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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삼겹살을 먹으며 중산층 감소 문제를 고민하다보면...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5-08-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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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부자 나라라고 한다. 국가가 크고 힘이 세다고 국민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즉 개인의 이익이 모여 사회의 풍요를 이룬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폭 넓게 자리 잡은 중산층의 존재다. 경제성장의 결실을 국민 대다수가 그 혜택을 받아 안정된 소비계층을 이룬다. 이들은 정치적 혼란을 억제하는 사회안전망 노릇까지 한다. 자유선택권, 성공할 기회제공, 경쟁이라는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가 열매를 맺은 결과가 바로 중산층이다.
 
잘 사는 국민이 늘어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흔들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 가구의 비율이 1996년 68.5%에서 2006년 58.5%로 10년 동안 10%포인트 감소했다. 중산층에서 이탈한 가구 가운데 열에 일곱은 빈곤층으로 떨어졌고, 셋은 상류층으로 올라섰다.
 
왜 중산층이 감소하였을까. 먼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근로소득자 간 소득 양극화가 발생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고 상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가 자리 잡았다. 또 장기간 지속된 내수침체로 중산층의 한 축이었던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떨어져 나갔다.
 
더구나 10년간 좌파정부는 성장보다 분배정책을 우선시 했다. 분배정책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소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심을 쏟는다. 따라서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웠고, 점차 확대된 부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는 투자자와 소비자들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들어 중산층 붕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 위축현상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과거 고도성장의 결과로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 민주화와 경제적 풍요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제 성장잠재력 하락이라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위험신호임에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중산층 비중 감소현상이 어느 정도 멈추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소득양극화는 많은 나라들이 고민하는 과제지만, 평등주의 정서가 강한 한국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올바른 해결은 경제성장을 통해서 가능하다.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져야 이를 나누어 가질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얻고 부유해지는 것이 사회발전이다. 그렇게 중산층이 늘어나는 것이 곧 사회적 풍요다.
 
개인에게 개방과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해법
한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소설 속의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기 힘들고, 삶의 질은 형편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 살기보다는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더 윤택한 삶을 만나게 된다. 내가 잘하는 것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대신 내가 잘못 만드는 것을 대가로 얻는다. 서로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고, 더욱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다.
 
하나의 도시 내에서 일어나는 분업은 규모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작은 도시에서는 분업이 세분화되기 어렵다. 반면 대도시에서는 다양한 직업들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교환과 분업은 하나의 경제 단위 내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도시와 도시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해안가 도시와 평지의 도시가 서로 거래를 통해 필요한 물자를 교환하거나 농업도시와 공업도시가 서로 교류를 하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교환과 분업의 원리는 국가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거래를 통해 더 확대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물건을 수출하고, 다른 필요한 것을 대신 수입한다. 이를 테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에 많은 석유를 팔고, 필요한 공산품을 사다 쓴다. 한국은 반도체를 수출하고 삼겹살을 수입한다.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유난히 삼겹살을 좋아해서 다른 부위에 비해 늘 수요가 집중되고, 그래서 값이 비싸다. 다른 나라에서 싼 삼겹살을 사다 먹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즉, 국가 간에 교역이 발생하고, 싼 가격으로 더 좋은 물건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환과 분업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만약 한 국가가 많은 도시로 이뤄지면 도시 간 거래로 필요한 물자는 상당 부분 조달된다. 미국·일본 등에서 보듯이 나라경제가 거대 경제권으로 구성된 경우 무역의존도가 낮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프랑스 정도의 경제규모이고, 플로리다 주는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다.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고, 단일 경제권 내에서 무역장벽 없이 서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가져다 쓰는 무역의 이익이 적을 수 있다. 반면 유럽의 국가들은 무역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EU 내 거래가 주를 이룬다. 하나의 도시가 중심이 된 나라가 다른 도시가 속한 주변국가와 교류를 하는 형태다.
 
무역장벽처럼 국제무역에 따른 비용이 크면 자국 내 거래에 의존하게 된다. 무역장벽의 대표적인 예가 관세다. 무역을 하면서 국경을 넘을 때 내는 일종의 통행료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자국 내 물건에 비해 비싸지게 돼 무역이 자연히 축소된다. 보조금이나 쿼터도 무역을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이런 무역장벽으로 인해 자유무역이 제한되고, 그로 인해 교역이 주는 이익 또한 축소된다. 만약 선진국이 후진국에 대해 무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이는 어떤 효과를 가질까? 후진국의 산업이 보호되고 경제성장이 일어날까? 무역이 줄게 되면, 수출하는 나라도 손해를 입지만, 수입하는 나라에도 손해가 된다. 전쟁이나 테러 등의 이유로 무역제재를 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앞선 문물을 수입하지 못하는 나라에는 경제발전이 더디게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개방과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본 나라다. 박정희 정부는 폐쇄적 국가를 개방된 국가로 변모시켰고, 무역 확대를 통해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미국과의 동맹과 자유국가 내 자유무역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개방정책은 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은 일찍이 개방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루었고, 우리나라에 이어 중국도 개방정책을 통해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개인 간 또는 도시 간에 이뤄지는 거래가 바람직하듯이, 국가 간에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경제적 풍요를 넓힐 수 있다.
 
노동의 사회적 의미
로빈슨은 혼자서도 잘 살았다지만, 본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와 비슷한 표현은 동양에도 있다. 바로 ‘인간(人間)’이란 한자어 자체다. 인간이란 한자에는 ‘사람人이란 사람들 사이間에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사람’이란 뜻을 담고 있다. 고대부터 동서양 모두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과 어울려 살아야 비로소 인간이라고 여겨졌다는 게 흥미롭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면 인간이 하는 행위는 사회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하는 노동도 그래서 사회적 행위다. 노동이란 타인이 가치 있게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예측해 제공하는 행위다. 로빈슨처럼 철저히 혼자서 자급자족하는 건 노동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그런 행동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 활동하지만 그런 걸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인간이 하는 노동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하기 위해, 다시 말해 서로의 노동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매개하기 위해 시장이라는 장치가 탄생했다.
 
노동은 이미 타인을 위한 행위지만 동시에 노동 과정 자체에도 타인과 서로 돕는 행위가 포함된다. 혼자서 해내 기 힘든 일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이룬다. 타인과의 협업은 특히 근대적 노동의 특징이다. 전근대 시기의 가내 수공업이 혼자 또는 가족 단위의 소수가 협력하는 노동이었다면 근대 이후 등장한 공장제 공업은 서로 모르는 군중 간 거대한 협업 체계를 완성시켰다.
 
애덤 스미스는 이를 핀 공장의 예로 설명했다. 실력 있는 장인이라도 혼자서는 하루 열 개의 핀을 겨우 만들지만, 철사를 늘이고 자르고 갈고 핀 머리를 붙이고 두드리는 등 제작 공정을 십여 개로 나눈 뒤 각각 전담했더니 평범한 노동자 열 명이 하루에 48,000개의 핀을 만들더라는 것이다.
근대적 노동은 일의 분야를 나눈 뒤 각각의 업무를 전문화해 생산성을 높였다. 포디즘과 컨베이어 벨트는 이렇게 진행된 노동 분업과 협업의 절정이다. 근대 이후 인류의 발전사는 노동이 분업과 협업을 거쳐 다시 전문화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다니엘 디포Daniel Defoe는 18세 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지식인이자 언론인이었다. 18세기는 가내 수공업이 종말을 고하고 근대적 공장제 공업으로 전환되던 시점이었다. 영국이 산업 혁명의 발상지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로빈슨 크루소』의 탄생이 그저 우연이었다고만 치부하기 곤란하다.
 
다니엘 디포는 세상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혼자서도 척척 만들어 내는 만능 재주꾼을 탄생시켰지만, 혼자서 하는 노동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것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로빈슨에게 귀국의 기회가 주어지자 그는 수십 년간 피 땀을 흘려 세운 자신의 왕국을 뒤로 한 채 주저 없이 귀국을 선택한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사람이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결국에 인간이 사는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간과 인간이 하는 노동은 서로가 서로를 도울 때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로빈슨 크루소』는 홀로 노동하던 전근대의 시공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 근대의 시공간으로 넘어오는 한 인간의 우화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더 잘하는 일에 분업하기
생산한 것 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이 생산해 낸 만큼 그 소득 범위 내에서 소비자가 무언가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똑 같은 상황이라면, 이왕이면 더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더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만약 누군가 혼자서 연필을 만들려고 한다면 너무도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나무도 심어서 길러야 하고, 흑연을 캐러 광산도 개발해야 한다. 연필 끝에 붙일 지우개를 만들어야 하고, 지우개를 감쌀 철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분업을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어떤 사람들은 나무가 잘 자라는 곳에서 나무를 잘 길러 공급하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광산에서 양질의 흑연을 캘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지우개와 철도 그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경쟁하면서 더 좋은 품질의 연필을 만드는 것에 기여하게 된다.
 
서로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시장을 통해 거래하다보면 자연히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난다. 자본주의가 발달한다는 것은 이러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분업이 일어나면서 생산성이 올라간 결과인 셈이다.
 
이러한 분업은 누가 어떤 분야에서 더 잘 할 수 있느냐를 알려주는 경쟁을 불가피하게 불러온다.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다.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박인비는 골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인다. 만약 박인비가 축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취미로 할 수는 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빛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은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사회의 이익까지 가져다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5-08-27 09:46   |  수정일 : 2015-08-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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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 2015-08-27 )  답글보이기 찬성 : 10 반대 : 13
쉽게 설명을 잘하시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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