탄 100년을 맞이하여 국내외에서는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었다.  
 
환수위는 4월 한일의원연맹을 통한 양국의원회담을 진행하였고,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의원들의 초청으로 환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간담회를 4월 8일 가진 바 있다. 당시 참석한 대다수 의원들은 반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65년 한일협정 이후 문화재반환청구권이 없다’는 사실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였다. 별도의 문화재반환 협정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청과 일본 국회에서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7월 21일부터 환수위는 대학생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 외무성, 중의원 등을 방문 의궤환수가 과거 청산 및 한일관계 발전에 중요함을 설득하는 활동을 1주일 여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을 아사히신문은 7월 28일 사회면 메인 뉴스로 보도하기도 하였다.
 
본문이미지
2010년 7월 28일자 아사히신문 보도

이 시기, 일본 정계에서는 ‘의궤 반환’을 구체화하기 시작하였고. 7월 29일 센코쿠 관방장관은 ‘한국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65년 한국협정에 묶인 한국정부는 공식적으로 반환요청을 할 수 없는 처지였고, 결국 환수위는 일본 의회를 집중적으로 설득하기로 하였다.
 
8월 15일 광복절이라는 시기를 생각할 때, 하루라도 미룰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환수위 일행은 일본에서 의회 면담일정을 협의하고 실행위원장인 나는 한국에서 정부를 대신하여 반환을 요청할 책임 있는 인사를 섭외하러 온 것이다.
 
본문이미지
일본 민주당과의 면담 모습

 
방문단은 국회 문화재환수포럼 대표 이해봉 의원,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김의정 공동대표, 혜문 사무처장, 그리고 실행위원장 이렇게 4인으로 구성되었다. 출발은 8월 3일로, 그날부터 일본의 각 정당 대표 방문을 진행하였다. 민주당, 사민당, 사회당, 공명당, 공산당 등 주요 정당 책임자들 차례로 면담하였다. 자민당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의 여당 중진의원의 반환 요청에 대부분의 일본 의원들은 동의하였고, 국회 의결 방안을 논의하였다.  
 
 
본문이미지
주일 대사관 방문

 도쿄의 여름은 뜨거웠다. 의회 방문과 언론인터뷰, 사회단체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쉴 틈도 없이 소화하고 숙소인 호텔에서 방문단은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평소 술을 안 한다는이해봉의원은 목이 타는 지. 생맥주를 거푸 몇 잔 마셨다. 그리고 김의정 회장에게 “정부가, 정치권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여 주시니 감사하고 면목이 없다.”라고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총장(당시 필자는 조계종중앙신도회 사무총장 소임 중), 내가 가족들과 몇 년 만에 같이 휴가를 보내느라, 빨리 오지 못해 미안허이. 앞으로 언제든지 할 일이 있으면 불러주시게”하며 깊은 눈을 내보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8월 10일, 일본 칸 나오토 총리는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왕실 소장 조선왕조도서 1,205권의 반환“ 결정, 발표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 그때 동행한 것을 평생의 영광으로 간작하겠다는 이의원님. 국회사무소를 방문하면 책장 가장 좋은 위치에 “조선왕실의궤반환 기록사”를 놓고 내방객 모두에게 문화재환수의 필요성을 역설하신다는 말씀에 참으로 진심을 다하고 있음을 느끼곤 하였다.  
 
20011년 의궤 환수에 많은 도움을 주던 카사이 아키라의원이 방한, 한국의 각 정당 의원들과 면담자리에서 “(일본)공산당이 방문하기는 것은 처음이라며, 의궤 환수 덕분에 이념도 정당도 초월하였다”고 반기시던 웃음이 지나간 세월 속에도 또렷하다.
 
지금 20대 국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역사와 혼이 담긴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둥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도 20대 국회 들어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18대 국회부터 논의되던 “약탈문화재환수특위”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20대 국회 당선자의 상당수가 문화재환수국제연대의 정책설문에 “특위” 구성의 필요성에 동의하였지만,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일본, 중국 등의 역사 왜곡과 유산의 은폐, 훼손이 늘어나는 요즘에 역사의 정체성 회복과 보전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역사의 주인, 국민의 대표를 다시 만나고 싶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상근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 사무총장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 상임이사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실행위원장
서울시문화재찾기시민위원 등 역임

(현)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
(현)명원문화재단 이사
(현)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등록일 : 2016-08-16 09:09   |  수정일 : 2016-08-17 17:24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