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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보호무역조치 5년 새 7배나 증가

경제위기 닥치면 어느 나라나 ‘自國 시장 보호’ 유혹에 빠져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5-09-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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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왼쪽에서 넷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5년 6월 18일 미국 휴스턴 힐튼호텔에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중미 6개국 통상 관련 부처 장차관과 손을 잡고 ‘한 중미 FTA’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조선DB

유럽연합(EU)의 미국 인터넷 기업 조사가 주는 교훈
 
경제가 어려워지면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조치가 다시 고개를 든다. 유럽연합(EU)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경쟁 혐의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사실 불공정 거래 조사는 형식적이다.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휩쓸자 위기에 처한 자국(自國)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며 유럽 정치권이 배후에서 움직인 결과다. 특히 독일의 IT 기업들이 정치권에 강력하게 로비를 한 결과다.
 
독일은 정통 제조업 분야에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IT 분야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기업문화의 특성과 게르만 민족의 특성상 안정 위주로 사업을 하고 모험을 기피하는 전통을 따르다 보니 IT를 위시한 벤처 비즈니스의 성장이라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 결과 독일은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비즈니스의 주도권이 미국 기업 구글에 넘어가 있다.
 
2014년 11월 26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압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자국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보호무역적 태도는 효과가 별로 없다. 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조치는 상대국의 반발을 불러 올 것이 자명하다. EU의 조치에 미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은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외국의 강자를 규제하려는 유혹에 빠진 것이다.
 
거대 경제권의 양 축인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화되면 회복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보호주의 무역이 세계 공황 악화시켜
 
보호무역 조치는 비단 EU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역시 2009년 1월에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을 만들어 자국산 철강을 먼저 구매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며, 프랑스는 자동차 업계가 자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로 구매하도록 정책적인 유도를 했다. 이런 조치들은 관계국과 업체들의 강한 반발과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한 나라의 폐쇄적 규제가 세계 시장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면 자연히 보호무역 요구가 늘어난다. 어려우니까 경쟁 기업을 억압해 달라는 정치적 요구다. 공황이 발생하는 시기에 주로 그런 정치적 압박이 심해진다. 실제로 1930년대와 1970년대의 보호주의 무역이 세계 공황을 더 악화시킨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가 다행스럽게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발생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G20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 정상(頂上)들은 지난날의 교훈을 공유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 과정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보호무역의 함정을 경계하는 데 성공한 세계 경제는 깊은 상처를 내지 않고 위기 국면을 넘길 수 있었다.
 
보호무역은 함께 퇴화하자는 뜻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미묘한 변화가 불고 있다. 최근 각국이 경기부양을 핑계로 찍어내던 통화의 거품이 점차 사라지면서 다시 보호무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무역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호무역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보호무역조치가 565건이었는데 2014년 4521건으로 7배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세계 정치가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이라는 세계 시장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무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함께 퇴화하자는 말이다.
 
자유경쟁과 자유무역이 세계 경제를 발전시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국의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보호무역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기 영국의 곡물법은 지주들을 위한 법률이었다. 지주들은 곡물 가격이 떨어지고 판매량이 줄어들면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지주들만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1980년대 미국의 설탕시장 보호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 조치로 인해 미국의 설탕 생산업자는 이익을 보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보호무역은 일부 생산 업자에게는 이익을 주지만, 소비자 전체에게는 비싼 대가를 요구하며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킨다. 즉 정치인에게 국민 전체의 이익은 자신들의 정치력에 도움을 못주지만, 보호무역으로 이익을 챙기는 소수 이익집단으로 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보호무역조치를 부르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지난날 절대왕정 시대의 국가들이 중상주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국가의 부(富)를 증진시킨 나라는 훗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혁신을 이룬 영국을 따라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국가의 보호를 받는 기업은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을 이길 수 없다. 권력의 보호 속에서 이익을 추구했던 기업은 장기적으로 퇴화되고, 그런 사회는 뒤처진다. 그러면 국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보호주의 무역이 주는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는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쪽의 문제가 그 지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일부 국가들의 보호무역은 상대 국가의 반발과 보복성 제재를 부른다. 이런 악순환으로 모두 패배자가 된다.
 
지금 간신히 회복하고 있는 세계 경제가 일부 국가들의 보호무역 조치로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간섭하면 시장을 위축시키고 비효율성만 증대시킨다. 마찬가지로 개방화와 자유무역의 흐름을 늦추면 경제 발전까지도 어려워진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 활용도가 높고 국가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더 그렇다. GDP 대비 70%가 수출에서 창출되는 국가에서 자유무역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세계가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인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잘못된 보호의 장막과 장벽을 치지 않도록 개방화의 소중함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보호무역은 모두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는 사실을.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5-09-09 08:48   |  수정일 : 2015-09-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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