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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이봐, 해봤어?” 정주영 회장,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6-03-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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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들의 모임 사이트에서 역대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최고 어록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현대 그룹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가 선정됐다. 과거 현대가 조선이나 자동차 등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때마다 정 회장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당시 현대는 건설과 종합상사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성공한 모습을 보고 있어서 쉽게 ‘혜안이 있었던 투자’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기준으로 현대가 만든 배와 자동차를 사 줄 고객이 있을지는 불투명했고, 과연 현대가 제대로 만들 수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자칫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기존의 현대 계열사 모두가 휘청거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정주영의 탁월한 리더십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로 현대는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불확실한 사업환경에서 혁신과 도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성공을 거두는 것이 기업 활동의 정수다.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의 일갈에 지금 우리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하지만 요즘 우리 법원이 적용하고 있는 형법상 배임죄의 잣대로 보면, 과거 정주영의 도전은 아마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 될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배임죄 적용을 그때도 하고 있었으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나올 수 없었고, 세계 6위의 수출강국이라는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정규직 근로자가 누리고 있는 고임금의 좋은 일자리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업무상 배임죄 처벌의 문제점
 
업무상 배임죄는 형법 356조 2항에 의해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의 경영자가 투자자들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해서, 즉 배신행위를 했다고 국가가 처벌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배신이란 무엇일까? 기업이 새로운 투자 등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필연적으로 위험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 부담 상황을 해당 기업이 투자자들이 부여한 임무를 배신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같은 그룹 계열사를 지원해주었다. 그 결과 그 계열사들은 되살아났고, 자금을 공급해준 모기업도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자금을 지원해주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과하고 지원을 했다고 해서 검찰은 김 회장을 기소했다.

물론 모기업과 계열기업의 투자자들은 엄연히 다른 관계이기 때문에, 모기업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배임’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만약 그 계열사들을 지원해주지 않아, 해당 기업들이 도산했다면 자금을 공급해준 모기업의 향후 경영도 불투명해졌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무엇이 ‘배신’행위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모호하고 따라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즉, 국가가 나서서 어떤 행동이 배임이었는지 규정해버리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 활동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 수익성과 안정성은 반비례한다. 물론 투자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어느 정도의 근거는 있어야겠지만 그것의 성공을 100% 담보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100%의 확신이 없는 결정들 일체를 범죄시한다. 이는 기업 활동을 필연적으로 위축시킨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다.
 
100% 확실한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가지고 집행하는 경우에나 일어나는 일이다. 사회주의 관료방식에서는 망하는 사업이 존재하기 어렵고, 실제로 망하더라도 세금으로 이를 보전해서 문제가 없어 보이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배임죄, 횡령 등 비리로 기업가를 정치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만성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업가들에게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 정신을 북돋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법원은 배임죄를 통해 기업 활동의 본질인 ‘리스크 감수’ 행위를 마치 심각한 범죄행위인 것처럼 처벌하고 있다.

형법에 업무상 배임죄가 있는 것으로 모자라, 배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안에도 들어있다.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배임죄의 형량이 강도나 살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인데 대해 자의적으로 무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임죄는 형사에서 다루지 말아야
 
업무상 배임죄는 한국에만 있는 독소조항이다. 미국은 업무상 배임죄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통해 민사재판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경영진이 성실하고 공정하게 경영상 판단을 통해 기업 활동을 했다면 손해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책임을 면하는 법리다. 미국에서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업들이 잘 나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본과 독일 형법에는 업무상 배임죄라는 조항이 들어 있긴 하다. 하지만 일본은 배임죄 성립 요건을 ‘고의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 적용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역시 독일 형법에도 배임죄 조항이 있으나, 상당히 제한적으로 배임 적용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수여된 타인의 재산상의 이익을 보호하는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가하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배임 처벌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의 경우 업무상 배임죄를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드물거니와 형법에 배임죄 조항이 있더라도 예외조항을 두어 사적이익을 위해 배임을 한 행위만을 처벌한다. 다시 말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기업 경영자가 부정을 취할 목적으로 배임을 저질렀을 때를 구분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 경쟁을 한다. 배임죄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면,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은 떨어지고 말 것이다. 형법은 범죄를 사회적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기업의 결정은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한 경영활동이지,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투자자 간 이해 불일치로 인한 다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민사적 손해배상의 문제로 다루면 된다.
 
실패와 부패는 구분해야 한다. 부패는 국가가 나서서 엄벌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국가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다. 실패는 기업 현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미래에 있어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실패할 우려가 있다거나 실패했다고 감옥에 보내버리면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나라 경제는 퇴보하고 만다.

심지어 배임죄는 실제 손해가 없었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즉, 성공해도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사정당국이 ‘배임죄’라는 칼을 마음껏 휘두르며 정당한 기업 활동을 자의적으로 옥죌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민사로 처리할 사안을 형사로 처벌하면서 과잉범죄화 현상이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잉범죄화를 부추기는 배임죄 조항은 사회 정의를 세우기는커녕, 사회 혼란과 경제 파탄만 초래할 뿐이다. 실제로 배임죄로 인해 총수 부재 상태를 겪었던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다. 기업인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기업인과 국민만 피해를 본 셈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국 기업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법 당국이 세워 나가야 할 올바른 정의는 기업인들이 활발한 경영활동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을 제공하는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6-03-04 12:50   |  수정일 : 2016-03-0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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